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무가 움찔할 때’ 등 6편
“자신만의 시선과 호흡 견지”

‘질퍽질퍽 땅들은 잘도 논다 /찡그리거나 구겨지다 슬금슬금 펴지는 것들 /호미, 낫, 지팡이, 수레 /각종 농기구를 가지고 논다. /노는 땅들은 오늘도 /우거지고 가지런해진다.’ (안성군의 비가 내리는 날 전문)’

처인구 이동읍 송전리에 거주하고 있는 안성준(22·한신대 문예창작과3·사진) 씨가 ‘제25회 실천문학’ 시 부문 신인상에 당선됐다. <실천문학>은 문학의 현실 비판과 참여, 진보적 민중·민족문학을 지향해 온 계간지로, <창작과비평>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예지 중 하나다.
198명이 응모한 올해 <실천문학> 신인상은 안 씨를 포함해 6명의 작품이 본심에 올라 안 씨의 ‘무가 움찔할 때’ ‘ 집이 운다’ ‘비가 내리는 날’ 등 6편이 최종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많은 응모자들이 뛰어난 시적 기술을 발휘했지만 지나친 관념어 남용, 관념적 사변 취향 등은 시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었고 심사위원들을 다소 피곤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하면서도 “안성군 씨의 시는 화려하지도 발랄하지도 않지만 편편의 시가 서정성을 갖고 자기만의 시선과 호흡을 견지하고 있다는 데서 남다른 인상을 줬다”고 평했다.

특히 “(안 씨의 시는) 근래에 우리 시단이 얼마나 소통 가능한 시에 목말라 했는지를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며 “각성과 성찰을 가져다주는 시를 기다린 심사위원들에게 당선자의 시는 한겨울에 ‘삐죽 빠져나온 푸릇한 발’(무가 움찔할 때)처럼 선명하게 우리를 각성하게 했다”고 칭찬했다.

심사위원들은 이어 “안 씨가 그려낸 시 속 주인공은 대개 반백수이거나 노동자거나 노인인데, 그들을 응시하고 발견함으로써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으로서 끈끈한 동류의식을 발현하고 있다”며 “시인은 바라보고 지켜보는 사람이요, 어떤 위협 앞에서도 자신의 서정과 역사를 수호하고자 하는 ‘문지기’에 다름 아님을 확인시켜 준다”고 강조했다.

안성군 씨는 “시까지 끌고 가거나 끌고 와야 할 관계들과의 소통이 어렵지만 다행인 것은 사람에게는 누구나 나름의 방식이라는 것이 있어 그 얄팍한 방식을 고집한 끝에 당선 통보를 받았다. 운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시를 사랑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은 아직 진행 중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아직 배워야 하고 써야 할 게 많은 저에게 시는 슬쩍 구석 한 편에 감춰두고 싶은 소중한 보물 상자와 같다”고 밝혔다.
안 씨의 시는 실천문학 129호 가을호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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