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룩(1714~1787)의 대작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에서는 신도 감동시킨 지고지순한 남녀 간 사랑이 주제였다. 그래서 “에우리디체 없이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네”라는 아리아로 관객들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던 역사를 창조했다. 그들의 진실한 사랑은 신들도 감동시켜 죽은 이도 살리는 영원한 사랑을 창조하게 된다. 불과 한 세기도 채 지나지 않아서 이 숭고한 사랑은 가벼운 익살과 웃음을 즐기고자 하는 불륜의 패러디로 재창조 된다. 바로 ‘지옥의 오르페’이다. 하지만 첫 공연에서는 피가로지의 혹평을 면치 못했다. 이후 15년이 지난 후에야 인정을 받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당시 정치적인 배경이 크게 작용했다.

나폴레옹 2세가 곧 닥칠지도 모를 권력의 몰락을 예감하면서 엔터테인으로 위로를 받고자 하는 욕구와 그 자신을 스스로 비하하고자 하는 심리가 작용한 까닭이다. ‘지옥의 오르페’는 진실을 뒤집은 패러디였기에 자기 멸시적 요소(원작의 멸시)가 짙게 배어 있다. 여기에 더해 그 유명한 캉캉춤의 도입은 온 나라를 캉캉과 그의 스텝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그랜드 오페라(역사적인 사실이나 영웅들의 이야기를 다룬 오페라로 무대나 형식면에서 대작을 강조하는 웅장함이 돋보이는 프랑스인들의 자부심)에 눌려 잠시 침체됐던 장르인 오페레타도 프랑스에서 다시 인기를 되찾게 됐다. 작곡가 오펜바흐는 가벼운 소재이지만 음악적으로 훌륭한 모든 요소를 가미할 수 있는 대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평가된다.

지옥의 오르페(Orphée aux enfers)
오페레타 4막
작곡가 : 자크 오펜바흐(1819~1880)
대본가 : 뤼도빅 할레비, 헥터 크레미유(1833~1908)
초연 : 파리 보페 파리엔 극장(파리 부파 극장), 1858년 10월 21일

시놉시스

오르페(오르페오의 프랑스식 발음)와 에우르디스(에우리디체의 프랑스식 발음)의 신화를 패러디한 작품.

오르페는 바이올린 교사다. 하지만 지루하기 짝이 없는 결혼생활에 싫증난 그의 아내 에우리디스는 결코 지고지순한 현모양처라고 할 수 없는 여인이다. 그녀를 유혹하는 수많은 남자들 중에 그녀의 정부인 플루톤은 자신의 정체를 속이기 위해 벌꿀 양봉가 아리스테로 위장한다. 그리고 쥬피터는 에우리디스를 만나기 위해 파리로 변장하고 열쇠 구멍 사이를 통해 들어온다.

존 스틱스(고대 그리스의 베오지아 왕의 아들로 현재 플루톤의 시종)도 그녀에게 흑심을 품고 있다. 플루톤은 그녀가 죽도록 유도해 지옥으로 데리고 간다. 오르페는 부인 에우리디스가 죽자 마음속으로는 그 죽음을 좋아하면서도 그녀를 보호해야만 하는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지옥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녀를 다시 환생시켜야 하는 의무를 이행한다. 마침내 지옥으로 간 오르페는 여기서 모든 쾌락과 환락의 실체를 보게 된다.

그곳에서는 신들이 주피터를 부정하면서 캉캉 춤도 추고 마르세이에스를 부르며 미뉴에트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한다. 이 모든 여정이 끝나고 에우리디스와 함께 이승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 오르페를 저지하기 위해서 주피터는 오르페오의 엉덩이를 차버린다. 그 결과로 오르페오가 뒤를 돌아보게 되자(실제 그리스 신화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스에서는 이승에 나올 때까지 절대로 뒤를 돌아봐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오르페오가 참지 못하고 뒤를 돌아보자 그녀 또한 다시 죽게 된다.) 에우리디스 또한 다시 지옥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환영하는 지옥 신들의 경쾌한 캉캉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지옥의 오르페’의 성대한 파티장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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