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으로 이어진 특별한 인연, 다시 만나다

이영미술관 ‘인연이 있는 그림들’
정진용 등 전시작가 모아 특별전

작가에게 전시를 했던 미술관은 특별한 인연이다. 관객과 작가 역시 작품으로 이어진다. 이런 특별한 인연을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용인에서 열린다.

이영미술관은 지난 특별전에서 선보였던 작가들의 대표 작품을 모아 기획전을 마련했다. 오는 28일까지 이어지는 특별기획전 ‘인연이 있는 그림들’은 작가 이경성 홍재연 이재삼 홍경택 정진용 이해전의 주요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국내를 비롯해 미국, 중국, 대만 등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정진용 작가는 장엄한 동서양의 건축물로부터 받은 느낌 감흥과 역사의식을 주로 다룬다. 정 작가의 세심한 묘사와 동양적인 색감, 하나하나 붙인 비즈가 조화를 이루며 신비한 느낌을 더한다. 그 중 ‘금강전도’는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를 분할해 그린 그림이다.

정 작가는 산수화 중 으뜸으로 꼽히는 정선의 금강전도를 모티브로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금강전도를 16개로 분할해 이를 적절한 위치에 배치한 점이 인상적이다. 디지털프린팅과 먹에 의한 재현의 시도들을 통해 동양화에 대한 현실적인 정체성을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작가 이해전은 우연적 요소와 두툼한 질감이 두드러진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파리 유학 생활의 영향을 받아 형태의 모호함을 이용해 이야기 한다. 그러나 이 작가의 작품들은 여느 추상 화가들과 같이 단순히 우연의 효과에 작업을 전적으로 맡기지 않는다. 작가는 일반 붓 대신 페인트용 붓을 사용해 대범하고도 자유분방한 필치를 선보인다. 작품 속 여러 터치들은 빠름과 느림, 강함과 약함, 긴장과 이완이 공존해 작가의 세심한 계산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빛과 색이 어우러진 추상회화 작품 중 많은 사랑을 받았던 대표작들이 관객을 기다린다. 

소멸법으로 유명한 이경성 작가의 이영미술관 소장품도 이번 전시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작품들은 군중 속 고독한 인간 군상을 모티브로 했다. 이 작가 특유의 빠르고 직관적인 붓(또는 펜) 터치로 인물의 형태를 극도로 단순하게 생략하고 세부모사와 표현을 절제했다. 이 같은 익명의 인물 연작을 통해 외부 세계에 대한 재현이 아닌 그가 삶에서 터득한 허무주의적 세계관과 생명, 인간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을 담담하게 드러내고 있다.

수십년 동안 대형 추상화 작업을 펼쳐온 홍재영 작가는 서양 물감을 재료로 동양적인 선과 수묵화 같은 느낌을 자아내는 감각이 타고 났다. 불교의 부도를 차용해 긴 타원형에 창이 난 듯한 형상으로 패턴을 이룬 추상화들이 그의 작업세계를 대변한다. 캔버스 회화와 같은 주제로 확대된 팝아트와 같은 석판화는 감상의 또 다른 묘미다.

홍경택 작가의 전시작은 기하학적인 도형으로 불교 패턴을 바탕을 만들고 해골과 꽃, 부처의 손가락 모양이 번갈아 나타나며 윤회를 표현했다. 중간마다 보이는 국화꽃은 ‘피고지는’ 생의 짧음, 덧없음을 의미한다. 해골의 눈에 표현된 꽃은 ‘부귀영화’를 바라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목탄 작가 이재삼은 흑백미학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이 작가의 손을 통해 목탄은 나무였던 스스로를 연소시켜 자신의 온몸을 숲의 이미지로 환생시킨다. 목탄은 단순히 검은 색이 아닌 검은 공간을 만들어 인간의 무의식과 깊은 교감을 불러온다. (문의 이영미술관 031-213-8223)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