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무술년(戊戌年) 개띠 해입니다. 개띠해도 그냥 개띠 해가 아니라 황금개띠 해라지요? 그래서인지 음력을 사용하는 몇몇 나라에서는 지난 연말부터 마케팅 쪽에서 홍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얼마 전에 여행 차 다녀온 싱가포르 시내에는 큼직큼직한 개 조형물이 도로 곳곳에 설치돼 장관을 이루고 있더군요. 마치 큰 국가행사를 치르듯 화려하게 설치돼 있는 거리 조형물과 빌딩들의 장식을 보며 지나려니 올해가 황금개 해이든 똥개 해이든 사람 살아가는 일에 무슨 차이가 있는데 저리 난리들일까 하는 생각마저 들던데요. 하 하!

여하튼 같은 개라고 해도 황금이라는 말이 앞에 붙으니까 왠지 역동적인 생각이 먼저 들기는 합니다. 제자리에 가만히 앉아있거나 슬슬 걸어가면 안 되고, 가만히 웅크리고 있다가 멀리 힘차게 뛰어 나아가야만 할 것 같은 그런 생각 말이지요. 그래서 그런가요? 마음가짐이 조금은 달라지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오랫동안 제 마음에 두고 있던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실제를 보여준 밥 시거(Bob Seger)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그 이름 석 자 때문에 식은 밥이니 찬밥이니 하고 불리며 사랑을 받아왔던 가수입니다. 엘튼 존(Elton John)처럼 가끔 건반을 치면서 노래하는 수염 덥수룩한 넉넉한 체구의 아저씨랍니다. 젊었을 때 사진을 보면 검은 수염이 뭔지 모르게 지저분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나이 들어 흰 수염으로 바뀌니까 인심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느낌마저 줍니다.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났어요. 미국의 자동차도시라고 하는 그곳 말입니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가족을 버리고 집을 나간 이후 무지무지 고생을 하며 자랐던 모양입니다. 고생하며 자랐으면 ‘인생은 한방이다’라는 우스갯소리처럼, 가수 데뷔를 하자마자 한방에 그 고생 다 갚아지는 큰 성공을 해야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 이야기 들을 텐데, 인생이 그리 녹녹하지는 않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밥 시거도 데뷔하고 난 후에 ‘어~ 이 친구, 음악 좀 제법 하는데’ 하는 주변의 반응만 있었을 뿐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해 상당기간 실의에 빠진 나날들을 보냈어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며 이제는 되었다 할 법한 히트곡이 하나 나왔는데, 그 곡 나오고 난 다음에는 후속타가 없어 또다시 흐지부지해져 버렸어요. 그래서 음악은 나와 맞지가 않는가 보다 하는 마음에 아예 마음을 접고 음악계를 떠나 은둔 생활을 했답니다.

그러나 ‘그래도 그리 살면 되겠느냐’는 주변 뮤지션들의 권고로 다시 심기일전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고 연주활동을 활발하게 했으나 또다시 교통사고를 당해 활동이 중단돼야 하는 좌절을 맛봤지요. 그야말로 가혹한 운명의 여신이 그의 곁에 있었나 봅니다. 그러다가 데뷔한지 12년여가 된 1976년 ‘Night Moves’라는 이름을 붙인 앨범을 내어놓았는데, 이 앨범이 플래티넘 판매를 이루면서 고생뿐이었던 그의 인생이 탄탄대로로 바꾸어 버렸대요.

또 같은 해 고향인 디트로이트에서 성공적으로 열렸던 공연실황을 앨범으로 내어놓았는데, 그 앨범은 고향사람들의 열광적인 응원과 환호가 밥 시거의 음악과 함께 어우러져 최고의 명반으로 자리매김 하게 됐지요. 이걸 보고 인생은 한방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어느 쪽의 한방이던 그 한방은 이미 나오기 위해서 충분히 워밍업하고 미리 준비하고 쌓아 올린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겠지요.

밥 시거가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게 된 1970년대 중반에는 그가 인기를 끌게 될 수밖에 없는 문화적인 분위기가 미국에 깔려있었습니다. 그 무렵 밀물같이 밀려왔던 펑크 음악들을 사회에 이런저런 불만만 가지고 있는 어린 낙오자들의 철딱서니 없는 반항으로 여겨버린 기성세대들이 있었습니다. 펑크와는 생리적으로 맞지 않는 젊은 팝 팬들에게 밥 시거의 음악은 푸근한 마음의 안식처가 됐기 때문이었지요. 그랬기에 그의 인기는 내리 계속 됐던 겁니다.

밥 시거에게는 꽤 많은 대중적인 히트곡이 있는데, 이번 호에는 헤비메탈의 전설로 불리는 메탈리카(Metallica)나 밥 웰쉬(Bob Walsh)를 비롯한 많은 가수들이 다시 따라 부른 ‘Turn the page’를 소개하려 합니다. 아주 진한 색소폰 연주로 문을 여는 이 곡은 성공을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뮤지션들의 애환을 그린 곡으로, 곡 전체에 애수적인 분위기가 녹아 흐르고 있습니다. 원래는 1973년에 만들어 내놓은 곡인데,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버전도 좋지만 라이브 앨범에 담긴 버전이 정말 기가 막힙니다. 백인이면서 호소력 짙은 블루지한 창법으로 걸쭉하며 멜랑꼴리한 느낌으로 부른 이 곡은 밥 시거의 진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매력 있는 곡입니다. 부록으로 메탈리카 버전도 함께 들려드립니다. 아마도 다 듣고 나면 좋은 곡은 누가 불러도 다 좋다 하고 느낄 겁니다.

● 밥 시거의 Turn the page 보고 듣기
    https://youtu.be/lzGpLcQDDyM
● 메탈리카의 Turn The Page 보고 듣기
    http://youtu.be/dOibtqWo6z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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