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개발·관리부실·무관심 환경문제 총체적 난국

아파트 주민들 민원에 철거·확장 문제는 미지수  
 

수지구 동천동 생태터널의 현재 모습. 수년 째 관리가 전무한 상태로 방치되면서 생태통로로써의 역할은 사라진 지 오래됐을 것으로 보인다.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 수지고등학교 부근 생태터널 철거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민원이 계속돼 관심이 모아진다.

해당 터널은 2005년 동천지구 아파트 개발과 함께 건설됐으며 야생동물이 지나다닐 수 있는 생태통로 역할을 겸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최근 생태터널 인근 부지가 388세대의 아파트 개발이 진행되면서 기존 주민들이 교통 혼잡과 안전, 미관 등을 이유로 생태터널 철거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건설 당시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생태계 보존 필요성에 의해 설치된 생태통로를 없애는 것은 난개발에 생태계 파괴까지 초래하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용인시 환경과 관계자는 “생태터널은 동물들의 서식지 두 곳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통로”라며 “현장 조사 결과 해당 생태터널의 반대편 부분이 이미 주택단지로 개발돼 동물들의 이동통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생태터널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해 이에 대한 철거가 필요하다면 막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10여 년 전 필요에 의해 설치된 생태통로가 왜 지금은 무용지물로 전락한 것일까. 생태터널에 대한 관리가 전무했던 것이 문제였다. 보통 터널을 비롯한 생태통로에 대한 관리는 해당 사업자가 하도록 돼 있지만 동천동의 생태터널은 조사 결과 상당기간 관리가 전혀 돼 있지 않고 있었다.

환경과 관계자는 “사업자 측에서 관리가 어려울 경우 시에 이관하도록 하고 있다. 동천동 생태터널은 그런 과정이 없었기에 시에서도 이를 파악하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결국 주민들과 사업자, 시의 무관심 속에 환경에 대한 ‘최후의 보루’라고도 불리는 생태터널은 각종 쓰레기가 쌓이고, 반대 서식지는 개발돼 없어지면서 무용지물로 전락한 셈이다.

용인환경정의 이정현 사무국장은 “용인시의 난개발 속에서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생태통로를 통해 개발로 인한 동식물들의 서식지를 그나마 지킬 수 있겠지만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다면 이마저도 제 역할을 하기 힘들 것”이라며 “지자체 차원에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지역 내 생태통로의 위치를 파악해 정해진 시기마다 관리를 해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동천동 생태터널의 철거와 교통 혼잡을 막기 위한 차선 확장은 당장 결정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해당 지역에 건설 중인 아파트 단지는 이미 분양이 이뤄져 내년 입주 예정이기 때문에 교통개선부담금에 대한 사업자와의 협상이 관건이다.

시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주민들의 민원 사항을 토대로 해당 지역의 교통 수요와 개선 필요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생태터널) 철거와 차선 확장에 대한 부분은 아직 단정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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