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이 가결된 이 시기에 타로카드 16번 탑은 그 의미를 참으로 분명하게 말해준다. 사람들은 공든 탑이 무너질 리 없다고 하지만, 역사적으로 공든 탑은 무너져왔다. 16번 탑은 바벨탑의 모습을 그려 놓은 것이다.

수비학적으로 16은 자신과 통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그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어서 특별한 무엇인가를 만들겠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그것은 상아탑일 수도 있고, 연구소나 정치집단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말이 통하는 사람들끼리 만나고 힘을 합쳐 자신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가려고 한다. 혈연과 학벌, 지역과 사상의 인맥으로 서로 뭉쳐서 이익을 공유하고, 권력의 ‘백’을 기반으로 기존 법질서와 상관없는 세상을 누리려고 한다. 그것이 자신들만의 성이 되고 탑이 된다.

그런데 왜 공들인 탑들이 무너질까? 신은 바벨탑을 원치 않는다. 인간이 뭉치면, 자연의 섭리를 넘어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오만함이 생기기 때문이다. 탑 안의 지도자들이 결정한 사항은 그들 집단의 이익에만 충실할 뿐 국민에게는 도움이 안 된다. 하지만 그들은 탑 안에 숨어 있어서 그것을 모른다. 결국 세상의 순리대로 번개가 내려치듯 탑은 무너지게 된다.

타로를 하면서 깊이 배우는 것은 하나의 원칙이 항상 옳을 수 없다는 점이다. 세상은 변하기 마련이고 새로운 생각과 인연, 환경이 나타나지만, 탑 안에 사는 사람들은 한 가지만 옳다고 생각한다. 탑은 뭉치기 때문에 처음에는 좋다. 하지만 그들 스스로 쌓은 장벽 때문에 넓은 세상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이 생겨버린다. 오로지 자신들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오만함으로 자연의 섭리와 멀어지게 되고, 결국 신은 그것을 부셔준다. 그 부서짐이 축복이 된다.

탑은 임시로 들어가는 편안한 자리이다. 병원이나 학교, 튼튼한 직장, 든든한 모임 다 가능하지만, 너무 오래 있으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 편식이 좋을 리 없다. 편안함과 안전함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우린 낯설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와 자신의 힘을 길러야 한다. 그래야 살아갈 동기와 재미와 다양한 세상을 알아가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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