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자치법규 정보시스템 홈페이지 화면 캡처

상위법에 맞춘 조례 ‘대동소이’ 근거 없으면 정비 

조례를 ‘지방자치법’이라고 한다. 적용 범위가 지방에 한정되는 법 정도의 규제력을 가진다는 의미다. 그만큼 지역의 특성을 잘 담아야 한다는 뜻도 담겼다. 하지만 제정되는 조례 현황을 보면 상당수는 상위법 즉, 국가법에 따른다. 그나마 자체 조례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위법에 저촉되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상위법에 있다면 그에 준해야 하며, 해당 상위법이 없다면 제정에 한계가 많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지역 특색을 살린 다양한 조례들
경기도가 10일 공개한 제6회 경기도 청렴대상에서 최우수상에 선정된 수원시. 이 지자체가 큰 상을 받는데 빠지면 안 될 것이 있다. 공공시설의 사용료와 예약 관련 부패예방을 위한 ‘수원시 공공시설 개방과 사용에 관한 조례다. 수원시는 이를 통해 사용료 기준을 통일하고 전산 예약시스템을 구축, 공공시설 사용 시 청탁 가능성을 배제하는 등 행정 투명성을 높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런가하면 전라남도 곡성군이 2014년 1월 제정한 ‘효도택시 운행 조례’도 생활 밀착형으로 볼 수 있다. 곡성군은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32%를 차지하고 있는 초고령화 된 지역인데다 산간벽지 등 교통취약 지역의 마을이 많아 교통 복지 제도 도입이 절실하다. 특히 도로가 협소하고 버스 회차 부족으로 농어촌버스가 매일 정기적으로 운행되지 않거나 아예 들어가지 않는 마을도 많다. 이에 곡성군은 교통약자에게 이용자수, 이용거리, 이용횟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효도택시 이용권’을 발행, 마을 대표자에게 적정한 매수를 지급하도록 했다. 

최근 용인시가 전국 최초로 시행하겠다고 나선 무상교복 역시 조례 제정이 우선조건이다. 용인시에 앞서 같은 사업을 추진한 성남시도 교복 지원 조례를 지난해 제정했다.   

용인시나 의원들의 밀착형 조례 제정을 위한 노력도 성과를 내고 있다. 7대 시의회에 들어서만도 고령화로 인해 최근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노인문제 해결을 위해 △용인시 노인학대 예방 및 보호에 관한 조례 △용인시 홀로사는 노인 고독사 예방을 위한 조례를 만들었다.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노인문제를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학교생활에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청소년을 위한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조례 △한부모 가족 지원 조례 등도 급격한 인구증가에 따른 지역사회 문제로 부각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적절한 판단으로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 등을 위한 △용인시 장애인가족 지원 조례 △용인시 교통약자 이동편의시설의 사전 사후 점검에 관한 조례 △용인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에 관한 조례 등도 지역 현안이 반영된 조례로 분류할 수 있다. 

민원 담은 ‘지방자치법’ 실생활 복지 충족조건
지방자치단체 여건에 맞춘 조례가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실생활 특히 복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 용인시뿐만 아니라 지지체가 자체적으로 제정한 조례 상당수는 복지분야에 방점을 찍고 있다.

군 단위 지자체의 경우 인구 증가 정책, 농어촌 문제 해결 등과 관련한 내용이 조례에 반영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도시화된 지자체의 경우 교통, 주거, 개발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용인시가 올해 5월 제정한 ‘용인시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조례’도 도심형 복지 차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 용인시의 경우 각종 개발로 민원이 이어져 이로 인한 갈등 역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갈등은 공동체 파괴란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져 지자체 차원의 개입이 절실 할 수밖에 없다. 

용인시의회 한 의원은 “효율적인 행정 처리나 개발과 관련한 조례는 사실상 국가 차원에서 정해져 내려오지만 시민들의 민원을 근거로 조례가 만들어질 경우 대부분 실생활과 밀접한 복지 분야가 많다”면서 “민원을 담은 조례가 많이 제정될수록 시민들의 복지는 더 좋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지역 특성을 살린 조례를 제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당장 상위법을 근거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상위법이 없을 경우 조례는 정비 대상으로 분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원천적으로 사문화되는 경우도 있다.

성남시가 추진한 교복지원조례의 경우도 조례는 만들어졌지만 실제 지원 대상 규모를 두고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다. 상위법과 충돌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법제처가 올해 용인시를 대상으로 실시한 자치법규 일제 정비 추진 현황을 보면 용인시 전체 조례 360건 중 법령 근거가 없는 규제가 14건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자치법규 입안기준을 위반한 경우도 68건에 이른다. 용인시가 지역 현안을 담은 조례를 제정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의미한다. 게다가 법령 재‧개정 사안이 발생할 경우 조례 수정도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지방의회의 역할 중 상당부분이 이 부분을 처리하는데 모아진다. 

용인시의회 한 관계자는 “지방분권 차원에서 국가가 지자체에 법적 자율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만큼 주에 따라 법이 다를 정도는 아니더라도 지역 현안을 담은 조례는 정부가 관여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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