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임기가 시작 된지 20여일이 됐습니다.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초등학교 입학생들에게 2주가량의 적응기간을 준다고 합니다. 그 기간 동안 철부지는 학생으로 질양변화를 가질 것입니다. 

짐작해봅니다. 6월 지방선거 당선 이후 복잡 미묘했겠지요. 치열한 선거에서 이겼다는 기쁨과 함께 민의를 대표해 일한다는 설렘도 있었을 겁니다. 동시에 무얼 어떻게 할지에 대한 두려움 역시 컸을 거라 봅니다. 

임기 시작한지 2주여간 겪은 의정활동 어땠는지요. 그 기쁨과 설렘, 그리고 두려움이 현실 정치 앞에서 한순간에 실망으로 변한 건 아닌지요. 적응기간이란 단지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 초등학생 신입생에게만 필요한 과정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진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19일 개원식 모습을 방청에서 내려다 본 1인입니다. 그날 임시회 시작 시간부터 개원식이 열린 오후 6시까지 수차례 본회의장을 들락거리며 현장을 지켜봤습니다. 초선 의원들이 어떤 모습으로 본회의장에 들어설까 호기심을 갖고 말입니다. 애초 계획된 시간보다 4시간여가 지난 오후 2시가 됐어야 모습을 드러내더군요. 제법 익숙한 듯 국장급 공무원들과 악수를 나누더니 이내 정해진 자리에 얌전히 앉아 책상에 놓인 자료를 공부하듯 보는 모습도 목격했습니다. 

그날은 8대 의회 원 구성을 두고 여야 간 대립이 지겹게 이어져 초선의원들의 공식적인 데뷔무대격인 개원식이 사실상 파행됐습니다. 

그래서 묻고 싶습니다. 자유한국당 윤재영 의원님 이선화 의원님, 이진규 의원님, 더불어민주당 김진석 의원님, 명지선 의원님 안희경 의원님, 이미진 의원님, 이창식 의원님 전자영 의원님 정한도 의원님 하연자 의원님 황재욱 의원님. 그날 본회의장에서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혹시 당별로 열린 의총 자리에서 무슨 말씀을 하셨나요. 아닌 근본적인 물음부터 던져보겠습니다. 데뷔무대가 파행이 된 가장 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호사가뿐 아니라 시민들은 말합니다. 용인시의회가 중앙 정치를 따라 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시민을 위한 생활정치는 고사하고 정당만을 위한, 일부 다선 의원만을 위한 정치를 한다고 말입니다. 100만 대도시 용인시에 어울리지 않은 초라한 평가입니다.   

비아 살라리아(Via Salaria)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로마시대 소금을 내륙으로 나르는 길을 뜻하는 겁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그 길 중 하나 정도겠지요. 로마는 내륙지방과 바다를 연결하기 좋은 지점에 있어, 상업이 매우 활성화 됐다지요. 특히 그중 소금은 국가가 독점 판매해 로마를 강대국으로 만드는데 일조를 했다고 합니다. 때문에 비아 살라리아는 강한 나라로 가는 진입구의 또 다른 표현 아니겠습니까. 

제8대 용인시의회 구성도를 보면 전체 29명 중 절반에 가까운 12명이 초선의원입니다. 2주간의 적응기간을 끝냈다면 이제 스스로 용인시의회에 강하게 키울 수 있는 비아 살라리아를 만드세요. 유권자께서 정치 신인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정치 제대로 해라는 염원 때문입니다. 

그 염원의 근본은 변화입니다. 선배 의원에게 본받을 것을 분명히 본받고 그를 미천 삼아 자신만의 정치를 해주십시오. 

벌써란 표현이 무의미할 정도의 임기가 지났습니다. 남은 임기동안 정치가가 될 수 있도록 자신의 목소리를 내 주십시오. 이 세상에 정치꾼은 차고 넘칩니다. 배운다는 자세로 침묵하다보면 어느새 침묵에 익숙해지고, 그 익숙함은 자기 스스로를 가둘 것입니다. 이럴려고 시의원 됐나 하는 자괴감이 들면 이미 늦습니다. 지금 바로 시작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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