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대지가 단비를 기다리는 계절. 도서관을 만난 것은 8년 전 그맘때이다. 책 욕심이 많았던 나는 이곳으로 이사 오며 아파트 단지에 작은도서관이 있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두 아이를 키우느라 목말라 있던 책 욕심에 단비가 돼준 것이 바로 작은도서관이었다. 어린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들어서는 엄마들을 보면 그때의 기억에 흐뭇해진다. 나 또한 8년 전 그 때 두 딸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드나들던 게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첫째 아이가 도서관에서 만화로 된 그리스신화를 읽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엄마 입장에서 그림이 다소 선정적이라고 느꼈다. 글을 모르는 둘째를 끼고 그림책을 읽어주다 보니, 글을 깨친 큰애한테는 소홀했구나 싶었다. 그 책 위치를 아이들 손이 쉽게 닿지 않게 조금만 높여달라고 부탁했으면 좋았을 텐데 소심한 성격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아이를 도서관에 데리고 다니는 대신 아이와 그 책을 떼어놓아야겠다는 급한 마음으로 혼자 도서관에 가서 아이가 읽을 책을 골라서 빌려오게 됐다. 직접 데리고 다니며 도서관에서 그림책을 읽어주며 키운 둘째는 학교에서 스스로 나서서 도서관 봉사를 하고 있지만 첫째는 그렇지 않다. 첫째 아이가 도서관과 그리 친하지 않은 것이 이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이행복한도서관은 작지만 참 알찬 공간이다. 책과 DVD 등의 자료뿐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성인들을 위한 여러 문화프로그램도 참 알차다. 요즘 나는 작은도서관에서 인문학 동아리를 비롯한 여러 모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예전에 미처 몰랐던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도서관과 많이 친해지지 못한 첫째를 바라보면 안타까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든다.

아직도 나는 아이가 도서관과 친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꿈을 접지 않았다. 친해지게 할 방법을 여러 각도에서 고민하다 중학생이라면 의무적으로 채워야 하는 봉사점수로 겨우 설득해 작은도서관에서 청소년 자원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아이와 함께 봉사하던 첫날, 어찌나 기쁘던지! 그 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이렇게 하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내가 도서관을 놓지 않고 있으니 이런 기쁨도 느끼게 되는 듯하다.

내가 작은도서관에서 맛본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를 알기에 다른 사람들도 이런 즐거움을 느끼면 좋겠다. 이제 남은 소원이 있다면 손자손녀와 손잡고 도서관에 오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내 미래가 되면 하는 것이다. 내가 그랬듯, 내 아이들이 그랬듯, 내 손자손녀들도 도서관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면 좋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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