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시 등록·전염병 감염 여부 확인절차 없어...야생동물 출몰 지역…안전·방역 대책도 필요

기흥호수공원 반려견 놀이터 전경

용인시가 국내 최대 규모로 조성했다며 11일 발표한 기흥호수공원 반려견 놀이터에 대해 개장 일주일도 되지 않아 관리 소홀과 운영지침 부재에 따른 문제 발생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는 기흥구 하갈동 기흥호수공원 내 유휴공간 4000㎡에 시민들이 반려견과 자유롭게 산책하고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는 놀이터를 조성해 12일 정식 개장했다.

일단 반려견 놀이터를 찾은 시민들의 호응은 좋았다. 동탄과 오산 등 타지역 시민들도 찾아와 인근에 생긴 반려견 놀이터를 반기는 눈치였다. 동탄에서 왔다는 한 시민은 “평소 수원광교호수공원 반려견 놀이터를 자주 갔는데 여기가 더 가까워서 좋다”며 “보호자가 앉을 수 있는 공간도 많이 마련돼 있어 편하다”고 평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반려견 놀이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한 동물복지단체 관계자는 “요즘 늘고 있는 반려견 놀이터는 반려견과 견주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면서도 “그러나 관련 운영 지침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이 없고 관리 소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흥호수공원 반려견 놀이터 안내판. 전염성 질병이 있는 개와 등록하지 않은 동물 등은 출입할 수 없다는 문구가 있지만 입·퇴장 시 이를 확인하는 절차는 전혀 없다.

실제로 본지가 13일 방문한 기흥호수공원 반려견 놀이터에도 전문가들의 지적 사항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호수 근처에 위치해 오리나 철새 등 야생동물이 많이 출몰하는 지역이라는 점이다. 지난 AI 감염사태에 들고양이가 야생 조류에 의해 감염된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에 대한 대비책이나 후속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관련 대비책은 아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놀이터 입구엔 ‘질병이 있거나 사나운 맹견, 등록을 하지 않은 반려동물은 입장할 수 없다’는 팻말이 있었지만 이를 관리하거나 확인하는 절차는 전혀 없었다. 한 시민은 “혹시 몰라서 등록 확인서를 들고 왔지만 아무도 없었다”며 “반려견 놀이터를 다녀보면 강아지들끼리 싸우는 경우도 종종 있고, 문이 열린 틈을 타 나가는 바람에 길을 잃기도 한다. 안전을 위해 확인 절차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려견 놀이터를 자주 이용해왔다는 다른 시민은 “미쳐 치우지 않은 개의 배변으로 주위가 더러워지는 곳을 많이 봤다”며 “위생과 방역에 신경 쓰지 않으면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되거나 여름이 되면 더 심해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대 규모의 반려견 놀이터라고 홍보만 할 것이 아니라 그만큼 관리에 신경써야한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정작 관리를 맡은 시는 인력부족의 한계를 드러냈다. 놀이터 관리를 맡은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기흥호수생태공원 관리인이 놀이터 관리도 함께 한다”며 “일일이 등록여부나 질병 감염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놀이터가 동물시설인 것은 맞지만 공원녹지과 자체가 동물 관련 부서가 아니기 때문에 전문적인 관리가 힘들 수 있다”고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지금은 시범 운영이다. 운영 지침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해 ‘전격 개장’이라는 발표를 무색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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