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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가격 절반으로 ‘뚝’···혹독한 겨울 맞는 노인들 ‘이중고’

수입 절반 줄어…지역사회 지원 절실

사회적기업·시민단체 사례 발굴 필요

#30일 오후 2시경. 기흥구 신갈동에 위치한 한 고물상 앞에서 왜소한 체격의 노인이 자신의 몸보다 큰 수레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 역력해 가까이 다가가 상황을 살폈다. 뒤쪽 수레바퀴가 차도와 인도 사이 턱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가득 실은 폐지 무게 때문인가’하는 생각에 수레를 밀어 올리는 순간, ‘생각보다 가볍다’ 싶었다. 무게가 무거워서가 아니라 노쇠한 노인의 힘이 부친 탓이었다. 이날 86세 A할머니가 오전 10시부터 2시까지 모은 폐지로 받은 돈은 고작 2000원. A씨는 “그나마 없는 것보단 낫다”고 말했다.

폐지 줍는 노인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지자체, 관련 기관에서 안전 장비를 지원해 왔지만 일회성 지원보다는 장기적 돌봄이 절실하다는 이유다. 이를 위해 시민단체, 사회적기업, 지자체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환경공단의 재활용가능자원가격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당 136원이었던 골판지 가격(대형 고물상이 중간가공업체에 넘기는 가격)은 중국 폐기물 수입 금지 여파가 밀려왔던 5월 64원으로 50%이상 뚝 떨어졌다. 10월 기준으로 조금 오른 74원으로 책정되고 있지만 폐지를 줍는 노인들은 가까운 중소 고물상에게 팔기 때문에 이보다 더 적게 폐지 값을 받는다. 용인 내 중소 고물상들은 노인들이 모아온 폐지를 ㎏당 50원 내외로 책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용인시가 파악하고 있는 폐지 줍는 노인은 10월 기준으로 총 103명이다. 처인구가 67명으로 가장 많고 기흥구 32명, 수지구 4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88명보다 늘었지만 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시 노인복지과 관계자는 “구별, 동별로 폐지 줍는 노인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면서 “자신의 신분을 밝히기 꺼려해 파악이 힘든 경우가 많다. 등록하지 않은 분들은 지원 대상에서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가 말하는 ‘지원’은 경기도가 2~3년 전부터 시작한 ‘폐지 줍는 노인’ 지원 사업으로 용인시는 올해 788만원(시비 394만원) 예산을 들여 야광조끼, 야광봉 등을 지급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원은 일회성에 그치는데다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기자가 30일과 31일 이틀 동안 만난 6명의 폐지 줍는 노인들은 하나같이 지원 받은 안전 장비를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기흥구 동백동에서 만난 노인은 “지원 받은 조끼가 원래 입던 것보다 불편하다. 이런 지원이 고맙긴 하지만 크게 도움이 됐다고 말하긴 좀 그렇다”고 말했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지원 방식이 당사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지역에서는 시민단체나 사회적 기업이 나서서 이들을 돕기 시작한 곳도 있다. 인천의 경우 사회적기업인 ‘러블리페이퍼’가 2013년부터 폐지 줍는 노인을 위한 사업을 시작했다. 러블리페이퍼는 노인들이 모아온 폐지를 시중가의 20배 정도 되는 가격인 ㎏당 1000원에 사서 그림을 그려 작품을 판매하는 기업이다. 기우진 대표는 폐지 줍는 노인 문제 해결을 위한 네트워크인 ‘폐지넷’을 만들어 관심 있는 시민단체, 개인 등과 연대하고 있기도 하다. 기 대표는 “폐지 수집 어르신의 생활 개선을 위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구조적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기 대표는 “행정당국이 예산을 들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사회적 경제기업이나 관심 있는 시민들이 하고 있는 프로젝트 등 사례를 발굴해 정책적으로 확산시키는 게 지자체와 정부가 해줄 수 있는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페지넷의 또 다른 참여 단체인 ‘실버자원협동조합’ 역시 고물상을 상대로 폐휴지를 판매하고 지역 교회들과 연계해 폐지 줍는 노인들을 돕고 있다. 조합을 운영하는 이준모 목사는 4월 국회에서 열린 ‘폐지 수집 어르신 보호대책 마련’ 토론회 자리에서 “지자체에서 돈을 지원하겠다는 곳도 있지만 대상 파악이나 다른 노인들과 형평성 문제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지역 시민단체에서 협동조합을 만들어 노인 일자리 등과 연계하면 해결할 방법이 충분히 있다”고 조언했다. 폐지 줍는 노인이 겪고 있는 문제를 지역사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풀어야할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황연실 기자  silsil47@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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