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의 개발로 감염성 질환이 조절되기 시작했고 고혈압, 당뇨병 등의 만성 질환이 조절되면서 심혈관계 질환이 감소하면서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과거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악성종양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21세기 현대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악성 질환 치료는 쉽지 않다. 현재에도 쉽지 않은 악성종양은 과거에는 치명적인 질병인 것은 당연하고 진단 자체도 쉽지 않았다.

악성종양 중 눈으로 보고 만져질 수 있거나 피부 밖으로 돌출되는 형태는 쉽게 알 수 있었다. 중국 삼국시대 촉나라 제갈량의 적수였던 위나라 사마의의 아들인 사마사는 눈 주위에 혹을 제거한 뒤 회복되지 않은 채 지방 반란을 진압하던 중 사망했는데 종양을 절개하는 적극적인 치료가 시도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동양 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에도 종양의 기록이 남아있는데 적취, 열격 등의 명칭으로 체내 기혈이 잘 운동되지 않고 오래 머물면서 생긴 질병으로 생각했다. 종양은 12세기 송나라시대에 체계적인 분류가 시도됐고 ‘위제보서’라는 외과적 치료서적에 등창, 감염성 종기, 피부병과 함께 암(癌)이라는 명칭의 악성종양이 기술됐다.

감염성 종기처럼 물렁한 덩어리가 아닌 딱딱한 암석과 같은 덩어리에서 피가 나거나 통증이 발생한다는 의미로 붙여진 ‘암’이라는 병명은 이후 다양하게 사용됐다. 동의보감에는 “터지지 않았을 때는 자흑색을 띠고 단단하며, 터진 뒤에는 석굴처럼 깊이 패이는 것이 암이다”라고 기술돼 있어 종기가 터진 뒤 생겨난 구멍을 암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증상을 묘사한 것이므로 현대적 의미의 악성종양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동의보감에 여성 유방암에 대한 묘사도 있는데 멍울이 오래되고 창이 발생해 함몰되는 경우 암굴과 유사하기 때문에 유암이라고 부르면서 치료할 수 없다는 기록이 있다.

악성종양에 대한 영어 명칭은 ‘Cancer’로 그리스어의 게(crab)를 의미하는 단어에서 기원했다. 게 껍질이 울퉁불퉁하고 딱딱하고 게처럼 딱 달라붙어서 잘 떨어지지 않고 옆으로 퍼지는 것을 보고 붙여진 이름이다. 서구에서도 동양과 같이 체액의 흐름이 정체돼 질병이 생겼다는 생각으로 나쁜 피를 제거하거나 기혈을 원활하게 운동시켜서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이후 악성종양에서 독성 물질이 발생돼 전파되거나 전염성이 있다는 주장까지 있었다. 그러나 현미경이 발달된 18세기에 접어들면서 악성 세포가 암의 원인이며 세포들이 전파되면서 종양이 전이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체액설은 사라졌다.

악성종양의 관찰이 육안에서 현미경 수준으로 정밀해지면서 암의 정체도 하나둘씩 밝혀지기 시작했다. 1956년 왓슨과 크릭이 세포 핵의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는 DNA 이중나선구조를 밝혀내면서 유전자 연구가 시작됐다. 1969년 SRC라는 암 유전자가 최초로 발견되면서 암 유전자와 암 억제 유전자들이 하나 둘씩 알려졌다.

우리 몸의 세포는 일정 주기를 가지면서 새롭게 생성되고 노화된 세포들은 사멸되는 순환과정을 거치는데 새롭게 생성되는 세포 유전자의 이상이 발생되기도 한다. 유전자 이상이 발생한 세포들은 면역체계에 의해서 제거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악성종양으로 진행된다. 유전자 변이를 유발시키는 원인은 흡연, 만성 감염증(바이러스, 세균, 기생충 등), 탄 음식, 음주, 방사선 및 화학 물질 등의 반복적인 노출로 알려져 있다. 악성종양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발 원인인 흡연과 음주를 줄이고 위험인자 노출을 피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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