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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므라즈의 ‘Ain't no sunshine’
  • 정재근(음악평론가)
  • 승인 2018.09.2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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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 현실에서는 이뤄지기 힘든 일이겠지만, 그래도 ‘내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하며 막연하게나마 생의 변화에 대한 꿈을 꿔 본적이 있을 겁니다. 로또 1등 당첨일 수도 있고, 유명한 스포츠스타가 되는 꿈일 수도 있으며, 세계적 배우와 스캔들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는 그런 꿈을 말이지요. 우리는 그런 일들을 영화나 소설에서 간혹 만나게 됩니다. 주인공들이 우리가 평소 꿈꿨던 환상들을 실현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잠깐이나마 대리만족을 느끼면서 행복감을 갖곤 하지요.

노팅힐이라는 영화를 기억하시나요? 휴그랜트와 줄리아 로버츠가 열연했던 그 영화. 영국의 조그만 소도시에서 장사가 안 되는 서점을 근근이 운영하고 있는 한 남자 앞에 갑자기 영화나 신문에서만 봐왔던 세계적인 여배우가 나타납니다. 그리고는 그 여배우와 인연을 맺게 되지만, 모든 사랑하는 이들이 거의 그렇듯이 오해가 생겨 한참을 헤어져 있다가 다시 눈앞에 나타난 그 여배우가 이혼 경력까지 있는 그야말로 보잘 것 없는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합니다. 엄청난 상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을 한 남자는 끝내 사랑을 거절하지요. 그러고는 후회하게 되고, 종래에는 극적으로 다시 사랑이 이뤄진다는….

이 영화가 나오기 한참 전에 크게 인기를 얻었던 영화 ‘귀여운 여인’이 여자가 신데렐라가 되는 것을 그렸다면, 이 영화는 남자가 신데렐라가 되는 그런 영화였어요. 그냥 우스갯소리 아니면 꿈으로만 꾸었던 환상이 현실로 이뤄지는 것을 로맨틱하게 그려내 대리만족을 통한 행복감을 얻게 된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영화로 기억이 됩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장면 중 하나는 여주인공이 그동안 오해가 있었던 일들을 해명하며 사랑을 고백하는데, 남자가 현실을 감당하기 어려워 거절하자 “난 그저 사랑해달라며 한 남자 앞에 서있는 여자일 뿐이에요” 하며 눈물을 글썽이며 억지웃음을 짓는 모습이었어요. 아마도 많은 남자 관객들이 그 장면을 보고 가슴 먹먹함을 느꼈을 겁니다. 하이고, 아마 필자였었다면 얼른 마음 고쳐먹고 그 여자를 위해 평생을 다한다고 굳게 맹세했을 겁니다. 하 하! 그 여자가 다름 아닌 너무도 아름다운 세계적인 여배우인걸요.

또 기억할만한 장면은 사랑하는 여자를 떠나보내고 난 후 남자의 고독함을 나타내주는 씬과 기자회견 장소에서 극적으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엔딩씬 이었습니다. 엔딩씬에서 사용됐던 곡은 아직까지 수많은 남자들이 사랑하는 여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사랑노래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 ‘엘비스 코스텔로’가 부르는 ‘She’입니다. 또 하나는 여배우가 미국으로 돌아가고 난 후 남자 주인공이 노팅힐 거리를 걷는데 배경이 가을-겨울-봄으로 자연스럽게 바뀌면서 1년이란 시간이 지났음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사용이 됐던 ‘Ain't No Sunshine’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오늘은 Ain't No Sunshine을 소개해 드립니다. 재즈스탠다드풍의 Ain't No Sunshine은 빌 위더스(Bill Whithers)가 만든 최고의 음악 중 하나입니다. 곡 자체가 주는 리듬의 멋스러움이 상당한지라 마이클잭슨은 물론, 템테이션스, 에바케시디 등 수많은 가수와 그룹이 리메이크를 했었지요. 이 곡을 만든 빌 위더스는 1971년 서른셋의 늦은 나이로 데뷔하게 됐는데, 이 곡이 빌 위더스의 데뷔곡이자 출세작이에요.

‘그녀가 떠난 자리에는 햇빛 하나 들지 않는 암흑뿐일 것’이라는 가사의 이 곡은 가사가 단순하고 따라 부르기 아주 쉬운 반면, 리듬을 타며 감정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내공이 아니면 도전하기가 쉽지 않은 곡이기도 합니다. 특히 어려운 부분이 ‘I know, I know~’하는 가사인데, 어림잡아 스물하고도 대여섯 번쯤 연속으로 반복하며 자연스럽게 그루브를 타야 감정이 올라가면서 노래의 멋이 살아납니다. 필자도 십팔번 노래로 삼아보고자 작정하고 몇 번 불러봤지만 항상 그 부분에서 막혀 종래에는 포기하고 말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노래 전반에 풍겨지는 간절함과 쓸쓸함이 가슴 깊이 파고드는 ‘Ain't No Sunshine’을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가 몇 해 전 홍콩에서 공연한 실황으로 보내드립니다. 이 공연실황에서는 제이슨 므라즈가 내한공연 때마다 우리나라 가수들을 무대로 불러 함께 몇 곡 노래했던 것처럼, 홍콩 공연에서도 홍콩 출신의 실력파 가수 방대동(Khalil Fong)과 함께 연주하고 부릅니다.

곡 전체 흐름이 비교적 다른 뮤지션들이 부르는 것보다 비트가 있어 간절함과 쓸쓸함은 좀 떨어지지만 새로운 느낌도 있어 이 곡으로 선곡해봅니다. 워낙에 좋은 곡인지라 이왕이면 다른 뮤지션의 곡도 함께 들어보시라고 아이작 헤이스의 음악도 함께 소개해드립니다. 제이슨 므라즈의 곡이 간결하고 깔끔한 단품메뉴라면, 아이작 헤이스의 곡은 종합선물을 받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같은 곡이지만 각자 해석한 것이 서로 다릅니다. 그래서 두 가지 버전을 함께 소개합니다. 술을 즐기는 분이라면 한잔 하고 귀를 열면 아마도 분위기가 더 배가 될 만한 그런 곡들입니다.

제이슨 므라즈와 칼릴 퐁의 Ain't no sunshine 들어보기
http://youtu.be/_npwtO_Lhpw
아이작 헤이스 버전 들어보기
http://youtu.be/X4HFp3wqlz8

정재근(음악평론가)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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