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로 확보 안돼 인근 상가 집중호우에 속수무책
공사업체 “하자 아냐”, 시 “기다려 달라” 되풀이

상현교차로 부근. 집중호우에 물이 역류하고 있다.

착공 후 9년 만인 지난 4월 개통한 국도 43호선 상현지하차도 인근 상가와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집중호우 시 배수가 잘 되지 않아 상가가 침수되는가 하면 인근 인도 곳곳이 꺼져 보수에 들어가는 등 문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부 구간에서는 신호를 기다리는 차량이 길게 늘어서 오히려 교통이 불편해졌다는 불만도 속출하고 있다.

상현지하차도 인근에서 8년 넘게 장사를 하고 있다는 상인 A씨는 6월 집중호우에 처음으로 침수를 겪었다. 시청에 민원을 넣어봤지만 평년보다 많은 강우량에 어쩔 수 없다는 답변 뿐이었다. 이후에도 집중호우만 왔다 하면 상점은 여지없이 침수됐다. 올해 침수만 4번째. 종아리까지 차오른 물로 식자재는 상품 가치를 잃고 현관문은 뒤틀어져 교체해야 했지만 보상은커녕 배수로 확장 공사는 두 달 넘게 감감 무소식이었다.

본지 기자가 취재에 들어간 8일, 현장에 나와 있는 시청 담당 직원을 만날 수 있었다. 담당 직원은 “시 예산이 부족해 구청에 예산 편성을 주문한 상태”라며 “되도록 빨리 배수로 확장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10일 상점 앞에는 기존 크기의 배수로 한 곳이 추가 설치됐다. 첫 침수피해를 겪은 지 두 달 만이었다.   

A씨는 “8년 동안 한 번도 겪지 않았던 침수를 올해만 4번을 당했다”며 “재산상 피해 뿐 아니라 이제는 비만 왔다하면 가게에 나와 밤을 꼬박 새야 해 몸과 마음이 지쳐있다. 상현지하차도가 개통된 이후부터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A씨는 “시에 여러 번 얘기했지만 그때마다 ‘쓰레기로 (배수로가) 막혀서 그렇다’ ‘예산이 없다’ 등등 변명만 늘어놨다”며 “뒤늦게 확장한 배수로가 순식간에 상점 앞으로 몰리는 비를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인근 도로 공사로 이렇게 피해를 입을 줄 누가 알았겠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렇게 상현지하차도 공사 이후 침수 피해를 겪은 곳은 A씨 가게뿐이 아니다. 한 자동차 정비업소 역시 집중호우 때마다 매장이 침수돼 컴퓨터와 정비 기계가 물에 잠기는 등 피해를 입었다. 업소 대표인 B씨는 “상현지하차도 공사 중 시와 공사 관계자에게 배수로가 부족할 것 같다는 의견을 여러 번 냈지만 소용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현지하차도 인근 자동차 정비소가 지난 7월 폭우에 침수된 모습.

상현지하차도 인근은 개통 이후 집중호우가 많았던 7월 중 도로에 물이 차는 일이 잦았다. 가게 앞을 지나던 차량 두 대가 침수된 도로를 빠져나오지 못해 그대로 잠기는 등 일반 시민 피해도 잇따랐다. 

B씨는 “사태가 이렇게 심각한데도 시나 구에서 몇 번 현장에 나왔을 뿐 달라진 것이 없다”며 “보상에 대한 부분도 소극적이다. 도로 공사 시 배수로에 대한 문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급하게 마무리 하느라 제대로 공사를 하지 않은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인근의 한 음식점 주인 역시 “신호체계에 문제가 있는 지 개통 이후 신호를 기다리는 차들로 길게 줄을 늘어서 손님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 많다”며 “공사가 수년간 지연되면서 받은 피해가 개통 이후엔 해결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또 다른 문제에 시달릴 줄 몰랐다”고 호소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상현지하차도 시공사 관계자는 설계대로 진행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하자 문제는 바로 보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침수는 하자 때문이 아니라 위치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해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