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영화 ‘천일의 앤’으로도 널리 알려진 16세기 영국 튜더 왕조의 국왕 헨리 8세와 왕후 앤 볼린의 실화가 오페라로도 재생됐다. 천일 간 왕후였던 주인공 앤 볼린은 이태리식 이름 소프라노 안나볼레나로 환생해 매우 비중이 큰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맨 마지막 처형당하기 전 소프라노가 보여주는 실성하는 광란의 장면은 오페라사에서 몇 안 되는 명장면으로 알려져 있다. 청중들에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기교와 절망의 표현으로 널리 사랑을 받고 있는 장면 중 하나다. 밀라노 카르카노 극장에서의 초연은 탁월한 가수들의 출연으로 전에 없던 대성공을 거둔다. 이 작품을 통해 작곡가 도니젯티는 비로소 그 시대에 가장 유명한 작곡가로 인정받게 된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홈페이지에서 캡처

소프라노 안나 볼레나는 작곡가의 의도대로 오페라가 갖는 드라마적 성격을 아주 잘 표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작곡가가 유럽 순회공연을 시작하게 된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한다. 파리에서의 공연에서도 역시 똑같은 시기에 상영된 벨리니의 작품 손남불라-몽유병의 여인과 경쟁관계에 있었지만 이 작품이 훨씬 더 큰 호응을 받았다. 수년간 상영됐다가 한동안 오페라극장의 공연 화보에서 완전히 사라진 적이 있다. 그러다가 1957년 밀라노 스칼라극장에서 거장 루키노 비스콘티의 연출과 마리아 칼라스의 공연으로 다시 한 번 큰 성공을 거두었다.

작곡가 : 가에타노 도니젯티(1797~1864)
대본가 : 펠리체 로마니(1788~1864)
초연 : 1830년 12월 26일 밀라노 카르카노극장
초연가수 : G. 파스타, E. 오르란디, G.B 루비니, F. 갈리

줄거리
엔리코 8세(헨리 8세의 이태리식 발음)는 힘들여 결혼했으면서도 그의 아름다운 부인 안나 볼레나(앤 볼린의 이태리식 발음)에게는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에 그녀는 몹시 괴로워한다. 조반나 세이무어는 왕이 요구하는 사랑과 그녀를 여왕으로 만들겠다는 왕의 약속을 거절할 수 없어서 그를 받아드린다. 그러나 그녀는 다가올 수밖에 없는 안나 볼레나의 불행한 미래에 대해서는 스스로 양심의 자책감으로 괴로워한다. 안나의 오빠 록포드는 우연히 고향으로 돌아오고 있는 옛날 안나의 애인이기도 했던 페르시를 만난다.

페르시는 다시 안나를 만나보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감에 당혹해 한다. 여러 사람과 함께 사냥을 나갔던 엔리코 왕은 마침 안나를 함정에 빠트리려고 하던 참에 다시 만난 옛 연인 페르시와 안나의 당혹한 모습을 보고 내심 기뻐한다. 얼마 후 안나의 시종 스메톤(안나를 짝사랑하고 있었다)이 마침 안나의 작은 초상화를 정리하던 중에 안나와 페르시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몰래 숨는다. 안나는 다시 옛날에 사랑했던 연인관계로 돌아가자는 페르시의 요구를 뿌리치자 페르시는 칼을 빼 들어 자살을 시도한다.

스메톤은 페르시가 여왕을 위협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칼을 빼 들어 페르시와 결투를 하기 시작한다. 그때 왕이 도착하자 놀란 스메톤은 자신도 모르게 감추고 있었던 여왕의 초상화를 떨어트린다. 엔리코 8세는 모든 이들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안나와 스메톤, 페르시, 록포드 까지 모조리 감옥에 가둔다. 조반나는 안나에게 차라리 유죄를 고백하고 목숨을 구할 것을 권유하지만 안나는 그녀의 권유를 거절한다. 여왕에게 권유하던 중에 조반나는 왕이 또 다른 여인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린다. 안나가 그녀의 라이벌 이름을 묻자 조반나는 자신이 바로 라이벌임을 고백한다.

죄책감을 표시하는 조반나를 보고 안나는 그녀를 용서하고 오히려 위로하며 노여움을 거둔다. 재판 중에 순진한 스메톤은 안나의 애인이었다고 고백하면 안나를 구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애인이었다고 고백한다. 그의 증언은 안나의 운명을 결정짓게 한다. 안나와 페르시가 배심원단 앞으로 이동되는 사이에 조반나는 왕에게 자신을 포기하더라도 안나를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런던탑 안 감옥에서 페르시와 록포드는 안나를 제외한 자신들에 대한 왕의 특별사면마저 거절한다. 페르시와의 젊은 날의 기억 속에서 실성하고 있었던 안나는 왕의 새 결혼식을 알리는 대포소리에 현실로 돌아온다. 안나를 다른 죄수들과 함께 처형장으로 데리고 가기 위해 근위병들이 도착하고 안나는 새로운 왕의 부부를 향해 저주하기보다는 하느님 같은 마음으로 동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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