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작은도서관’이라는 낱말을 마주치면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을 떠올릴까? 규모가 작은 도서관? 공공도서관에 견줘 시설이 열악한 도서관? 아니면 마을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은 도서관? 나에게 ‘작은도서관’은 마을공동체의 구심점이자 하나의 운동이라는 이미지로 그려진다.

6년 전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 온 뒤 처음으로 작은도서관을 만났다. 작은도서관이 마을 안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때는 약 12년 전인데, 6년 전에야 작은도서관을 처음 알게 된 것이다.

비록 뒤늦게 그 존재를 알았지만 경력단절여성이라는 동네 흔한 아줌마인 내가 작은도서관을 만난 것은 감히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걸어서 3분이면 책을 빌릴 수 있음은 물론이고 내 아이들은 작은도서관에서 뒹굴며 자라고 있다. 이용자로서 만난 작은도서관도 기쁨과 감동이지만 자원봉사를 시작하며 새롭게 알게 된 작은도서관은 사람과 책은 물론 사람과 사람,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마을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작은도서관이 이렇게 큰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저력의 바탕은 무엇보다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보수 자원활동가들만으로 운영되는 마을의 작은도서관은 어찌 보면 허술한 것 같고, 비전문적인 듯 보이지만 이웃을 향한 애정과 사람 냄새나는 건강한 마을을 만들고자 하는 열정만큼은 우주 최강 전문가일 것이다.

용인시의 작은도서관들이 연대해 꾸린 용인시작은도서관협의회(이하 용도협)가 해온 일만 봐도 그렇다. 용도협이 만든 독서문화프로그램인 ‘영순이 책가방’은 책을 매개로 가족이 함께 모여 즐거운 독서 경험을 갖도록 하고, 나아가 이웃과 함께 그 즐거움을 나눌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용도협이 개최한 마을축제는 나와 내 가족이라는 작은 울타리에서 이웃과 마을이라는 조금 더 넓은 세상으로 시야를 넓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이러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작은도서관을 이끌어온 사람들은 자원활동가들이지만 더 소중한 사람들은 바로 작은도서관에 드나드는 이용자들이다. 엄마와 함께 재잘재잘 이야기 나누며 책을 보는 유아들과 크고 작은 문화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어린이 이용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관심사에 따라 구성된 동아리에 참여하는 아줌마 이용자들은 작은도서관이 굴러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아파트 단지에 이름만 ‘아무개마을’이라고 붙인다 해서 유년 시절 뛰놀던 정겨운 마을의 모습이 되살아나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겉모습은 성냥갑 같은 아파트이지만 속살만큼은 이웃끼리 가까이 교류하고 소통하는 공동체 모습으로 일구고자 하는 움직임으로서 작은도서관이 마을 곳곳에서 자리 잡고 있다. 마을을 사람 냄새 폴폴 풍기는 곳으로 만들고 살아 움직이게 한다.

‘작은도서관과 사람들’이라는 연재를 통해 작은도서관에 얽힌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과 에피소드를 담아내려고 한다. 아직 작은도서관을 잘 모르거나 더 알고 싶은 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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