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고단했던 두 명의 여가수 중에 빌리 할리데이를 먼저 소개했고, 오늘은 또 한명 비련의 주인공이자 위대한 가수이며 만인의 연인으로 불리는 이를 소개합니다.

에디뜨 피아프(Edith Piaf). 문화예술분야 자존심 쪽으로는 세계 제일이라는 프랑스 출신의 팝 아티스트 중에서는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사람입니다. ‘비련의 여가수’ ‘샹송의 여왕’ ‘프랑스의 연인’ 등으로 불리지만, 뭐 어렵게 설명할 필요 없이 몇 해 전에 티브이만 켜면 흘러나왔던 모 통신사의 광고음악, 빠름~ 빠름~ 하는 곡의 원곡이 ‘빠담 빠담’ 이거든요. 바로 그 곡의 주인공입니다.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거리의 떠돌이 가수였던 엄마를 잃고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습니다. 그러다가 제1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폐인이나 마찬가지인 모습으로 돌아온 아버지 손에 이끌려 거리에서 노래하며 구걸하는 불우한 유년기를 보냈지요. 얼마나 가난하고 힘들었으면 영양실조로 수년 동안 앞을 못 보는 상태로 지내며 실명위기까지 겪었다네요. 나이 스물에도 길바닥에서 노래하던 그녀는 어느 날, 그녀 목소리에 반한 한 카바레 주인에게 발탁돼 ‘작은 참새’라는 뜻의 ‘피아프’라는 예명을 얻고 정식 데뷔 무대를 갖게 되지요. 그리고서는 잠시 성공가도를 달리는가 싶더니 얼마 안 있어 그 카바레 주인이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됩니다. 졸지에 자신의 재능을 인정하고 발굴해준 은인을 살해했다는 살인 혐의를 받게 됐던 에디뜨 피아프의 인생은 그야말로 삶의 한 순간 한 순간이 다 드라마틱했어요.

그리고는 두 번의 결혼과 이혼… 또, 그녀를 스쳐간 수많은 사랑과 실연, 잇따른 자동차 사고, 술과 마약에 의지해 마지막을 보내는 등 그를 보면 빌리 할리데이의 인생과 어쩌면 그리 흡사한지 말입니다. 인생 전부가 노래와 사랑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던 그녀였습니다. 그러기에 두 번의 드라마틱한 사랑은 지금도 많이 회자가 되곤 하지요. 먼저 이야기 하고픈 사랑은 그녀의 전부라고 할 수 있었던 사랑의 대상자인 세계미들급 복싱챔피언 마르셀 세르당입니다. 사실 마르셀은 유부남이었는데, 에디뜨와 그는 사랑이 운명이라 생각했는지 서로에게 푹 빠져 버리고 맙니다.

그야말로 피 터지는 사랑에 빠진 에디뜨는 미국 순회공연을 가서는 하루라도 못 보면 안달이 날 것 같은 심정에 1949년 10월 어느 날, 프랑스에서 경기를 막 마친 마르셀에게 전화를 걸어 부탁하길 ‘저를 보러 지금 당장 와주세요’라고 하지요. 그리고는 그를 기다렸는데 마르셀이 탄 비행기는 대서양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하고 맙니다. 그렇게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과 고통의 슬픔에 몇날 며칠 방문을 걸어 잠그고 통곡하며 아파하다가 ‘하늘이 무너진대도 당신이 날 사랑해주신다면 아무래도 좋다’는 마르셀에 대한 추모 시를 쓰게 되지요. 바로 그 시에 곡을 붙인 것이 불후의 명곡인 ‘사랑의 찬가(Hymne A l’amour)’랍니다. 

또 하나의 사랑은 가을만 되면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고엽을 부른 만인의 연인 이브 몽탕입니다.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 만으로 이브 몽땅은 참으로 부드러운 사내일 것으로 생각되지만 사실은 많이 다른 남자였습니다. 여섯 살 위의 에디뜨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받으며 무명의 가수에서 스타덤에 올라섰지만 지속적인 에디뜨에 대한 폭력과 다른 여가수, 배우들과의 끊임없는 스캔들로 나쁜 남자의 표본을 보여줬기에 그 사랑은 길지 못했습니다. 뭐 결론은 이브 몽땅이 나중에 그녀를 버리고 마릴린 먼로와 사랑에 빠져버렸지만 이브 몽땅과의 짧았지만 불같았던 마음 깊은 사랑의 표식이 바로 ‘장미빛 인생’이라는 곡입니다.

결말이 어찌됐든 이브 몽땅을 만나 불같은 사랑에 빠졌던 에디뜨가 그 뜨거운 감정을 작사하고 부른 ‘장미빛 인생(La vie en rose)’은 애잔한 그녀의 사랑이 그대로 녹아 있는 희대의 명곡이란 평을 받고 있지요. 어떠한 것이든 만든 이의 삶이 제대로 녹아 있는 작품은 스스로의 생명체로 독립돼 있는 법입니다. 이 곡은 영화배우 오드리 햅번이 영화 ‘사브리나’에서 불렀고, 루이 암스트롱을 비롯한 전 세계 수많은 가수들이 지금 이 시간까지 부르고 있는 명곡이 됐습니다.

그녀의 노래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에디뜨가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도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려고 하자 주변에서 “지금 노래를 부르는 것은 자살행위다”라고 말렸음에도, 그녀는 “노래는 내 생명이야. 난 지금 자살할 거야”라고 했다지요. 

비록 50년이 훨씬 넘은 옛날에 녹음돼 약간 낡고 거칠게 느껴지는 목소리입니다. 하지만 진한 가을 분위기를 함께 느끼기에 제대로인 ‘장밋빛 인생’을 들으면서 노래는 이렇게 불러야 하는 것이라는 그녀의 목소리에 담긴 메시지를 함께 열어보는 것은 또 어떨까요?

에디뜨 삐아프의 ‘La Vie en Rose’ 들어보기
http://youtu.be/kFzViYkZAz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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