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웃의 이름을 아시나요, 서로에게 관심을

유동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경전철 역사. 15일 비가 내린 가운데 한 칠순의 여성이 지갑을 잃어버려 안절부절했지만 당장 곁을 지나는 사람은 무관심했다. (자료사진)

빗줄기가 세차게 내린 15일. 경전철을 타고 기흥역에서 시청역까지 이동했다. 봄비 치고는 제법 강하게 내렸다. 그래서일까. 보통 때보다 경전철 역사는 더 어수선했다. 사람들 발자국에 붙어 들어온 물기에 역사 바닥은 축축해졌다. 바닥을 걷는 사람들은 약간의 불안감을 보였지만 이내 평소 걸음을 내딛었다. 하지만 70대 여성이 안절부절 못한 모습으로 역무원을 찾아 다녔다.

역무원의 대화로 추측하건대 어느 역에서 지갑을 잃어버린 모양이다. 정확한 분실지점을 몰라 역무원 역시 이래저래 연락을 취해보지만 정작 기다리는 답변은 그로부터 제법 시간이 지난 뒤로 여겨진다. 간신히 지갑을 찾았다는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이 장면이 뇌리에 남는 이유는 따로 있다.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어떻게 해야 되나. 여기 경찰서가 어디 있냐. 아이고 답답해라”

70대 여성을 처음 봤을 때 혼잣말로 되뇌던 말이다. 주변을 지나던 기자를 비롯한 10여명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급기야 역무원을 발견하고서야 긴 한숨과 상황을 설명했다.

무관심이 세태가 된 모양새다. 경전철 한 역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역무원은 “분실물이나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사람이 있어도 대체로 무관심하다”라며 “아무래도 바쁜 마음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경우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다”라고 말했다.

기흥구 한 대형 아파트 단지.

전체 주택의 80% 가량이 아파트인 용인. 게다가 최근 지어진 대부분의 주택 건축물은 아파트이다. 하지만 일부 아파트의 경우 평수별 진입로가 다르다. 대문마저 열어두고 생활하던 지난 마을 공동체가 사라지고 아파트 숲에 이웃 얼굴조차 모르고 살아가는 요즘이다 그나마 서로간의 대화가 단절되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 새로운 벽이 하나 더 생긴 것이다. (자료사진)



기흥구 공세동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유민석(49) 씨는 “큰 평수 단지와 그 외 단지는 들어가는 입구부터 다르다. 그쪽으로 갈 일이 없으니 교류도 없다”라며 “이 아파트에 이사 온지 4년이 넘었는데 오히려 단지 내 사람들보다 외부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난다”라고 말했다.

유씨는 이어 “주말이나 집에 있는 날에는 주변 사람들을 만나는데 많은 소통은 없다”라며 “자녀가 또래거나 그렇지 않으면 특별히 서로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다시 발길을 돌려 기흥구 구갈동에 있는 한 경로당. 어느 텔레비전에서 본 옹기종기한 상황을 예상했지만 오후 3시가 조금 넘어 찾은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인근에 있는 소규모 공원이 더 인적이 많았다. 공원에서 만난 서복호(68) 씨는 “경로당에도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다. 외지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예전처럼 서로 잘 지내고 그렇지 않다”라며 “서로 관심을 가지는 것도 불편하고 오히려 혼자 공원에 시간을 보내는 것이 변하다”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서씨는 또 “공원에 한 시간 정도 앉아 있어도 안면이 있어도 이름이나 집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예전에는 누구 집 자식인지 다 알고 인사도 하고 했는데 이제는 서로 다 무관심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공원에서 10여분 걸어 만난 김모(57)씨. 김씨는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어 누구보다 이곳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실제 올해 초 주변에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기자에게 구체적으로 상황을 전해준 이도 김씨다.

김씨는 “동장이나 반장이 아니더라도 한 마을에 오래 살면 웬만한 일을 다 알잖아요. 근데 이제는 주변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몰라요. 용인 인구가 100만명이라는데 그중에 알고 지내는 사람 100명도 안돼요. 사실상 대부분 모르는 사람인데 무슨 관심을 가져요. 무관심한게 당연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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