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의 헌재 결정이 탄핵으로 끝났다. 우리나라 헌정사에 깊은 상처를 남긴 사건이었다.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내려야 하는 사건이었으니 잘잘못을 따지기는 했지만 안타깝고 가슴 아픈 사건임에 틀림없다. 일부 주장대로 기쁜 일은 절대 아니다.

다른 일부 주장대로 탄핵에 불복할 일도 아니다. 대통령이 탄핵됐는데 어찌 기쁜 일이겠는가. 더구나 헌법상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헌재 결정을 불복한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어떤 결정이 났을 때 그 결과를 인정하는 것과 승복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결과가 마음에 든다면 인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승복이라는 것은 내려진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드리는 것이다.

입장에 따라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헌재 재판관 모두를 고발한다거나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들이 탄핵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데모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보기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 과거 일부 시민단체들이 법의 결정을 따르지 않을 때 다른 쪽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었다.

“왜 법의 결정을 따르지 않고 자기에게 불리하면 생떼를 쓰느냐”는 말이었다. 맞는 말이다. 법 앞에는 누구나 평등해야 한다. 같은 논리로 헌법상 최고 기관인 헌재 결정이 내려졌으면 인정하고 싶지 않더라도 승복해야만 할 일이다. 그것을 가지고 더 이상 왈가왈부하는 것은 억울함을 표시하는 방법일 수는 있어도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행동이라면 훌훌 털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 사건을 가슴에는 새기지만 빨리 잊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일이다. 즉 경제를 살리는데 최선을 다하는 일이다. 경제를 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경제성장률 2.7%, 물가 상승률 2.0%처럼 숫자로 표시하는 지수경제가 있다. 다음으로는 “요즘 경제가 나빠, IMF 때보다 더 못한 것 같아”라고 말하는 몸으로 느끼는 체감경제가 그것이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체감경제는 매우 나쁘다.

필자는 가끔 택시를 타면 반드시 기사들에게 “요즘 경기가 어때요?”라고 묻는다. 그러면 대답은 세 가지다. “뭐 먹고 살만해요.” 경기가 좋다는 얘기다. “에이 먹고 사는 것이 다 그렇지요, 뭐.” 좋지는 않지만 나쁘지도 않다는 얘기다. “힘들어요. 정말 힘들어요.” 경기가 나쁘다는 말이다. 그러나 요즘 한 가지 대답이 더 늘었다. “죽겠어요, 정말 힘들어요.” 최근에 물어본 택시 기사들은 대부분 이렇게 대답한다. 필자가 봐도 그렇다. 학생들의 취업률도 형편없다. 조기 퇴직은 이미 우리 옆에 항상 있는 말이 됐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경기가 나쁘다고 탓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가 나쁜 원인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아는 일이다.

먼저 왜 어려운가부터 따져보겠다. 시장개방화율이라는 용어가 있다. 그 나라 수출과 수입의 합을 GDP로 나눈 값이다. 쉽게 말하면 그 나라 경제 중에서 해외에 영향을 받는 부분이 얼마나 되느냐는 것이다. 일본은 세계 3대 무역국이고 당연히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다. 그런데도 개방화 수치는 30% 정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낮을 때도 60% 근처이고, 높을 때는 80% 가까이 된다. 그러니까 우리경제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해외경제 변화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해외경제가 좋지 않다.

중국도 성장률이 6.5%로 과거의 2/3로 떨어졌고, 미국과 일본도 시원치 않다. 최근에는 사드 등으로 시끄럽기까지 하니 우리경제가 더욱 나쁘게 느껴지는 것이다. 탄핵이 끝난 지금, 우리는 경제를 살리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빨리 잊고 다시 하나가 되어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에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우리 속담에 ‘코밑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다.

즉 먹는 것이 많아야 인심도 좋아진다는 말이다. 경제가 좋아야 사회분위기도 좋아진다는 의미다. 지금 세계는 경제가 최우선이다. 미국 트럼프는 아예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외국으로 나간 기업들을 다시 미국으로!”를 외치고 있다. 최근 실업률이 4.7%로 떨어졌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우리도 5월 9일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다. 새로운 대통령이 누가 되든 두 가지 일이 가장 중요한 급선무가 될 것이다. 흩어진 민심을 하나로 다시 묶는 일과 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바람이 있다면 다음 대통령은 제발 경제를 잘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 밖으로 화려하게 보이는 정책을 남발하지 않고, 조금은 어수룩하게 보일지라도 경제 생태계를 이해하고, 경제를 살리는데 곰 같은 끈기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최소한 그런 능력 있는 사람을 발굴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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