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은 중국 역사에서 가장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이다. 그는 내가 늙어가고 죽는다는 것을 예견하고 신하들을 보내 불로장생의 약을 구해오게 했다. 하지만 그 계획이 실패하자 자신이 묻힐 거대한 무덤을 산시성에 만들어 놨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천하를 호령했던 그였지만 49세에 죽었다.

사람은 물론 살아있는 거라면 그 누구도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 죽음은 내가 살아가는 세상과의 단절, 사랑하는 사람이 영원한 이별을 뜻하기에 누구나 두려워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조차 꺼린다. 그러나 죽음의 질이 높은 나라일수록 일찍부터 학교에서 죽음을 가르친다. 가정에서도 죽음 이야기를 숨기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건전한 인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내 나이는 일흔 다섯이다. 아직까지 건강한 몸을 지탱하면서 고기초등학교에서 당직일을 하고 있다. 내 또래의 친구 절반 이상이 저 세상으로 떠났다. 그 친구들 중에서 가장 가깝게 지내온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이 오면 오금이 저린다. 

왜 벌써 갔을까. 나도 이제 내 인생의 85% 이상을 산 듯하다. 나도 이제 지구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래서 내 죽음 후에 대비해 아래와 같은 장례의향서를 만들어 놨다. 죽은 후 사용하게 될 영정사진 뒤에 아무도 모르게 찰싹 붙여 놓았다.

△장례는 아주 간소하게 할 것이며 △수의는 평소 즐겨 입는 옷 그대로 하며 △염은 하지 말고 △관은 소나무 판자로 된 저렴한 것을 사용하고 △화장을 하며 △죽음과 동시에 쓸만한 장기(각막, 피부, 연골, 혈관, 뼈 등)는 기증하기 바라고 △향후 일어날 수 있는 뇌사상태 또는 식물인간 상태가 된다면 생명유지를 위한 어떠한 조치도 하지 말 것 등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 쇼펜하우어가 가장 품위 있다고 묘사한 것은 잠자는 듯한 죽음이라 했다. 생명은 어떤 상황에서도 소중하지만 말년에 인공호흡기, 기타 인명치료에 의존해서 삶을 연장한다는 것이 일생 치열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멋진 인생의 마무리와 격에 맞지 않을 수 있다.

지금 여기에서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이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품위 있는 죽음을 준비해 어떻게 마무리 할지 웰 다잉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