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폭염에 연일 힘들게 보내고 있습니다. 연신 언론은 기록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일부 언론은 관심 폭을 넓혀 폭염에 힘겨워 하는 우리 이웃을 찾았습니다. 기자도 2회에 걸쳐 용인시민들은 폭염에 어떻게 생활하고 계시는지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더운데 어쩌라고’였습니다. 제 아무리 언론이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기사를 생산해도 결국 자연의 흐름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진리는 여실이 느꼈을 뿐입니다. 가벼운 지식으로 잠시 더위를 피하는 방법만 제시하는 수준이랄까요.  

여러분이 기자라면 어떨까요. 직업적으로 보면 기자는 무엇을 기록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 기록은 사실이 되겠지요. 그렇다면 이번 폭염과 관련해 무엇을 고민을 하고, 그를 바탕으로 어떤 기사를 생산해 낼 수 있을까요. 기록적인 폭염으로 시민들이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는 내용. 더위를 이기는 방법, 열사병을 주의해야 하는 이유 방법 등을 생각하지 않을까요. 여건이 된다면 올 여름 더위는 왜 기록적인지 과학적으로 분석하려는 노력도 했을 것이라 봅니다. 

최근 한 달여간 생산된 많은 기사를 보면 앞서 언급된 내용이 주를 이룬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분명한건 한명의 기자가 한건의 기사를 작성하건, 수백 명의 기사가 수천 건의 기사를 생산하든 당장 찌는 듯한 더위를 막을 도리는 사실상 없다는 것입니다. 

용인시와 같이 행정구역이 넓은 곳은 자동차 없이 취재를 다닌다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아무리 대중교통이 편리해졌다 해도 활용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자가 세운 올해 계획 중 하나는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였습니다. 힘겹지만 이를 지키기 위해 경전철을 종종 이용하고 있습니다. 인근 경전철 역사까지 걸리는 시간은 걸어 20여분. 가다 만나는 많은 장면이 있습니다. 이동약자들의 힘겨운 이동과정도 외면하지 못할 현실의 장면입니다. 급한 발길을 옮기는 무심한 눈빛의 많은 시민들도 만나집니다. 등굣길에 나선 대학생들의 활발한 모습도, 재래시장이 목적지인 어르신들 손에는 묵직한 물건이 들린 것도 보입니다. 올 여름 같이 더운 여름에는 내리쬐는 햇빛에 고스란히 노출된 시민들의 고달픈 모습을 목격하는 것은 큰 어려움이 아닙니다. 어느 날 중앙재래시장 인근 경전철 역사 앞 건널목에서 만난 주부가 생각납니다. 그녀의 등은 2살 된 아이가 차지해 사람 한숨처럼 간헐적으로 불어오는 더운 바람마저 막혔습니다.

얼마나 더웠을까. 억지 바람을 만들기 위해 간이 선풍기를 찾지만 이미 4살 된 큰 아들을 안고 있는 그에게는 이행 불가능한 미션으로 보였습니다.   

이 상황을 여러분이 취재 했다면 어떤 기사를 작성했을까요. ‘더운데 외출해야만 하는 주부의 삶?’, ‘용인시가 아이를 키우는데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 물론 이것도 필요한 것이라고 봅니다. 만약 주변에 나무 한그루만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밀림 정도의 풍성함을 자랑하는 우거진 나무가 아니라 고만고만한 그늘을 제공할 수 있는 그런 나무 말이죠. 분명 그 주부는 그늘 아래 20㎏가 훌쩍 넘는 2명의 아들을 내려놓고 아픈 다리 쉬었다 가지 않았을까요. 그녀에게 가장 절실한 기사는 그거였을지도 모릅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을 말해달란 말이야.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여름이면 으레 폭염이 찾아 올 것이라고 합니다. 겨울이면 한파가 여지없이 몰아 칠 것이라고 합니다. 연 기온차가 60℃를 오갈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마당에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저 얼마나 더웠다는 수치가 아닐 것입니다. 폭염이 한파를 이겨낼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는 것입니다. 

기자란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여러분이 관심을 가지고 적은 사실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은 모두 기사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이미 기자입니다. 용인이 더 건강한 도시가 될 수 있도록 특종을 내 주십시오. 한달가량 폭염이 이어진 용인의 여름.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여러분의 특종은 집단지성을 통해 민원으로 탈바꿈 되지 않을까요.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