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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릅은 살아남아 꽃을 피우고 열매도 맺는다
  • 신승희(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 승인 2018.09.2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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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릅나무

해마다 봄이면 두릅을 따러 산에 오른다. 살고 있는 마을 앞산엔 마침 두릅이 지천이다. 한 바구니 따와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먹으면 그 향긋한 향과 아삭거리는 식감에 봄을 먹는 기분이 든다. 먹고 남으면 전을 부쳐 먹기도 하고, 라면에 넣어 먹기도 한다. 봄에 먹을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이다.

이렇게 좋아하는 두릅은 두릅나무 새순으로 때를 잘 만나야 한다. 일찍 오르면 아직 너무 작은 두릅 순에 고민하게 된다. 딸까? 말까? 지금 안 따면 다른 사람이 따버려 다음에 와봤자 없을 텐데. 그것이 싫어 따게 되면 너무 작은 순을 모으게 된다. 과욕이다. 몇 번을 그렇게 하다 보니 이젠 딱 먹기 좋은 크기의 두릅을 만나면 신나고, 너무 작은 순을 만나면 이건 내 것이 아닌가보다 단념을 하게 됐다.

그렇게 두릅나무는 해마다 봄이 되면 유명세를 치르느라 상처투성이가 된다. 맨 꼭대기 가운데 순을 정아라 해서 그것을 주로 잘라 먹는데, 정아가 꺾이고 나면 정아 옆에서 측아라 해서 새로운 순이 또 나온다. 이것 역시 사람들 손에 뜯겨 나가면 또 다른 측아가 옆에서 나온다. 그러나 이렇게 몇 번 새순이 뜯겨지게 되면 두릅나무는 더 이상 새순을 만들지 못하고 결국 잎을 내지 못해 죽어버린다. 사람들의 욕심이 부른 결과다. 그래서 두릅을 따기 전에 이것이 몇 번째 순인지 살펴봐야 한다.

누릅나무 열매

두릅나무에 대한 관심은 순이 어느 정도 자라 잎 모양을 갖춰 ‘세어졌다’고 하면 사그라든다. 그 이후부터는 관심도 없다. 그래서 두릅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 두릅나무는 여전히 잘 자라고 있다. 잎은 길게 자라 늘어져있고 연두색 꽃은 피어났다. 꽃이 지니 검붉은 색 열매가 다닥다닥 달렸고 씨앗도 영글었다.

두릅나무 이름은 ‘나무 머리 부분에 달린 나물’이란 의미를 갖는다. 또한 독활이란 식물과 비슷해 독활이 둘홉이라고 불리면서 세월이 지나 두릅으로 변했다고 하는 설도 있다. 뭐니 뭐니 해도 두릅나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가시다. 줄기에 가시가 많다. 또한 가지가 거의 없이 위쪽만 잎들이 넓게 퍼져 나와 마치 우산모양 비슷하다. 붉나무나 가죽나무, 개옻나무들처럼 결코 작지 않은 잎들이 여러 개 모여 깃털모양의 큰 한 잎을 이룬다. 이제 곧 가을이 깊어지면 이 잎들은 노랗게 붉게 물들 것이다. 신기하게도 그 잎들이 붙어있는 잎줄기에도 중간 중간에 위를 향해 불쑥 가시가 솟아있다. 봄에 새순을 따서 먹을 때도 가시가 있어 잘못만지면 따갑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물에 데쳐 먹게 되면 그 가시가 하나도 따갑지 않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여름 끝 무렵 이맘때면 가지 끝에 동글동글한 꽃이 우산살 뻗듯이 모여 피는데 아주 귀엽고 앙증맞다. 그리고는 동그란 검은 열매가 달린다. 열매 속에는 작은 씨앗들이 들어있는데 새들에게 좋은 먹이가 되고 또한 새들로 인해 널리 퍼지게 된다. 그러나 씨앗보다는 주로 뿌리로 번식하기에 땅이 좋은 곳에서는 여러 개가 모여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을 근처에 나물로 먹기 위해 두릅나무를 많이 키우는데 보통 가지 일부를 잘라 땅에 꽂아놓으면 뿌리가 나와 새로 자라게 된다. 그러다 겨울이 되면 그나마 몇 개 없던 잎줄기들이 다 떨어져 나가고 가운데 줄기만 곧게 뻗어있어 마치 막대기 하나씩 꽂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시를 보고 그제서야 두릅나무인줄 안다. 이렇듯 생명력이 강인한 두릅나무지만 성장속도가 빠른 만큼 수명이 짧다. 보통 10년 정도면 자연스럽게 고사한다고 한다. 나무치곤 상당히 짧은 생이다.

신승희(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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