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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대비, 규제보다 행동으로
  • 이동훈(서울새로운내과 원장,조지메이슨대 초빙교수)
  • 승인 2018.07.1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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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오고 많은 비가 내리면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자연의 힘 앞에 무력함을 보이는 인간이지만 지혜를 모아 대비하면서 희생은 줄어들었다. 자연 재해를 준비한 가장 유명한 인물은 성서의 노아다. 노아는 홍수를 대비하기 위해 방주를 건설하고 충분한 식량 등의 생필품을 준비했다. 홍수가 끝난 이후 자연을 재건하기까지 했으니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다. 동양에서도 중국의 황하(황허 강) 치수를 통해 재난을 예방한 우가 중국을 지배하는 것처럼 중요하게 생각했다.

노아는 신의 지시를 잘 따라서 훌륭한 대비를 한 것처럼 현재도 각종 사고나 재난을 준비하는 지침이 존재한다. 물론 신과 같이 완벽할 순 없겠지만 피해를 줄일 수는 있다. 근대 이전에도 각종 재난이 발생했고 중앙 정부는 피해자들을 구조하거나 치료했다. 우리나라도 각종 기근이나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정부에서 식량과 약초를 나눠 주었고, 지방에서는 약계를 만들어서 서로 도와주기도 했다. 허준은 <동의보감>을 저술해서 전해져오던 경험적인 치료 방법들을 정리했다. 동의보감은 전국적으로 많이 활용됐고 중국에까지 전해졌던 당시의 베스트셀러였다. 가정에서는 동의보감을 활용해 대증요법을 시행했으나 어느 정도 한계는 있었다.

현대의 재난 대비는 다양한 안전 조치다. 대형 건물에 의무적으로 설치되는 스프링클러 등의 소방시설, 도로의 안전을 위한 차선과 신호등이 모두 재난에 대비하는 장치다. 의료기관에서도 재난에 대비한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소독 작업과 환자 안전과 응급 상황에 대비하는 응급 훈련은 재난 대비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재난을 대비하는 대비책에는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 평생 한번 사용하지도 않을 스프링클러, 소화전은 어떻게 보면 비용을 낭비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형식적으로 설치한 뒤 관리하지 않으면 결국 장비는 노후화되고 실제 응급 상황에서 대처할 수 없게 된다.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서 장비를 설치하는 것보다 유지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의료의 재난이라고 할 수 있는 각종 감염사고 등을 막기 위해 한국 정부는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대부분 법적 규제에 불과하다. 각종 규제를 신설했지만 실제 필요한 재원 투입은 외면하고 있으니 재난이 예방될 수 없다. 감염 사고를 막기 위해 법제화를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본질적인 예방을 위해서는 각종 소독 장비나 설비를 보급하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메르스 유행 시기에도 정부가 지원보다 각종 보고서를 요구하는 바람에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국민들은 보고서를 읽는 관료보다 현장의 어려움을 읽고 지원해주는 지도자를 원할 것이다.

천재지변과 재난이 발생하기 쉬운 시기이다. 의료계에서는 전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에 주의할 수밖에 없고, 매번 손 씻기를 강조하면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공중 화장실이나 대중시설에 손을 씻을 만한 장비가 비치된 곳도 많지 않고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설치하기도 어렵다.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가 소매를 걷고 나서야 할 부분이다. 무상급식보다 무상 손 씻기 장비를 곳곳에 설치하고 유지 관리하는 것은 규제를 만드는 것보다 어렵겠지만 효과는 더 클 것이다.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제보다 행동이 더 필요하다.

이동훈(서울새로운내과 원장,조지메이슨대 초빙교수)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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