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보건소 제안 연극팀 결성
치매·외로움 이기려 모임 시작 
어린이집 공연 성공적 첫 무대 

“그거라면 아무 문제가 없어. 네가 외롭지 않게 우리가 친구가 돼 줄게. 용기를 내서 함께 해봐요.” - ‘브레멘 음악대’ 중에서
“이 대사를 보고 다들 울컥했어요. 우리한테 딱 맞는 말이잖아. 늘 혼자여서 외로웠는데 누군가 와서 친구가 돼 준다고 말하는 거 같았어요.”
2일 수지시립어린이집에서 특별한 연극이 펼쳐졌다. 정남순(81), 우영희(76), 윤인자(75), 이필례(70), 황금옥(70) 씨로 구성된 ‘홀몸 노인 공연단’이 꼬박 두 달 동안 연습해 선보인 ‘브레멘 음악대’였다. 돼지, 고양이, 닭 등 탈을 쓴 노인들을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집중해 쳐다봤다. 

“뿡뿡~ 아이 부끄러워.”
닭이 방귀를 뀌는 대목에서는 아이들도 선생님도 연극을 하는 노인들도 배꼽을 잡고 웃는다. 이번엔 주인공들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자며 ‘우리랑 같이 놀이할 아이들이 있느냐’ 묻는다. 무대에 오르는 게 부끄러울 만도 한데 열댓 아이들이 손을 들고 나선다.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하는 게임 타임이 시작됐다. 그야말로 요즘 유행하는 ‘관객 참여형 연극’이다. 
“여러분 우리는 남편이 일찍 하늘나라로 떠나고 혼자 남아 외롭게 살고 있는 할머니들이에요. 그런데 오늘 여러분들을 보니 너무 행복해요. 고마워요.”
연극이 끝나고 한 노인이 아이들에게 말했다. 혼자 산다는 게 어떤 건지 아이들이 알까. 그래도 아이들은 할머니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며 박수를 쳤다. 
맨 처음 연극모임을 하지 않겠냐고 제안한 건 수지구보건소 건강증진팀 직원들이었다. 평소 홀몸 노인들의 안부를 묻고 생활을 챙겨오면서 이들이 좀 더 자연스럽게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해오던 터였다. 

“혼자 외롭게 지내는 홀몸 노인들에게 대사를 외우며 치매도 예방하고 아이들에게 재능기부도 할 수 있다고 설득했어요. 힘드셨을 텐데 즐겁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수지구보건소 건강증진팀 이미자 씨는 처음에 무슨 연극이냐며 고사했다가 용기를 낸 노인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이. 한 줄 대사도 그렇게 길 수가 없었다. 잊으면 또 외우고 그래도 잊으면 옆에서 불러주는 대로 읊었다. 혼자 있는 시간에도 연습하고 또 했다. 그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연극 모임 5명 노인들은 브레멘음악대의 주인공이 돼 갔다. 
“공연 전 딸에게 격려 전화도 받았어요. 내가 제일 대사가 많아서 혹시 실수할까봐 걱정했는데 그럭저럭 해낸 거 같아 다행입니다.” 우영희 씨는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대사를 외우기 위해 딸을 불러 연습을 했다는 후문도 전했다. 

연극 내내 적극적인 모습으로 아이들의 웃음을 유발했던 이필례 씨 “내 인생에 잊지 못할 한 획을 그었다”며 성공적인 공연을 자축했다. “처음에는 자신이 없었지만 연습하는 내내 서로 다독이고 용기를 북돋아줬어요. 지금 생각하니 그 시간이 참 소중해요. 앞으로 또 우리를 부르는 곳이 있다면 공연을 계속 하고 싶어요. 저희 불러주실래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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