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실입주금 낮춰 미분양 털어내기 몰두
고액대출 유도 빚 부추겨 주의 요구돼

아파트를 비롯해 부동산 시장에 미분양 물량이 지속적으로 줄지 않고 있는 가운데 용인시 곳곳에 분양을 홍보하기 하기 위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자료사진)

업체의 미분양 아파트 처분 백태가 심각한 수준이다. 기존 분양가에 비해 20% 이상 할인에 나서는가 하면 취득세 면제 등의 각종 혜택을 내걸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부담하기 힘들 정도의 고액대출 유도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어 구매자의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최근 재분양에 나선 처인구 한 아파트. 분양사무실 주변에는 5000만원만 있으면 입주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본지기자가 직접 분양사무소를 찾아 설명을 들어봤다.

34평형 아파트(실내 타입에 따라 다소 금액은 다소 다름)를 선분양자에 비해 9% 할인된 3억3400여만에 분양한다는 것이다. 전용면적이 25평 가량 되는 것을 감안하면 3.3㎡당 1000만원에 분양한다는 것이다. 분양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는 한 관계자는 계약금 1000만원을 지급 후 3개월 이내 4000만원을 추가로 납입하면 즉시 입주가 가능하고 설명했다.

남은 잔액 2억7000여만원은 금융사를 통해 대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관련 대출규제 수단인 담보인정비율(LTV) 70%를 3~4%수준의 이자율에 맞춰 최대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기준대로 한다면 매입자는 최대 10년 이상 월 평균 80만원이 넘는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자료사진)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이 밝힌 지난해 가구소득을 기준으로 할때 전체 수익의 20%에 가까운 금액이 이자로 나간다. 하지만 이자보다 금액이 큰 원금상환까지 더하면 수익규모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최대 월수입의 절반 이상이‘대출금용’으로 묶이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 아파트의 주요 분양고객은 투기나 투자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낮은 실입주금으로 구매한 후 높은 전세가율을 이용해 전세 뒤 매각을 노리는 이른바 ‘갭투자’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인근에서 부동산업을 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5000만원으로 30평대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다고 적극 홍보하는 것은 실거주자보다는 투자나 투기성 자금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 미분양 물량은 줄 수 있겠지만 용인 일대 부동산 시장은 더 혼탁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은 대규모 아파트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미분양 여파는 일반 주택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처인구 김량장동 한 신규 빌라의 경우 25평 기준매매가는 1억5000만원. 하지만 실입주금은 3000만원이다. LTV 70%를 적용해도 잔금 1억2000만원은 감당이 안된다. 편법 대출 등 다른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근에서 부동산업을 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건물주 입장에서는 물량을 빨리 처분하는게 우선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여건이 안 되는 매매자에게 최대한 잔금을 지원하려고 한다”면서 “상대적으로 대출 문턱이 낮은 금융업계를 이용하거나 건물주 등 일종의 개인거래도 권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분양가 책정이 제대로 됐냐는 것이다. 최근 재분양에 들어간 처인구 아파트의 경우 앞서 분양저조로 전세자가 대거 들어왔다. 때문에 신규 분양에 비해 아파트 내부 여건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에 업체 측은 분양가 할인에 내부 개선비용을 지원하지만 전세 생활을 한 일부 주민들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년여 동안 전세 생활을 했다는 한 주민은 “당연히 새 건물이 아닌 이상 할인을 하는 것은 맞지만 (할인한 매매가도) 주변 시세와 비교해 저렴한 것도 아니다”라면서 “전세 후 집을 장만할지 고민했는데 매매가가 너무 높았다. 결국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서민이 부담하기에는 너무 큰 금액이라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한 아파트 분양팀 관계자는“선택은 매매자가 하고 있는 것이며,강제성은 없다. 특히 혜택이 많을 때 투자해 놓으면 향후 이득을 볼 수 있다”며 사실상 투자 중심의 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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