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손주들’ 특별한 음악회
“매년 음악회 열 것, 건강하시길”

“이렇게 음악회 하니까 어떠세요?” “아휴, 창피해~” “하하하하!”
드레스를 멋지게 차려입은 82세 할머니와 손주 사이 오가는 특별한 대화에 관객들이 흐뭇한 표정으로 웃는다. 

17일 저녁 용인여성회관 작은어울마당에서 ‘이복연 여사와 손주들’ 음악회가 열렸다. 늦은 나이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할머니를 위해 세 딸과 손주들이 마련한 시간이었다. 

할머니가 연주하다 실수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통에 손주들은 무대 뒤에서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지만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특히 5학년 예쁜 손녀와 할머니의 젓가락 행진곡 협연에서는 관객들의 긴 박수가 이어졌다. 서툴지만 차분히 연주를 이어간 할머니와 오로지 그녀를 빛내기 위해 한마음으로 음악회를 이끈 가족들. 관객들은 어느새 이 가족이 서로를 사랑하는 방식에 따뜻한 행복감을 느꼈을 터다. 

5년 전 이복연 씨는 78세에 피아노를 시작했다. 초등학교에 갓 들어간 손녀가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장모님도 함께 피아노를 배우면 어떻겠냐”는 사위의 권유가 계기였다. 
“처음 한 달은 정말 어려웠죠. 왜 시작했을까 후회했을 정도니까요.”

이 씨는 손녀가 옆에서 열심히 하는데 중간에 그만두면 ‘할머니 체면이 말이 아니’라는 이유로 견뎠단다. 그렇게 5년이 지나는 사이 함께 시작했던 손녀는 피아노를 그만뒀지만 오히려 이복연 씨는 꾸준히 배우고 있다. 
“어느 날 딸들과 손주들이 음악회를 하자는 거예요. 그래서 난 집에서 간단히 할 줄 알고 ‘그러마’했죠.”  

‘간단’할 줄 알았던 음악회는 조명이 반짝이는 정식 무대 위에서 열렸다. 이름 하여 82세 할머니와 손주들의 연주회. 

이복연 씨의 막내딸 조수미(50)씨가 친정 엄마를 위해 음악회 기획과 준비를 맡았다. 언젠가는 엄마에게 연주회를 열어드리고 싶었다는 조씨 본인조차 꽤 급하게 준비한 공연이었다. 
“엄마가 올해 초 다발성 골수암 진단을 받으셨어요. 늘 건강하실 것만 같았던 엄마가 아프시니 하루라도 빨리 뭐든 해드리고 싶었죠.”
지휘자를 꿈꾸는 첫째 손자 황영묵(27)씨가 큰 도움이 됐다. 직접 사회를 보며 음악회가 처음인 할머니를 살뜰히 챙겼다. 
“그동안 할머니께 받기만 하다가 이번에는 저희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특별한 선물을 드린 것 같아 뿌듯해요.”

이복연 씨도 그런 딸과 손자들의 마음이 고마울 따름이다. “행복했죠. 내 생애 정말 특별한 추억이 만들어졌다고 할까. 제가 딸이 셋인데 하나같이 효녀예요. 근데 딸들을 닮아 그런가 손주들도 그렇게 할머니를 챙깁니다. 사위들도요. 고맙죠. 요즘 우리 집처럼 집안 노인 챙기는 데가 어디 있을까 싶어요.”
이복연 씨 가족은 앞으로 매년 할머니를 위한 음악회를 열 계획이다.   
“엄마는 우리 가족에게 정말 소중한 존재예요. 아버지 돌아가시고 홀로 딸 셋을 키워내신 것만으로 엄마가 존경스럽고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그저 늘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저희 곁에 함께 계시길 바라요. 사랑합니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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