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가 2035년 용인도시기본계획안을 발표하고 지난달 18일 공청회를 가졌다. 주요 내용은 처인구를 개발해 인구 150만 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얼마의 시간을 내다 본 계획인가, 장기적 안목에서 볼 때 문제점은 무엇인가를 따져보고자 한다. 근본적이고 심각한 문제를 등한시 한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먼저 결론부터 밝히자면 지금까지의 용인시 도시계획에 대한 문제점을 철저하게 분석하지 않았고 개발이란 측면에만 치중했다는 느낌을 준다. 용인시의 발전계획에는 적어도 100년을 전망하는 장기적 안목이 있어야 하고, 그 계획이 지역주민의 삶을 행복하고 자연친화적으로 계획하되 계속적인 자체 성장 동력을 살리는 방향으로 설정돼야 한다.

용인시 도시개발의 문제점

용인시 인구가 100만 명에 달하게 된 중요 원인은 용인시가 적극적으로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라 서울이 팽창하면서 밀려들어온 인구 증가에 의한 것이다. 특히 수지구와 기흥구 지역에 아파트가 많이 건립됐기 때문이다. 이 지역 아파트 건립은 마구잡이식으로 자연과의 조화가 크게 깨진 도시가 됐다는 점이다. 또한 공원부지, 학교부지, 체육시설부지, 소방안전, 주차장 확보 등이 고려된 종합적 계획이 아닌 개별 아파트 건설로 인한 난개발로서 실패한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이 지역에 살았던 원주민의 비율은 낮아졌다. 주민들이 이곳에 대한 애착심이나 애향심의 구심점이 약화돼 역사문화적 연결고리가 크게 약화되었음을 뜻한다. 그 예로 법화산 정상에 평화의 쉼터가 있다. 이 산을 찾는 많은 등산객들은 이곳을 외면한다. 이 곳은 6·25전쟁 때에 국군 6사단과 미군 24사단, 그리스 연합군이 중공군 3개 사단의 침입을 막아내 이 고장을 지킨 치열했던 전투의 전장이다. 이에 55사단은 이 곳 유해를 발굴하고 기념비를 세웠다. 시민이 이 곳을 외면하는 이유는 전쟁과 용인을 연계해 보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곳에서 발굴된 74명 전사자의 이름은 용인시민광장이나 역사문화공원에 기념비를 세워야 할 대상이다.

지금까지 수지구와 기흥구의 개발사업은 원주민의 의견이 묵살되고, 역사와 문화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개발이었다. 자연을 외면한 개발과 역사문화의식이 배제된 채 진행된 난개발은 앞으로 용인시가 귀한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기흥·수지구의 아파트 난립은 용인시 발전을 저해하는 커다란 장애가 될 것이다.

처인구 개발사업

이 계획은 처인구를 적극 개발해 150만 인구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처인구는 다른 지역과 달리 면이란 행정구역을 가진 농촌지역이고, 인구에 있어 아직 개발 여지가 많은 발전 가능성이 무한한 지역이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유일한 지역이기도 하다. 이 지역마저 개발이란 명분으로 외부사람이 마구 들어온다면 환경을 지키자는 원주민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만약 개발사업이 중도에 중단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흉물이 될 것이다.

150만명의 인구 증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연 출생에 의한 증가가 얼마나 되는가에 유의해야 한다. 어린이 출산율이 적어 큰 걱정거리이다. 저출산 문제는 비단 용인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인 중차대한 문제이다. 농촌인구가 고령화하면서 어린이가 없는 농촌 가정은 불균형 가족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런 전국적인 문제의 해결에 관심을 두지 않은 인구 증가는 의미가 없으며, 용인시를 폐허의 도시로 만들 것이다.

개발논리는 이미 구시대의 산물이다. 처인구 개발은 농업을 농민의 주체적 힘에 의해 6차 산업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이 필요하고, 환경을 보존해가는 자연친화적 방향으로 수립돼야 할 것이다. 농민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본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업품종개량연구소, 수목산림연구소, 농촌산업발전연구소, 기후연구소, 산업대학과 같은 기관이 설치되도록 계획돼야 할 것이다. 학교가 지역사회의 중심이 되는 방향으로 선회돼야 할 것이다. 이제 농업을 천시하는 시각을 돌려 자연친화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도시계획으로 바뀌어야 한다.

용인시 도시계획의 주안점

용인시 도시계획은 앞으로 100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적 시각에서 세워지기 바란다. 100년의 변화를 어떻게 예측하겠는가. 하지만 100년이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유럽에는 천년을 내다본 건축물을 허다하게 찾을 수 있다. 오히려 100년이란 짧다. 1000년을 내다보면서 계획하고 살아가는 지혜가 모아져야 할 것이다. 수백년 자란 가로수가 울창한 숲의 도로를 시민이 걸을 수 있는 아름답고 살기 좋은 용인시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근대적 도시계획은 하드웨어적인 도로망 구축에서 시작했다. 현대적인 도시계획은 시민광장, 공원 설립, 학교, 병원, 체육시설, 문화예술의 광장 쪽으로 확장됐다. 도시계획은 시민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또 용인시의 장기적 발전을 염두에 둔 친환경사업, 지역주민의 의지를 담아내는 방향으로 수립되기를 바란다. 모든 시민이 찾을 수 있는 용인의 역사문화공원 구역을 중앙지역에 확보해 놓는, 용인의 과거 인물은 물론 앞으로 용인을 이끌고 발전시키는 현대사 주역을 기념하는 공간,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체육시설, 연극과 영화 상영관 등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