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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여는 용인시민들] 5년 째 편의점 운영하고 있는 여인호씨모두 잠들고 불빛 가득한새벽을 만나다
여인호씨가 새벽 근무 중 직접 찍어 보낸 사진

올해로 5년 째 처인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여인호 씨. 그의 나이는 만 45세다. 대학 졸업 후 몇 몇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집 근처에 평생직장을 마련하자는 생각에 편의점을 냈다. 여 씨가 집 근처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기로 작정한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홀로 생활하고 계시는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서다. 이미 친구들은 결혼해 학부모가 될 나이지만 여 씨는 아직 혼자다. 물론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은 굴뚝같지만 그에게 연애는 솔직히 부담스럽단다.

여 씨의 하루는 오후 2시에 시작한다. 기자가 그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시간도 2시 즈음이다. 평소보다 일찍 나왔다는 그는 어제 5시간 남짓 잤다며 일상이 피곤하다는 푸념을 먼저 꺼냈다.
아르바이트생 한명과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하다보니 사실 출근 시간은 의미 없이 정해진 것과 같다. 여 씨의 삶은 여느 시인이 말한 것처럼 풀과 비슷하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고,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아르바이트생보다 먼저 나와 늦게 퇴근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야간근무를 돕고 있는 여 사장의 어머니

가장 손님이 많은 저녁 시간대인 오후 6시 이후 3시간. 편의점 특성이 그런지라 목돈은 들어오지 않으면서도 허드렛일이 이어지는 시간대란다.
“한개 팔면 백원 단위로 남는 물건을 계속 판다고 생각해봐요. 힘들죠. 제가 직접 운영하는 가게니깐 참고 일하는 거죠. 손님은 많아 보이고 힘은 들고 그런데 실제 주머니에 남는 건 별로 없고. 아르바이트 직원이 오히려 왜 장사를 하냐고 묻기도 해요”

한 차례 손님이 밀려온 이후 사실상 새벽녘까지 공허하게 편의점을 지키는 경우가 많단다. 특히 하루 수익을 정산할 즈음이 되면 5년 전과 비교해 매출이 많이 줄었다는 것을 여실히 느껴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란다.
“아마 하루 매출이 5년 전과 비교해 20% 가량을 준 것 같아요. 인근에 (초중)학교가 있어 제법 장사가 됐는데 지난해에 인근에 있는 구멍가게가 편의점으로 바뀌더니 얼마 전에는 확장까지 했거든요”

여 씨는 분명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장님’이다. 그것도 미래가 여전히 창창한 40대 사장이다. 하지만 여 씨는 하루 평균 15시간가량을 일한다. 최저 임금 기준을 책정해 받아야 할 임금을 받는 것도 아니다. 서로 의지해가며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는 직장 동료가 있는 것도 아니다.
“손님이 많아도 힘들지만 손님이 없을 때는 더 힘들어요. 앉아 있는데 뭐가 힘드냐고 물을 수 있지만 생각보다 앉아 있는 시간이 적어요. 가게 정리하고 물건 넣고 이래저래 하다보면 거의 대부분 시간을 서 있거든요”

여 씨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새벽대란다. 물론 영업상 가장 비효율적인 시간도 이 시간대지만 여 사장은 생각할 수 있는 새벽녘이 좋단다.
“솔직히 새벽에는 문을 닫고 싶어요. 손님도 없는데 가게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게 얼마나 비효율적인데요. 근데 혼자 있으면 옛날 생각도 하고, 미래 계획도 세우고 별별 생각을 다해요”
여 씨의 새벽녘 생각 중 최근 가장 많이 머리를 맴도는 것은 아무래도 결혼이란다. 몇 해 전 함께 생활하던 남동생이 결혼해 타지로 이사 간 이후 줄곧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그에게 새로운 가족의 필요성을 절실하단다.

“솔직히 너무 외로워요. 매일 아침에 퇴근해 집에 가면 공허해요. 언제까지 이런 삶을 살아야 하냐는 생각도 들고요. 결혼을 하려면 연애를 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잖아요. 대학 다닐 때 미팅했던 친구들 연락처라도 있으면 한다니깐요”
최근 최저 임금 인상이 부담스럽지 않냐는 물음에 여 씨는 오히려 함께 일하고 있는 직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단다. 예전보다 경쟁해야 하는 가게가 많아지고, 빈번히 범죄가 발생으로 공포감이 많이 생겨 야간에는 이동하는 사람이 줄어 장사가 안되는 게 직원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란다.

게다가 임대료 등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도 매년 올라 몇 번 직원을 해고한 적도 있단다.
“예전만큼 장사가 안 되기 때문에 직원 임금 인상이 부담스러운 거잖아요. 장사가 예년만 못한 건 골목상권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부 책임이죠. 임대료 인상이나 각종 세금 인상에 비하면 인건비 인상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궁금했다. 정말 다른 일을 할 계획은 없는지. 여 씨의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런 마음이 간절하단다. 그럼에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를 묻자 좋은날 올 것이라는 기대가 아직 있기 때문이란다.

“장가도 가야하고 어머니도 모셔야 하는데, 당장 이 나이에 새 직장을 구한다는 것도 쉽지 않아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최대한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어요.”

임영조 기자  yjlim@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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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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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이팅 2018-04-06 08:29:08

    편의점 사장님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수입에 많이 힘들죠.. 임대료 부담 카드수수료 부담만 덜해도 최저임금 1만원 주는 넉넉한 사장님 될텐데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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