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빨래판, 낡은 청바지, 시멘트 조각, 깨진 항아리…. 

길가에서 마주치면 영락없는 쓰레기로 보일만 한 물건들일 텐데 오성만 작가를 만나면 세상 둘도 없는 예술 작품으로 변신한다.

오 작가는 사람들에게는 ‘빨래판 작가’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작가다. 세탁기가 필수 가전제품이 되면서 더 이상 쓸모없어진 나무 빨래판을 주재료로 30년 이상 작품을 만들어왔으니 별칭으로 다른 이름을 찾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런데도 기자가 만난 오성만 작가는 ‘빨래판 작가’로 한정시키기에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는 ‘손’을 가지고 있었다. 최근엔 그런 자신의 잠재된 열정을 표출시키기 위해 빨래판을 잠시 내려놨다고 할 정도다.

“어떤 재료가 눈에 들어오면 이걸 가지고 뭘 어떻게 만들지가 머릿속에 스펙트럼처럼 펼쳐져요. 아침부터 시작한 작업이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동안 쉼 없이 표출되죠. 그럴 때는 저 자신도 느끼지 못할 만큼 작품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 이유 때문인지 그가 내놓는 최근작은 대중에게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천재적 재능을 가진 작가가 주체할 수 없는 표현력을 무궁무진한 방식으로 내놓고 있으니 말이다.

옹기종기 모인 집 조형물부터 청바지 조각조각을 모아 만든 작품, 대형 가전제품을 포장할 때나 볼 수 있는 충전제를 압축시켜 만든 작품 등, 보고 있노라면 그리고 그 재료가 무엇인지 알고 나면 절로 탄성이 나오는 작품들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도대체 이 중견작가의 끝은 어디인가 싶을 정도다.

오성만 작가는 사실 단순히 뿜어져 나오는 자신만의 천재적 재능을 자유롭게 또 쉽게 만들어내는 작가는 아니다. 마치 한국의 전통 장 맛이 나오기 위해 오랜 기간 ‘숙성’을 거쳐야 하듯 오 작가의 작품은 자신만의 맛을 내기 위한 긴 여정을 거친다. 사물 하나에도 깊은 고민과 관조를 거쳐야만 나올 수 있는 ‘감칠맛’을 내기 위해서다. 그는 평소 작품에 앞서 작은 소품을 만들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기로 유명하다. 작업실에는 이런 과정에서 탄생한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한가득 진열돼 있다. 작업에 들어가면 먼저 만들어진 소품들은 마치 작품 속에 빨려 들어가듯 담긴다. 탁월한 감각과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다. 작가는 그러나 그러한 과정이 결코 ‘고뇌’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희라고 생각해요. 그 즐거움은 말도 표현할 수도 없고 어떠한 것도 따라올 수 없는 행복이죠.”

오성만 작가가 청바지 조각을 이용해 만든 작품

오성만 작가의 작품들이 하나같이 아름다운 동화 속 한 장면인 듯한 느낌을 주는 이유를 바로 이런 작가의 행복에서 찾을 수있지 않을까. 작품 하나에도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느낌 역시 마찬가지다.

오성만 작가는 작품으로서 대내외적으로 인정을 받는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1988년 용인으로 이주해 용인 미술인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미술협회를 꾸린 장본인중 한 명이다. 처음 지역 미술 작가들을 찾아다니며 협회를 꾸린다고 했을 때 ‘아직 역량이 되지 않는다’면서 반대한 사람들이 많았단다. 하지만 오 작가는 포기하지 않고 지역 작가들을 발굴했고 30명도 채 되지 않는 인원을 모아 용인지부를 결성했다. “용인미술협회 창립일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해요. 정확하게 1997년 2월 12일에 지부로서 인증을 받았어요. 지금은 150여명이 넘는 규모로 커졌으니 용인도 그만큼 성장했다고 볼 수 있지요.”

오 작가는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용인은 미술이나 예술 발전에 아직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요. 규모와 내실을 갖춘 시립미술관이나 예술촌을 건립한다면 지역 문화 발전은 물론 관광 자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물론 시민 여러분의 관심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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