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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쇠나무로 만든 스키, 고로쇠썰매
  • 신승희(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생태활동가)
  • 승인 2018.03.1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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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쇠나무 잎

한겨울을 후끈하게 달궜던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고 패럴림픽이 시작됐다. 많은 걱정과 염려 속에 시작된 올림픽이지만 역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동계올림픽을 지켜보긴 처음이었다. 스타도 나왔고 유행어도 나왔다. 그리고 평화올림픽이라는 이름에 맞게 한반도 평화를 위한 큰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희망도 보았다. 컬링이 전 국민에게 주목받았고 썰매경기인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이라는 단어가 일상용어가 됐다. 하얀 눈 위에서 펼쳐지는 스키와 보드 종목이 그렇게 다양한지 처음 알게 됐다.

사실 개인적 취향으로는 스키라는 운동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마지막 자존심이 있듯이 필자에게는 스키를 좋아하지 않는 줏대가 있다. 많은 스키장들이 숲을 마구잡이 훼손하고 깎아 내어 만든 전력이 있기에 생태활동가로 살아가는 본인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거다. 같은 맥락으로 골프도 찬성하지 않는다. 스키와 골프가 처음 만들어진 지역에서는 자연 그대로의 여건에서 자연스레 파생된 생활이었지만 우리나라로 오면서 인위적으로 자연을 훼손하며 만들어진 오락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에서 스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겨울이 있고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 있기에 그 지역을 오고 가며 사용된 생활 도구로서 스키가 있었다. 현대의 스키와 꼭 닮은 모양으로 정식 명칭은 ‘고로쇠썰매’다. 고로쇠나무를 얇고 긴 판자로 켜서 앞을 구부려 만들었는데 현대 스키보다는 좀 짧다. 잘 미끄러지게 하기 위해 벌집 밀랍을 칠해서 불에 구워가며 만들고 썰매 중간에는 새끼줄이나 가죽 끈을 달아 발을 묶을 수 있게 했다.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 중 하나로 단풍나무와 비슷한 잎을 가지고 비슷한 열매가 달린다. 또한 골리수라 해서 뼈에 이로운 나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그 덕에 매년 경칩 때가 돼 나무에 물이 오르게 되면 사람들은 나무에 구멍을 뚫고 물을 채취하기로 유명한 나무이다. 고로쇠 수액에 이어 고로쇠썰매까지. 브랜드 이름이 상품 이름이 된 경우이다.

또한 고로쇠 썰매와 짝으로 설피를 신고 다녔다. 설피는 눈길을 걸을 때 미끄러지거나 눈에 발이 빠지지 않도록 신발 아래쪽에 덧대는 도구로 테니스라켓의 동그란 부분을 신발 아래에 묶었다고 상상하면 된다. 눈에서 신는 신발이라 설피라고 부른다고 하는 얘기도 있고, 산에서 신는 신발이라 산피라고도 부른다. 주로 다래나무나 머루나무, 노간주나무, 물푸레나무 따위를 이용해서 만들었다. 가볍고 잘 휘어지면서도 쉽게 부러지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나무들이다. 다래나무, 머루나무, 노간주나무는 껍질을 벗겨 다듬은 다음 뜨거운 물에 넣고 천천히 힘을 주어가며 타원형으로 구부려 만들고, 물푸레나무는 불에 쬐어가며 휘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새끼줄이나 가죽 끈으로 가로 세로로 묶어 바닥을 만들었다.

수액 취채 모습

주로 오르막길에서는 설피를 신고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고로쇠썰매를 타고 빠르게 내려왔다. 손에는 긴 막대를 하나 들고 다녔는데 그 긴 막대로 중심을 잡고 내려왔다. 긴 막대 끝에는 창을 꽂아 사냥하기도 했다. 눈이 많이 오는 곳에서 편리하고 빠른 교통수단이었다. 오늘날 아이젠과 스키인 셈이다. 긴 현대 스키보다 짧은 고로쇠썰매가 한국의 산악 지형에 적합하다고 해서 특전사 부대의 겨울 훈련에 사용되기도 했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기념으로 발행한 삼만원짜리 금화에도 고로쇠썰매와 설피를 새겼다. 그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상징이다. 또 하나 중요한 의미로 새겨야 할 것이 있다. 올림픽 때문에 훼손된 가리왕산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복원이다. 가리왕산은 독특한 생물종들이 서식하는 원시림으로 역사적·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평가받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개발을 엄격히 제한해왔다. 그런데 올림픽조직위는 해발 1420m인 가리왕산이 최적지라고 결론 내리곤 대회가 끝나면 복원한다고 약속하고 ‘특별법’까지 만들어 밀어 붙였다. 가리왕산의 수백 년 된 나무들이 활강스키장 건설 과정에서 잘려나갔다. 감동적인 스포츠를 즐겼던 만큼 이젠 우리가 책임질 차례다.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볼 일이다.

신승희(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생태활동가)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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