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응원과 격려에 도전 이어가 … “너무 행복해 웃음만”

올해 1차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 지역 최고령 합격자 문오분씨..

“평생 공부에 한을 갖고 살았지. 이제는 자려고 누우면 웃음부터 나와.”

어렸을 때 초등학교 2년을 다닌 게 전부였다는 문오분씨(수지구 풍덕천동)는 올해로 83세 할머니다. 한자와 역사를 좋아했던 소녀는 오빠 넷이 모두 학교에 간 시간 혼자 남아 가고 싶은 학교 이름을 종이에 써내려가며 가슴에 한을 묻어야만 했다.

“내가 글을 좋아하는 걸 막내 오빠가 알고 학교에서 소설책을 빌려다 줬어. 그걸 읽고 또 읽고 했지. 아무리 그래도 그때는 여자가 공부할 수 있는 시절이 아니었어.”

2012년 용인시성인문해학교 초등과정에 입학한 문씨는 ‘세월아 가지마라’라는 제목의 시를 쓰고 혼자 한없이 울었다고 했다. 가는 세월을 붙잡을 수는 없었다. 뒤늦게 배울 기회가 왔지만 나이가 너무 들었다는 생각에 지난 세월이 아깝고 원통했다. 아무리 공부해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이였다.

그래도 늦게라도 찾아온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꿈에도 그리던 공부였다. 문씨는 딸의 나이 정도 되는 학생들 사이에서 몸도 여기저기 아프고 귀도 잘 들리지 않았지만 기를 쓰고 공부했단다.

3년 후 문씨는 드디어 초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딸의 도움도 컸다. “내 생일날이었는데 딸아이가 초등 검정고시 문제집을 사줬지. 쓰윽 보니 다 풀겠더라고. 그걸로 공부해서 합격했어.”

엄마의 공부에 대한 한이 얼마나 깊은지 잘 알고 있는 딸은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도 해보자며 용기를 북돋아줬다. 나이가 드니 기력이 없어 조금 공부하면 앞이 보이지 않는 바람에 잠시 누웠다 다시 일어나 공부하길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했단다.

그렇게 지난해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한 후 올해 3월 문해학교 중등과정에 입학하자마자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하는 기쁨을 누렸다. 지역 내에서는 가장 나이가 많은 합격자였다.

“학력을 써야할 일이 있을 때마다 ‘국졸(초등학교 졸업)’이라고도 쓰지 못하는 게 그렇게 억울하고 속상했어. 처음 ‘국졸’ 쓰고 얼마나 신났는지 몰라. 그러다 조금 있다가 중졸 쓰고. 이제 고졸 쓰게 생겼어. 하하하.”

문씨는 요즘 잠을 자려고 누우면 꿈같은 사실에 너무 행복해 혼자 웃는다 했다. 평생을 공부에 한을 갖고 살았던 할머니는 80세가 넘어 그렇게 꿈을 이뤘다.

한편, 용인시는 관내 문해교육기관 3곳에서 올해 1차 검정고시에 10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합격자는 시 직영 용인시성인문해학교에서 1명, 상갈동주민자치위원회 운영 한글교실서 1명, 신갈야간학교 문해교육반에서 8명이 나왔다. 학력별로는 초등 졸업 검정고시 4명, 중졸 3명, 고졸 3명 등이다. 시는 관내 36곳의 성인문해교실에서 비학력자들을 위한 초·중등학력 과정반을 운영하고 있다. 한글교육뿐 아니라 컴퓨터, 생활문해교육 등도 실시한다. 성인문해교실 참여 희망자는 평생교육과 평생교육팀(031-324-8984)에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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