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이 봄 가뭄에 속을 태우고 있다. 그나마 5~6일 단비가 내리긴 했지만 이틀간 내린 비는 13mm에 그쳤다. 해갈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그래서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가뭄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일부에선 최악의 가뭄 가능성마저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가뭄 위기경보를 ‘주의’ 단계로 격상하자 용인시는 최근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AI(조류인플루엔자)·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이나 태풍·장마가 아닌 가뭄으로 재난안전대책본부가 꾸려진 것은 최근 10년 새 처음이다. 용인시 역시 이번 가뭄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이다.

용인시에 따르면 5월 31일 현재 처인구 남사면 창리저수지를 비롯해 용인시가 관리하는 저수지 48곳을 포함해 저수지 55곳의 저수율이 40%까지 떨어졌다. 몽리면적이 적은 저수지는 50~80%의 저수율을 보이고 있지만 소형저수지는 이미 물이 완전히 고갈된 상태다. 비교적 몽리면적이 넓은 10곳은 10% 밑으로 떨어져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시는 가뭄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에 대형관정 61곳을 추가 굴착하고, 간이 양수장을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급수차와 굴삭기를 임차해 지원하고, 양수기와 송수호스 등을 보급해 영농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예비비를 긴급 지원하는 등 시의 행정력을 적극 동원해 농민들의 가뭄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하라는 시장의 지시도 있었다.

그러나 한 시의원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농민들을 대하면서 용인시가 해마다 반복되는 봄철 가뭄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대처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됐다”며 시의 가뭄대책을 비판했다. 핵심은 시가 내놓은 대책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단기대책일 뿐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적절한 지적이다. 용인시가 작성한 연간 강우보고서를 보면 올해 1~5월 누적 강우량은 110.6mm로 나타났다. 월평균 22mm 가량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누적강우량이 311.3mm와 비교하면 36% 수준이다. 5월 강우량만 보면 2016년의 같은 기간의 23%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역별 편차도 컸다. 올해 월간 강우량을 보면 원삼 백암 등 처인구 지역이 기흥 수지 등 도시보다 강우량이 적었다. 2015년 4월만 제외하고 최근 3년간 1~5월 강우량은 비슷한 보습을 보인다.

강우량을 비교한 이유는 축적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뭄이나 수해 등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데 활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가뭄이 발생한 뒤 부랴부랴 대책을 세우거나 땜질식 처방보다 과학적 분석과 예측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또 가뭄이 발생하면 예산을 들여 곳곳에 관정을 뚫는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관정을 뚫은 곳에서 확인되듯이 관정을 뚫는다 해도 충분한 수량을 확보하리란 보장이 없다. 더욱이 관정은 사용 후 수질이나 토양 오염을 막기 위해 폐공해야 하는데 관리가 허술하면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단기 처방도 필요하지만 중·장기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양수장이나 저류시설, 저류조 설치 등이다. 예산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면 거점별로 양수장이나 저류지를 설치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천수답 등 해마다 물 부족을 겪는 지역을 데이터베이스화 우선적으로 사업을 시행하는 등 이번에는 보다 근본적인 용수확보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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