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 중학교 동창의 민원에 대한 정찬민 시장의 대처가 구설수에 올랐다. 동창과 특정 지역의 개발업체, 토지주와 함께한 면담에서 정 시장이 관련부서 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민원 내용에 대해 “해줄 수 있으면 해달라”고 말한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면담에 참여했던 한 민원인이 공개한 녹취록을 통해 알려졌다. 시장실에서 이뤄진 면담은 민원인을 비롯해 비서진도 함께한 공개된 자리였다. 국장과의 통화 역시 스피커폰을 통해 모두가 들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면담내용이 문제가 된 이유는 정 시장이 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개발 사업의 심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연장시켜서라도)해줄 수 있으면 해달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정 시장은 면담 당시 개발사업의 위치와 규모 등에 대해 민원인들을 통해 대략적인 상황을 들었을 뿐이었다.

시는 정 시장의 “해줄 수 있으면 해봐”라는 발언은 “관계법령이 정한 요건을 충족한다면 적법하게 진행하라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민원인들이 왔을 때 시장이 일반적으로 나누는 대화일 뿐”이라고도 했다.

시의 해명대로라면 ‘법적 요건 충족’이라는 매우 중요한 조건을 시장이 공교롭게도 ‘생략’한 셈이다. ‘행정을 적법하게 진행하는 일’은 관계 국장이 ‘해줄 수 있는 일’이 돼버렸다.

공무원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일을 진행하는 게 과연 공무원이 ‘해주는 일’일까? 그 일에 시장의 부탁이 필요한 걸까? 법에 문제가 없다면 시장의 전화 없이도 당연히 이뤄지는 일 아니었을까? 여러 가지 의문이 남는 해명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런 발언이 시장의 민원인 대응에 대한 일반적 매뉴얼이고 아무런 압력이 되지 않는다면 시장의 행정력까지 의문이 든다. 시장의 한마디가 이렇게 의미 없고 힘이 없다니…

시장은 해당 국장을 “자신이 승진시켜줬다”면서 민원인들에게 “줄을 잘 서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 발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단순히 관계 공무원의 모 인터뷰 내용대로 ‘쇼맨십’에서 나온 말이라고 보면 될까.

오랜만에 찾아온 동창의 고민을 들어주고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볼 수도 있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국장이 “민원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될 수 있으면 해결해주겠다’ 약속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한 부분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이번 구설수에 대해 시장의 평소 ‘소통’을 중시했던 행정을 악용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속셈이라는 의견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을 정도다. 시장의 입장에서 다른 의도 없이 민원인을 달래는 정도의 제스처를 취한 것이라면 이 사실은 그저 단순한 ‘구설수’ 정도로 끝나야 할 일이다.

결국 이틀 뒤 해당 사업계획 재심의는 통과됐다. 700세대 규모의 주상복합개발 사업이었다. 애당초 세대수가 많은데다 공원과 주차장이 사업부지 밖에 위치해 도시건축심의위원들의 반대가 주를 이뤘었지만 재심의에서는 조건부 가결됐다. 시장의 한마디가 이번 심의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정확히 알 길이 없기에 지금은 어떤 의심도 의미가 없을 듯하다. 이번 가결로 시장이 어떤 이익을 취했으리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마음 한 구석이 영 개운치 않다. 100만을 넘겨 150만을 목표로 달려갈 용인시의 수장이 민원인의 한마디에 국장에게까지 전화해 해결을 지시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시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어려움을 해결해주려는 행정엔 응원을 보낸다. 하지만 시장은 100만 시민을 봐야한다. 당장 민원인 앞에서 당근을 내놓는 것으로 소통행정을 펼쳤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도시 개발의 경우엔 특히 그렇다. 시민 다수를 위한 길인지 10년, 20년 용인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생각해야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이런 사안에 대해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한 상황에서 시장의 한마디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평소 시장이 어떤 신념과 의지를 갖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용인시의 행정 방향이 결정된다. 그런 점에서 좀 더 신중하게 대응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이 그날 그 한마디가 어떤 의미였는지 미주알고주알 해명하기를 택한 부분은 분명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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