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비좁아 학생·차량 얽혀...학부모들 무책임 행정 비난

심곡초 인근 인도가 없는 도로로 학생들이 자동차와 함께 길을 걷고 있다.

상현동에 위치한 심곡초등학교 학생들이 위험한 등하굣길로 수년간 안전사고에 노출돼 있어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는 심곡초등학교는 매일 아침마다 900여명의 학생을 포함해 교사, 학부모들이 등굣길 전쟁을 치른다. 인도 폭이 1미터 이하로 좁은데다 가로등과 가로수가 반 이상을 차지하는 곳이 많아 아이들은 도로를 주로 이용하기 일쑤다.

인도가 있는 구간은 그나마 다행이다. 일부 구간은 인도가 아예 없는 굴곡진 1차선 양방향 통행로로 매일 아침 자동차와 학생들이 함께 길을 걷는 위험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아침 도로 위에서 교통지도를 하던 한 녹색어머니 봉사자는 “차선 없는 양방향 도로라 때로는 마주친 자동차끼리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며 “위험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나마 등굣길은 이렇게 학부모로 이뤄진 녹색어머니 등 자원봉사자들이 곳곳에 배치돼 아이들이 도로 한 쪽으로 걷도록 지도하고 있지만 하굣길은 상황이 다르다. 불편한 인도 대신 도로 위를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이를 피하는 자동차가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는 게 주민들의 증언이다.

한 학부모는 “벌써 수년 전부터 이곳의 위험성을 경찰서와 구청, 시청에 알렸지만 그 때마다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며 “아이들에게 세뇌시키듯 반복해서 ‘인도로 다녀라’ ‘도로 한 쪽으로만 걸어다녀라’ 교육시키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는 이어 “수지구가 난개발로 유명한 이유는 이런데 있다. 아파트 단지만 가득 들어서 있고 도로와 인도는 마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심곡초 학생들의 등하굣길로 이용되고 있는 인도는 곳곳이 훼손되고 가로등과 가로수가 반을 차지하는 등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실제 2년 전에는 시장과 수지구청장 등 관계자들이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개선을 약속했지만 일부 구간의 인도 확장만 이뤄졌다. 주민들은 “학교 앞 인도는 1.5m 이상이어야 하니 인도를 넓혀달라”고 했지만 구청은 “공간이 부족해 더 이상 인도를 넓히지 못한다”는 대답뿐이었다. 인도가 없는 도로를 일방통행으로 바꿔달라고 한 요구는 주민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다며 없던 일이 돼 버렸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인근 한 주민은 “시의 무책임한 행정으로 만들어진 잘못된 통학로를 개선해 달라고 했더니 당사자가 직접 나서서 인근 주민들을 모두 설득시키라고 하는 꼴이다”며 “지난해 겨울에 인도가 없는 도로 쪽에서 학원차가 후진하다 미끄러지면서 차량 옆 학생 바로 앞에서 멈추는 아찔한 사고가 있었다. 누군가 다쳐야 고쳐질 건가”라고 비판했다.

수지구청 관계자는 심곡초 인근 통학로 문제에 대해 “담당자가 바뀌어 모르고 있었다”며 “현장을 확인하니 정말 위험해 보였다. 그동안 왜 개선이 되지 않고 있었는지 담당 부서를 통해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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