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6일 용인시청에서 용인마을네트워크 창립총회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그 전 주에는 ‘용인시민파워613’이 동백 마을밥상에서 창립총회를 가졌고, 작년 12월에는 수지 느티나무도서관에서 용인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가 출범했다. 이 외에도 2017년 이후 다양한 형태의 주민(시민) 조직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생겨났으며 설립 목적에 부응하는 사업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

현대적인 대도시로 발전한 용인의 다양성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러한 단체들은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자율적 운영, 그리고 그 설립 목적이 공공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용인 시민사회 활성화와 확대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단체들은 시민 공통의 욕구와 불만, 문제의식을 충족시키기 위해, 미래의 비전을 공유하고 실현하기 위해 결성됐기에 나름의 정당성을 담보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만 진단하기에는 몇 가지 아쉬운 부분도 발견된다. 이런 양적 성장이 반드시 질적 발전을 담보하지 못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는 회원들과 시민들이 느끼는 피로감이다. 설립 목적에 따라 각각의 단체들은 나름의 차별성을 담보하고 있지만 일반 시민들도 이 차별성을 인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회원들도 이중, 삼중의 멤버십을 갖는 경우가 허다해 회원 자신과 단체와의 정체성이 모호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게다가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SNS 신호음은 엄청난 공해와 스트레스를 유발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다수의 단체가 공익성을 표방하며 보다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설립됐는데, 이런 피로감을 갖는 회원들과 함께 과연 그 목적을 성공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회의가 들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이러한 구조를 가진 단체들은 때론 사상누각과도 같고 카드로 지은 집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어느 정도 성숙한 용인 시민사회는 구체적이고도 큰 그림을 그릴 때가 되지 않았을까? 다시 말해 용인 시민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용인을 스스로 설계할 때가 됐다고 감히 주장한다. 난공불락과 같은 박근혜 정권을 평화적으로 무너뜨린 시민들이 아닌가. 용인 시민사회는 이제라도 여전히 난개발과 교통문제에 고통 받고 괴로워하며 교복 무상 지급정책을 치하하고 감사하는 수동적 시민들에게 능동적이고 주체적 삶을 살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답답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기획하는 큰 그림은 설립 목적이 공익적인 단체들의 연대를 통해 가능해질 수 있다. 기계적이 아닌 유기적인 연대는 단체들 사이 소통과 신뢰가 전제돼야만 한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연대가 가능해진다면 공통의 관심사와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치에 대한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정치는 태어날 때부터 선택된 정치인들의 몫이 결코 아니다. 정치적 동물인 인간은 정치로부터 소외될 수도, 정치를 멀리할 이유도 전혀 없는 것이다. 수동적 시민은 정치의 지배를 받지만 능동적 시민은 정치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는 능동적 시민의 몫이다.

용인에는 우리가 바라는 정치를 할 수 있는 무한한 자원이 잠재해 있다. 원유를 채굴하듯 시민단체들이 굴착기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좋은 시민사회는 좋은 정치 환경에서 성립 가능한 것인데, 용인 시민사회는 지난 10여 년 동안 훌륭한 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충분한 현장에서의 학습과 경험을 축적해 왔다. 따라서 훌륭한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훈련과 학습 또한 이루어진 셈이다.

결론적으로 용인의 시민단체들이 함께 모여 공익적 시각으로 용인을 설계해가면서 서로 연대해 각 단체의 설립 목적에 따라 활동한다면 회원들은 눈치 보기나 명분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판단으로 선택한 단체에서 보다 집중해 활동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정치에도 입문해 정치사회와 시민사회 사이의 통로 역할도 하면서 동시에 회원들에게는 정상적인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정치사회와 시민사회와의 유기적 관계야말로 훌륭한 정치의 전제가 되며 시민사회가 이를 주도해야 한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용인에서는 걸음마 단계의 시도를 ‘용인시민파워613’이 실천하려 한다. 용인 시민사회의 이러한 시도가 성공적 결과를 얻으려면 보다 많은 공익적 목적을 지향하는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용인시민파워 613’에 참여해 연대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해진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시민사회와 정치사회 사이의 유기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실험이 전국적으로도 성공한 예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용인에서 어떤 결실을 맺게 될지 큰 기대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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