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술가임을 잊지 말라. 용기를 잃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으면 성공할 것이다. 신처럼 창조하고, 왕처럼 명령하고 노예처럼 일하라.’ - 브랑쿠시

용인 작가 김호선의 작업실에 붙어 있는 루마니아의 조각가 콘스탄신 브랑쿠시의 이 명언은 어찌 보면 김 작가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말이라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작가 인생은 늘 도전의 연속이었다. 사범대학 출신의 김 작가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화실을 내 화가 생활을 시작한 것도, 미국 유학생활을 했던 것도 그의 과감함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엔 자신이 있었어요. 사범대학에 가서도 미련을 떨칠 수 없어서 화실을 꾸준히 다녔죠.”

그림은 늘 김 작가를 자석처럼 끌어당겼다. 그렇게 김 작가를 잡고 있는 힘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기회로 다가왔다. 남편이 미국으로 발령받으며 그곳에서 정식으로 미술을 공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제게 많은 용기를 불어넣어줬던 시간이었어요. 그간 했던 작업과 다른 느낌의 작품을 많이 해봤죠. 이후 용인에 자리를 잡았고 2년마다 개인전을 냈어요. 그만큼 화가로서 뭔가 자신감을 얻었던 때예요.”

‘도전과 노력’ 두 글자로 요약되는 김호선 작가는 지금 그의 대표작이 될 만한 새로운 시리즈 발표를 위해 준비 중이다.

시리즈 제목은 ‘Somethings about love’. 사랑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표현했다. 이번 작품은 수채화로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움 자연을 그려왔던 김 작가의 작품과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먼저 재료에 다양성을 줬다. 재봉틀을 이용하기도 하고 한지와 먹, 아크릴, 실 등을 이용했다.

“이번 시리즈를 1년 간 준비해왔어요. 작품에 이처럼 집중하고 푹 빠져서 작업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예요. 매일매일 새롭고 매번 업그레이드된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죠. ”

'Somethings about love', 김호선 작

사랑 시리즈는 김 작가의 아기자기한 손맛이 살아있다. 시리즈 준비 초기엔 막 사랑을 시작하는 설렘이 담겨있다면 발표 막바지인 지금은 많은 것을 덜어낸 ‘성숙한 사랑’의 모습이다. 마치 한 시리즈 안에 사랑이라는 인간의 가장 중요한 감정에 대한 성장 과정을 담은 듯하다.

“사랑 시리즈에 용서, 배려, 위로, 화해, 웃음, 여유, 꿈, 희망 등 다양한 감정을 넣었어요. 꼴라쥬라는 형식을 이용했죠. 저만의 독자적인 형식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도 할 수 있어요. 그간 해왔던 작업 방식을 다 내려놓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봤죠. 정말이지 너무 재밌고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밑작업만 10~20번의 과정을 거칠 정도로 공을 들였다. 한지를 여러 번 덧붙이고 채색을 입히고, 긁고 칠하고 또 긁고 칠하는 과정을 반복해 견고한 바탕을 만들었다. 우리 삶이 그렇듯 그 과정은 고통스럽고 힘들었지만 바탕이 견고할수록 작품의 깊이는 더해졌다.

‘별만큼 사랑하다’라는 이번 시리즈 대표작은 그의 탄탄한 작업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하얀 실로 촘촘히 쌓아올린 인생 언덕 위에는 누구나 앉아 사랑을 이야기할 의자가 하나 놓여있다. 그리고 그 주위는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별들이 반짝인다.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그 사람을 향한 사랑과 관심이에요. 그 사랑을 이야기한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은 분들이 위로를 받고 희망을 얻어가셨으면 좋겠어요. 다음 달 초 전시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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