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블루스 위주의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이 뮤지션들만큼은 언젠가 꼭 소개해야지 하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몇 있었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이 블루스 팬이 아니라면 듣기 힘들었을 가수지만 현존하는 여성 블루스 보컬리스트 중 최고라고 불리는 베스 하트(Beth Hart)와 역시 요즘 블루스 기타리스트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조 보나마사(Joe Bonamassa)입니다. 혹시 잘 아시는 뮤지션들이세요? (하하) 일단 두 사람 다 비교적 젊고요. 제대로 된 블루스를 들려준다는 점이 닮았습니다.

일단 베스 하트를 말하자면, 기본적인 목소리 재료가 좋습니다. 아주 싱싱한 자연산 회와 같습니다. 보컬도 보컬이지만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것을 보면 여자 엘튼 존 같기도 하고, 기타를 연주하는 것을 보면 무슨 포크 가수 같기도 합니다. 그냥 마이크 들고 무대 위에 서 있는 것을 보면 제니스 조플린 같기도 하고 우리나라의 이은미 같기도 합니다. 노래하다 소위 필 받으면 그냥 눕고 엎드리고 별 짓을 다 하며 노래를 해요. 그래서 그를 아는 팬들은 ‘그녀는 스튜디오형 가수가 아니라 라이브형 가수’라고 한답니다. 제2의 제니스 조플린이라고도 말을 하더라고요. 사실 제니스 조플린의 창법하고는 많이 차이가 나지요. 그런데도 그렇게 불리는 까닭은 아마도 베스 하트가 예전에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던 ‘Love Janis’라는 작품에서 제니스 조플린 역으로 출연했다는 이력 때문인 것 같습니다.

2011년 11월 5일 뉴욕 비콘극장에서 있었던 라이브 유투브 영상 화면 캡쳐

베스 하트는 1990년대 초반부터 여러 클럽 무대에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했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로 대중적 인지도는 적었지요. 하지만 실력만큼은 뮤지션들에게도 진즉부터 인정을 받아서 ‘딥 퍼플’의 이언 길런이 ‘Haunted’를 녹음할 때, 생전 처음으로 자신이 아닌 다른 보컬리스트에게 코러스 녹음을 맡기기도 했으며, 블루스는 물론이고 수많은 재즈 아티스트들로부터 셀 수 없을 만큼의 러브콜을 받았던 정말 대단한 가수가 베스 하트입니다.

조 보나마사는 스티비 레이 본 이후 가장 주목받는 백인 블루스 기타리스트로 불립니다. ‘비비킹’ 공연의 오프닝 무대를 불과 12살의 나이에 장식할 정도로 싹수가 푸르던 놀라운 뮤지션이지요. 우리나라에서는 대를 이어서 가업을 잇는다면 일단 한수 접어주고 시작하는 게 있잖아요. 조 보나마사는 음악을 자그마치 4대에 걸쳐서 하고 있는 음악달인 집안입니다. 사실 집안이 장사하는 분위기에 있는 아이라면 아기 때부터 이재에 눈을 뜨기 되기 마련이고, 책을 읽는 집안 분위기라면 책을 달고 사는 아이가 되기 마련이지요. 그런 것처럼 조 보나마사는 매일 집에서 기타를 만지던 기타 연주자 아버지의 영향으로 4살 때부터 기타를 배우기 시작해서, 7살 때 스티비 레이 본과 지미 핸드릭스의 곡을 능수능란하게 연주하는 천재성을 보입니다. 이미 청소년기부터 수많은 뮤지션들의 러브콜을 받아 블루스부터 다양한 연주를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블루스라는 것이 무조건 기교만 있어서 되는 것이 아니고 느낌도 제대로 살아 있어야 음악이 살아나는 것인데, 아직 마흔도 안 된 조 보나마사는 이미 이전의 쟁쟁했던 그 어떤 뮤지션들 못지않게 그 조화를 훌륭하게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침이 마르지 않게 이야기를 해도 모자란 두 사람이 몇 년 전에 블루스 팬들을 위해 큰 선물을 남겨 놓았어요. 그것은 조 보나마사의 앨범에 베스 하트의 목소리를 얹은 것이지요. 조 보나마사의 기타 연주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데 베스 하트의 보컬까지 가미됐다는 것은 블루스 팬들을 정말 흥분시킬만한 일인 거랍니다. 대중음악계의 쟁쟁한 선배들에게 인정을 받은 두 사람이 만났으니, 그 앨범속의 음악들은 어떻겠어요. 이미 대중들에게 명곡으로 잘 알려진 빌리 할리데이, 아레사 플랭클린, 에타 제임스, 레이찰스 등의 노래들이 두 사람에 의해서 다시 태어났습니다. 저는 사실 새로 만나게 되는 블루스 아티스트의 앨범 중에 ‘I`d Rather Go Blind’가 있으면 그 곡부터 들어보며 가수를 평가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아! 그런데 조 보나마사의 기타에 베스 하트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I`d Rather Go Blind’는 그야말로 최고였습니다. 그 곡을 한참동안 듣고 난 다음에 문득 정신 차려서 들었던 보석 같은 곡들 중에서 또 귀를 솔깃하게 만든 또 하나의 곡, 바로 ‘I’ll Take Care Of You’ 였습니다. 원래는 브룩 벤튼(Brook Benton)이 만든 곡으로 바비 블랜드를 시작으로 엘비스 코스텔로나 시인이자 뮤지션이면서 흑인운동가였던 길 스캇 헤론 등의 수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 했던 명곡인데요. 조 보나마사의 기타솔로와 베스 하트의 열정적인 보컬이 잘 버무려진 아주 짜릿한 느낌을 만들어 줍니다. 전반적인 곡의 흐름이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잘 어울려질 그런 리듬이라고 느껴집니다. 사실 저는 이 곡을 들을 때마다 가수 조용필 씨가 80년대 초에 그의 목소리로 불렀더라면 또 다른 매력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 링크 돼 있는 음악을 들어보고 여러분의 느낌은 어떤지 표현해 주십시오. (관련 동영상 http://youtu.be/aLR_bSzPTi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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