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에 태어나 용인의 물을 마시고, 용인의 공기를 마시고, 용인산천에서 난 음식을 먹고 자란 토박이들이 방치한 귀한 것들을 알고 난 뒤 나는 그들을 위해 내 지혜를 써서 그 가치를 드러내주려고 노력했다. 그런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이 처인성, 고려백자, 조광조, 할미산성, 보정동 유적이다.” -이재운 작가의 블로그 <알탄하우스> 글 중에서

이 글은 마치 내게 조용하고 낮은 음성으로 탄식하는 말처럼 들렸다. 나는 용인에서 태어나 300년 이상 조상 대대로 용인땅에 조상을 섬기며 한식날이면 어김없이 조상 묘를 관리하고 1년에 한두 번씩 벌초를 한다. 용인에서 자란 고사리와 쑥떡을 먹고 자랐으며, 용인의 풋풋한 공기를 마시며, 용인의 귀한 물로 목마름을 달래고, 차가운 물로 멱을 감고 자랐다. 두창리와 운학리에서 시집온 할머니와 어머니는 용인의 고결한 정안수로 나를 바른 사람이 되도록 빌어줬다.

이재운 작가의 글을 읽노라면 내게 깨우침을 주는 듯하다. 남사면 아곡리 처인성터, 이동읍 서리 고려백자요지, 천주교 박해의 상징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고행의 길, 우리가 자랑스러워하고 빛내야 할 문화유산이다. 바로 이곳이 내가 살고 태어난 고향 이동읍 묘봉리를 중심으로 다 있다.

아곡리 처인성터는 용인의 위상을 드높인 계기가 된 역사의 무대다. 1232년 당시 세계 최강의 군대인 몽골군사령관 살리타이를 승장 김윤후 장군이 화살로 저격해 사살한 곳이 처인성이고, 그 사건으로 인해 처인부곡에서 처인현으로 승격되기도 한 용인지명의 상징성을 띠고 있다. 다양한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용인시에서는 처인성 일대에 디지털 체험관과 활쏘기 체험장을 갖춘 역사공원을 오는 2019년까지 완공해 역사체험 교육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한옥역사교육관 등 다목적 문화시설, 교육시설 등이 들어서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교육관 준공 후에는 시민 대상 역사교육과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하니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서리백자요지는 사적 제329호로 지정돼 이동읍 중덕마을 뒷산에 위치해 있다. 퇴적구 경사면이 움푹하고 양옆이 봉우리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 가마의 제작 시기는 10세기 후반부터 12세기 전반까지 계속됐다고 추정된다고 한다. 이동읍 서리 일대 서리백자요지도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며 백자의 발원지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그 시대 백자는 오늘날 세계 최첨단 제품 반도체와 스마트폰이 용인에서 생산돼 전 세계로 수출되듯이 당시에는 고려백자와 고려청자가 바로 반도체였고, 스마트폰이었다. 마치 그런 인기를 누렸던 것이다. 최근 서리 고려백자는 용인의 뜻있고, 의로운 사람들이 일부 남아 있는 소수의 작품을 토대로 도자기 원형을 복원하고, 그동안 축적된 사료와 자료를 토대로 연구원과 도공들의 합동 토론과 기술분석 회의를 거쳐 복원작업에 매진하기도 했다. 용인 고려백자는 천년의 숨길을 느끼게 하고, 용인이 품어온 역사문화의 깊은 정신과 예술혼의 상징이기도하다.

마지막으로 김대건 신부다. 김대건 신부는 1821년 충남 당진에서 신앙심이 깊은 집안에서 태어났다. 7세 때인 정해교난을 피해 이동읍 묵리 한덕골로 이주한 후 양지면 남곡리로 이주해 남곡리 교우촌인 은이마을에서 기도와 예배를 드리며 성장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사목한 본당이 있는 양지면 은이성지는 한국 천주교회 첫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사목한 본당으로 1836년 모방 신부로부터 세례를 받고 신학생으로 선발된 곳이다. 은이(隱里)는 ‘숨어 있는 동네’라는 뜻이며, 천주교 박해 시기에 숨어 살던 천주교 신자들에 의해 형성된 교우촌이다. 산으로 둘러싸여 조용하고 한적하다. 은이성지에서 미리내성지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세 고개를 신덕(信德)고개(은이고개), 망덕(望德)고개(해실이고개, 장촌고개), 애덕(愛德)고개(오두재 고개)라 이름 짓고 김대건 신부의 정신을 기리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고행의 길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못지않은 의미가 있는 순례 길이다.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길에 용인에 있는 은이성지 순례길 입구까지 만이라도 다녀갔더라면 세계적으로 많은 순례자가 찾는 순례 길로 다시 한 번 큰 관심을 갖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크다. 어떻게 살 것인가 하고 스스로에게 선문답을 던져본다. 내가 태어나 숨 쉬는 고향 용인의 가치를 바로알고, 바르게 알리는 한사람이 돼야겠다하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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