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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 도시의 그늘과 희망
  • 정해동(용인시 도서관사업소장, 행정학 박사)
  • 승인 2018.07.02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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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기 민선 지방자치시대가 열렸다. 1991년에 지방의회가 구성됐다. 하지만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이 선출됨으로써 지방정부 기관 구성이 틀을 갖춘 지 23년이 지났다. 사람으로 치자면 유아기, 소년기를 거쳐 이제 청년기를 지나고 있다.

청춘은 흔들림의 연속이다. 실패는 교훈이고 성공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의 흔들림은 정책 오류나 실패로 나타난다. 소중한 세금을 낭비했다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지역발전과 주민복지는 그만큼 멀어지기 때문이다.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지금까지 흔들림은 대동소이했다. 민선 1~2기는 유아기로서 지방자치는 좌충우돌했다. 50년 가까이 지속된 중앙집권적 행정제도와 문화 속에서 무늬만 바뀐 지방자치제도는 어설프고 서툴렀다. 3~5기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꿈과 야망으로 무장한 지방자치는 지자체마다 대형 투자사업을 내걸고 치적 쌓기에 바빴다. 바람직한 일도 많았지만 무리한 사업은 상당수 지자체를 빚더미 도시로 전락시켰다. 각종 예산낭비 사례로 언론에 뭇매를 맞기도 했다.

청년기에 들어선 지방자치는 너나없이 빚 갚기에 전력했다. 30곳 가까운 지자체가 재임 중 가장 큰 치적으로 ‘채무제로’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채무’와 ‘부채’ 논쟁이 일기도 했다. 시민의 세금으로 값아야 할 돈이 있다면 부채든 채무든 빚이 있다는 의미이다. 정치성을 띤 말장난일 뿐이다. 지자체에 채무가 없다는 것이 국비 확보 문제 등을 고려할 때 마냥 바람직한 것이냐도 논쟁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기준으로 계산하고, 지방채무는 그 지역 1년 예산규모의 비율로 따져서 위기니, 심각이니를 매기는 근거와 정당함을 이해할 수 없다. 논리의 모순이란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자치시대가 진행되면서 심각하게 고려할 것은 인구 늘리기 정책이다. 지방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는 하다. 따라서 모든 도시들이 꾸는 꿈은 ‘인구가 늘어나는 도시’이다. 절박하고 간절함에 공감한다. 하지만 모든 지자체의 도시기본계획에 제시된 인구는 그저 꿈으로 끝날 정도로 부풀려 있다. 10년 후 지자체 인구의 합이 지금보다 1300만 명 늘어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전체 인구의 26%가 뻥튀기됐고, 그만큼의 과잉 개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반증이기도하다. 저출산·고령화의 흐름은 안중에도 없는 계획이다. 이러한 미래 예측과 도시정책들은 마냥 공허할 따름이다.

도시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 교훈은 현재 도시공동화를 넘어 신도시 공동화가 진행 중인 일본에 있다.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를 일본은 이미 2006년에 접어들었고, 우리는 2026년 들어설 예정이다. 불과 8년 후에 벌어질 일이다. 이제 수도권의 ‘위성도시’들은 그 명칭의 종속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때 서울의 팽창과 수도권 집중 현상이 위성도시의 개발로 이어져 특별한 노력 없이 무임승차한 경우가 허다하다. 상당히 진행되고 있는 일본 도쿄 외곽 위성도시 몰락의 전초 현상들을 눈여겨봐야 한다. ‘위성도시’에서 ‘자족도시’로의 변신이 관건이다. 베드타운에서 탈피해 일거리, 먹거리, 놀거리를 만들려고 머리를 싸매야한다.

도시팽창 중심에서 ‘성장관리’ 중심으로의 전환이 핵심이다. 개발자본 확장에 무게를 둔 전략을 사람가치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 도시건축물과 시설물을 비롯한 물적 공간의 확장에서 그 건물 안에 사는 사람, 시설물을 이용하는 사람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시정책을 집중해야 한다. 경제적 가치 중심의 외형적 도시성장에서 사람 중심의 도시 가치를 찾는 ‘진보도시’를 추구하는 것이다. 즉 ‘장소의 번영’에서 ‘사람의 번영’으로 전환을 의미한다.

선진국의 모든 도시는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 성년을 훌쩍 넘긴 한국 지방자치, 이제 그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할 때다. 시행착오와 정책실패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그것은 도시의 생존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는 책임을 따져 묻고 회초리를 들 정도로 성숙했다. 지역의 미래를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넘어 미래를 직시할 줄 아는 유능함이 관건이다. 지방분권으로 넘어온 권한을 오로지 시민만을 위해 써야 한다. 그 과정은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지방정부에서 시민으로 권한 이양이 지방자치의 완성이다. 시민이 주권자인 시민주권시대가 진정한 지방자치이기 때문이다.

청년기 지방자치, 지금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흥망이 달려있다. 눈앞의 치적이나 이벤트가 아닌 지속가능한 도시정책이 절실하다. 새로운 출발의 시점에서 이미 드리워지고 있는 지방자치의 그늘을 걷어내고 희망을 안겨주는 ‘시민의 시대’를 기대해 본다.

정해동(용인시 도서관사업소장, 행정학 박사)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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