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이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외식하러 식당에 가서 앉아있는데, 몇 안 되는 식구들이 각자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에 눈을 두고서는 서로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있더라고요. 허, 참! 가족끼리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까지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됐나 싶어 ‘핸드폰을 내려 놓으라’고 한마디 한 후, 이런 저런 이야깃거리를 내놓으며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참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이 좀 그렇더군요. 

사실, 과학과 문명의 발달에 따라 삶의 편리함이 생긴 것은 부정하지 못할 일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그로 인해 진정한 생활의 소중함이 사라지고 있어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그래서인지 옛 것을 일부러 찾고, 찾아 주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아요. 음악만 하더라도 일부러 턴테이블에 LP판을 걸어서 들으며 ‘치지직’ 하는 카트리지의 긁힘 소리가 지극히 인간적이고 따뜻하다며 찾아 듣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하루가 다르게 원음에 가까운 음 복제기술이 발전하는 이때에 이런 사람들이 고루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가만히 생각하면 그냥 등 돌려버리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요즘 들어 수십 년간 함께 살아왔던 부부들의 황혼 이혼이 많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 원인이 스마트폰이 생겨나고 부부와 가족들 간의 대화가 예전보다 줄어들어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마저 들게 합니다. 

예전부터 팝송을 즐겨 들었던 독자들은 올디스 벗 구디스(Oldies but Goodies)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우리말로 하면 ‘구관이 명관’ 또는 ‘옛 것이 좋다’라는 말이 되겠지요. 저는 다른 분들도 그래왔듯이 아주 한참 전인 30~40년 전부터 올드팝으로 분류되는 곡들을 듣고 부르며 이 말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이 말이 그리 틀리지 않았음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복고조의 음악들이 계속 히트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심지어 커버곡들만으로 음반을 계속 만들어 큰 인기를 끄는 가수들도 아주 많잖아요. 수십 년 전의 곡을 뒤져서 먼지를 털어내고 기름칠 한 후에 새롭게 만들어 내놓는 아티스트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시선을 돌리고 있는 게 요즘입니다. 그 시류에 올라타서 그렇게 됐는지는 몰라도 필자도 칼럼을 통해 소개하고 있는 곡 중에 아주 최신 곡은 별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하. 하

제가 좋아하는 예전 곡 중에 ‘My Babe’라는 곡이 있습니다. 1955년경에 작곡가 윌리 딕슨이 ‘리틀 월터’를 위해 만들어 빅히트 한 이래 엘비스 프레슬리를 비롯한 수없이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 해왔던 귀에 익은 곡입니다. 제가 전에 소개했던 ‘캐딜락 레코드’라는 영화에서도 이 곡이 소개 됐는데, 당시 대부분의 곡이 그러했던 것처럼 원래 전통적 가스펠 곡인 ‘This Train’이라는 곡에 가사를 바꾸고, 편곡해서 세칭 조금 유행을 안다는 세대들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히트된 곡이에요. 

그 곡을 길거리의 거지들도 어지간한 배우처럼 잘생겼다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성공한 블루스 뮤지션으로 인정받는 루디 로타(RUDY ROTTA )의 편곡과 보컬로 소개해드립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장의 앨범만 소개되는 등 별로 알려지지 않았기에 그를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겁니다. 하지만 2003년에 로마에서 자그마치 80만 명의 관중 앞에서 연주하며 노래했던 대중적인 가수이고, 지금까지 20여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블루스계에서 한자리를 차지하다가 작년에 세상을 떠난 쟁쟁한 실력파 뮤지션입니다.

1950년생의 루디 로타는 스위스에서 청소년기까지 살다가 18세가 돼서 이탈리아로 되돌아왔다고 해요.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루디 로타가 소년기를 외국에서 보내고 본국으로 돌아와서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했기 때문에 감성의 폭이 일반인보다 더 넓은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감성의 폭이 넓어지는 계기가 된 것이라는 확신에 필자까지 동참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여하튼 1987년부터 이탈리아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보컬재능과 뛰어난 작곡 능력, 폭발적이면서 공격적인 기타 연주 솜씨로 블루스계를 평정하면서 유럽 쪽의 각종 음악축제를 주름잡게 됩니다. 그 후 미국으로 건너가 소개되기를 가장 뛰어난 유럽의 블루스아티스트 중 한 명이라는 평가를 받게 됩니다. 미국에 입성해서도 그냥 허접한 곳에서 연주활동을 한 것이 아니라 에타 제임스, 비비 킹, 타지 마할, 코코 몬토야 등과 같이 무대에 섰고, ‘My Babe’가 수록돼 있는 2011년 발매 앨범 같은 경우 존 메이올, 브라이언 오거, 피터 그린, 로벤 포드, 케리 벨 등의 블루스계 최고 거성들이 전부 모여 참여하는 등 실력이 쟁쟁한 뮤지션입니다. 

이 앨범에는 플리트 우드 맥의 ‘Black magic Woman’이나 비틀즈의 ‘Come Together’도 블루스로 예쁘게 색칠돼 실려 있는데, 이 중에 ‘My Babe’를 선택해 소개해 드리는 이유는 1950년대 통통거리는 느낌보다 요즘의 무게 있는 분위기로 채색된 이 곡이 독자들의 귀를 활짝 열게 해드릴 것이리라 자신하기 때문입니다. 소개합니다. My Babe~
‘루디 로타’의 My Babe 음악 들어보기
https://youtu.be/GCEIvMw6G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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