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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리에 담긴 신뢰와 욕심

지인이 전화를 걸어왔다. <용인시민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고 아버님이 집에 있던 달걀을 모두 폐기했단다. 정작 그 달걀은 살충제 성분 검출 대상도 아닐뿐더러 긴 시간 이용한 거래처에서 구입했지만 살충제란 단어에 십 수 년의 신뢰도 무의미해졌단다.   

지인은 폐기한 달걀이 아깝다는 말은 끝내 하지 않았다.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저 먹어도 되는 거냐는 물음만 던졌다. 식약청이 성인 기준으로 성분 검출 달걀을 하루 100개 더 먹어도 문제없다니 괜찮지 않을까 싶다가도 불안감이 든다. 

궁금했다. 살충제 성분이 포함된 달걀이 최근 우연스럽게 대량 생산돼 다행히 걸러진 것일까.  
용인시에 따르면 그동안은 축산농가에 살충제를 대신해 (진드기 등을 예방할 수 있는)사료를 지원했단다. 최근 10년간 살충제 지원은 없었단 뜻이다.  용인 산란계 농가가 생산한 달걀이 이번 살충제 성분 조사에서 안전하다는 진단을 받은 이유와도 일맥상통할 것이라고 믿는다.   

근데 갑작스레 6월 용인시는 일부 농가에 살충제를 지원했다. 시 방역 담당 공무원은 의외의 말을 했다. 올해 초 정부로부터 진드기 방역에 약품을 지원하라는 내용의 행정지시가 있었단다. 정부가 약품을 지원하도록 했으니 지자체 입장에서는 사료 대신 살충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해의 폭을 넓혀 매년 진드기로 생산량 감소 등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대책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규모 밀집사육을 하는 농가 현실을 감안하면 선택지는 많아 보이지 않는다. 결국 살충제는 시기에 다소 차이가 있을 뿐 언젠가는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은 성인 손바닥 수준의 공간을 떠나 사육해야 한다고 말한다. 땅에서 성장하는 가축은 건강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옛날 방식으로 회기가 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 최근 친 땅바닥 사육을 한 경북의 한 농가 달걀도 살충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살충제 한번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 농장은 수십 년간 과수원으로 사용된 곳에 농장터를 잡았다. 과수용으로 사용한 살충제가 땅에 고스란히 스며져 있었으며, 이 땅을 딛고 자란 닭의 몸을 거쳐 달걀로 그 성분이 이어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쯤 되면 달걀이 문제가 아니다. 달걀을 생산한 닭, 과수원에서 수확한 과일, 과수원 부지를 활용해 생산된 온갖 육류와 이것으로 만든 가공식품 등. 환경이 옛날과는 달라졌으니 이제 더 이상 믿고 먹을 만한 것이 없다는 말이 허언이 아닐 법하다.     

가축의 사전적 의미는 ‘경제적인 소득을 위하거나 좋아서 집에서 기르는 짐승’이다. 1980년대 까지만 해도 농촌뿐아니라 전국 어디서도 소담하게 가축을 키우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봤다. 지금과 같은 가축관리시스템이 부족해 단순비교는 힘들지만, 그 시절에도 살충제 달걀, 항생제 달걀,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가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저 한 집안일 정도였다. 

하지만 육류소비가 늘고, 소비량을 따라 잡기 위해 대규모 사육은 불가피했다. 육식가공 등을 전문으로 하는 대기업은 일반농가에 위탁해 고기나 달걀을 공장에서 제품 생산하듯 했다. 생물학적으로 필요한 생육기간은 돈 되는 시기에 맞춰졌다. 수백 마리, 많게는 수만 마리가 한 공간에서 살다보니 때에 맞춰 예방은 필수가 됐다. 정해진 시기마다 각종 약품에 노출된 가축이 건강할리 없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소임을 위해 생명만 유지할 뿐이다. 종족보존의 결과물인 달걀마저 먹을거리로 빼앗기고, 결국 저급고기 취급을 받은 현실에서 동물복지는 별나라 이야기다.

소비자는 완전식품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농가를 탓하기도 하고, 또 일각에서는 정부의 무능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가축마저 용도에 맞춰 대량 사육해야 하는 작금의 현실은 결국 우리 모두의 이해관계가 아주 적절하게 조합된 욕심의 결과란 것은 부정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임영조 기자  yjlim@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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