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흥구 영덕동 흥덕마을 8단지에는 글마루도서관이 있습니다. ‘글마루’란 글에서 본문에 해당하는 부문이란 뜻입니다. 마루가 최고란 의미를 가진 고유의 순우리말이라고 하니 글 중 최고라는 뜻이기도 하죠. 저도 이번 기회에 자세한 의미를 알게 됐는데, 다시 읊어보니 우리 도서관이 뭔가 더 그럴듯하게 느껴지네요.

작은아이가 말이 늦어 4살 때까지도 기관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돌보고 있었는데 문득 도서관 생각이 나 함께 갔더랬지요. 그때만 해도 그다지 책에는 관심 없던 아이라 구경이나 갈까 하는 생각에 나섰는데, 아이가 도서관에 구비돼 있는 퍼즐을 보고 정말 좋아했습니다. ‘책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것도 있네’ 하며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제가 글마루도서관에 관심을 갖게 된 게, 그날 이후로 종종 도서관을 찾게 되면서 아이도 자연스레 책과 친해지고 저 또한 육아로 잊고 있었던 독서의 재미를 다시 느끼게 됐습니다.

작년 늦은 봄, 책을 워낙 좋아해 틈만 나면 도서관을 드나들던 큰 아이가 어느 날 단오행사가 있다고 가보자하기에 궁금한 마음에 아파트 놀이터로 나갔습니다. 놀이터에 주제별로 부스가 꾸며져 있고 아이들은 하나씩 그 부스를 돌면서 부채도 꾸미고, 떡도 만들고, 그림도 그리면서 체험을 하는 것이죠. 세 가지 체험미션에 성공한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간식거리들은 아이들의 흥을 더 돋워주고요. 원래는 4대 명절 중 하나로 의미있는 날이었지만 추석과 설날만 알던 요즘 아이들에겐 낯설면서 참 재밌는 날로 단오를 기억하게 됐죠. 올해 단오행사엔 저도 자원봉사로 참여했는데 행사 몇 주 전부터 아이들은 제 엄마가 뭐라도 되는 것처럼 기대에 부풀어 있더군요.

도서관에서 봉사를 하다 보면 많은 아이들을 만납니다.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반납을 한다고 낑낑거리며 책을 들고 오는 아이, 마치 제 집 소파인양 반쯤 누워서 편하게 책을 즐기는 아이, 피곤해하는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책을 더 읽어달라고 조르는 아이, 숙제를 해야 한다며 책 검색을 부탁하는 중학생, 그들을 보면서 내 아이들의 과거를 느끼고 미래의 모습까지 상상하게 됩니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은 독서하는 습관이다.’ 빌 게이츠가 말했다죠. 지금의 이 꼬맹이들이 훗날 나를 있게 한 건 글마루도서관이었노라 말하는, 조금은 엉뚱하지만 이뤄지길 바라는 상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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