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너무도 따갑고, 숨이 턱에 찬다. 옛 조상들은 이런 더위를 어떻게 견뎌냈을지 참으로 대단하다. 경기도국악당 입구 오르막길에서 진한 분홍색의 꽃을 본건 5월이었다. 5월은 장미의 달이다. 장미 무리에 속하는 많은 식물들이 5월에 꽃을 피운다. 하지만 이 꽃나무는 여기에 있으면 참 어색한 나무, 해당화이다. “해당화가 곱게 핀 바닷가에서~ 나 혼자 걷노라면 수평선 멀리~ 갈매기 한 두 쌍이 가물거리네~ 물결마저 잔잔한 바닷가에서~” 노랫말에서도, 필자의 고향에서도 해당화는 바닷가에서 자란다고 말하고 있는데, 너무 엉뚱한 곳에서의 만남이다. 

해당화는 우리나라 전국의 바닷가 모래땅에서 만나야 반가운 그런 식물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바닷가에 피는 장미꽃에 익숙하지 않아 보인다. 오랫동안 피서 인파에 의해 바닷가 모래언덕이 많이 훼손됐다. 모래언덕에도 사구식물 또는 염생식물이라 부르는 많은 식물들이 산다. 그런데 그것이 중요한 줄 모르고, 전혀 보호하지 않았다. 10년 전쯤부터 밟아서 사라지고 개발로 없어지고 예뻐서 마당으로 옮겨진 해당화를 살리기 위한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지금은 대부분의 바닷가에서 멋진 해당화 군락을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문화재구역으로 지정했던 포항의 해당화 군락은 주민들이 복구를 반대한 경우이다.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였다. 

다른 식물들과 어울려서 모래언덕을 아름답게 만드는 해당화 무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키는 1m정도로 크지 않고, 덤불처럼 가지가 빽빽하게 자란다. 식물 전체에 긴 가시가 있고, 가시에도 털이 있다. 쨍쨍한 뙤약볕에서도 잘 견디는 갑옷 같은 잎도 있다. 뭐랄까. 정말이지 다른 일반적인 식물과는 다르게 생겼다. 몸에 쌓이는 소금기를 털어내면서 살아야하는 숙명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 잘 살펴보면 하얀 꽃이 피는 찔레와 많이 닮아 있다. 해당화를 ‘바닷가의 붉은 찔레’라고 생각하면 딱 맞다. 찔레나무는 숲에서 가장자리에 위치한다. 이제 울창한 숲이 시작됨을 알리는, 숲에서 길로 나감을 알리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해당화도 바닷가에서 점점 땅으로 올라가는 또는 땅에서 바닷가로 내려가는 길목에서 우리를 맞아준다. 이런 아름다운 꽃들이 이끌어주는 자연의 세계라면 매번 찾을 때마다 새롭고, 즐겁다. 지금은 열매가 잘 익어 진한 주황색이 됐다. 꽃도 눈에 잘 띄지만 열매도 눈에 잘 들어온다. 열매의 모양도 심상치 않다. 찔레는 작은 꽃이 여러 송이 모여 나니 열매도 새끼손톱보다 작은 것들이 모여난다. 하지만 큰 꽃이 한 송이씩 피는 해당화는 열매도 크다. 먹을 만큼 과육도 있다. 꽃받침도 그대로 남아 열매 위에 붙어있다. 꼭 작은 문어가 뒤집힌 모양이다. 해당화(海棠花)는 ‘바다에 사는 산사나무 열매를 맺는 꽃’이란 뜻이다. 열매가 이 식물의 가장 큰 특징인 것이다. 

서해 최북단 인천 옹진군의 꽃은 해당화이다. 옹진군 전역에 걸쳐 자라며 옹진군의 명물이다. 옹진군은 2017년, 국비로 백령도 농·특산물가공지원 센터를 설립했다. 해당화 단지를 조성했으며, 그 곳에서 자란 열매를 이용해 음료와 초콜릿을 만들 예정이다. 해당화 열매는 특유의 향과 맛이 있다. 칼슘이 키위의 5배, 비타민이 머루의 1.5배, 항산화물질 폴리페놀 성분은 블루베리보다 3.9배 높단다. 백령도에 가서 새콤달콤한 해당화 음료를 마시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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