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무더위가 지나고 가을이 오나 싶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벌써부터 한겨울 추위가 매서울 지경입니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데요. 면역력이 떨어지면 발생하기 쉬운 대표적인 질환인 대상포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감기 몸살에 걸린 듯 온몸이 아프더니 몸에 붉은색 물집이 나기 시작했다면 대상포진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대상포진을 예로부터 전요화단(纏腰火丹)이라는 병으로 진단해왔습니다.

대상포진은 수두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가 동일합니다. 어렸을 적 수두를 일으켰던 바이러스가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진 틈을 타 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것이 바로 대상포진입니다. 즉 수두를 겪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상포진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띠 모양을 뜻하는 ‘대상(帶狀)’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물집이 띠 모양으로 발생하며, 심각한 통증과 함께 옵니다. 대상포진은 피부에 나타나는 질환이기 때문에 피부병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두 바이러스가 신경을 파괴하고 염증을 일으킨 뒤에 피부에 나타나는 것이므로 신경 질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보통 60대 이후부터 발생률이 높아지지만, 근래에는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발생 연령층이 낮아지며 20~30대도 대상포진에 걸리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물집이 나타나기 일주일 전부터 몸살처럼 전신 통증이 나타나 대개 감기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피부에 물집이 생기고 가려움증을 느끼며 통증이 심해지면 대상포진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붉은 물집이 띠 모양으로 몸의 한쪽에 무리지어 생기는데, 전체 환자의 55% 정도는 몸통 부위에 나타납니다. 약 15% 정도는 얼굴 쪽에 대상포진이 나타나 두통을 동반한 안면 통증이나 귀 통증, 안면 마비 등을 겪기도 합니다.

몸과 허리 부위에 대상포진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목 디스크나 허리 디스크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보통 2주에 걸쳐 변화하는데, 여러 개의 물집이 무리지어 생긴 후 고름이 차면서 탁해지다가 딱지가 생깁니다. 이때 통증은 매우 심한 수준으로 ‘바늘로 콕콕 찌르는 느낌’, ‘번개가 내리치는 느낌’ 등으로 통증을 표현하는데 심할 경우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해야 할 만큼 고통이 심각한 경우도 있습니다.

물집은 2~3주 후에는 저절로 좋아지며 흉터 없이 치유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나이가 많거나, 몸이 허약한 사람에게는 심한 통증이 몇 달 내지 몇 년 동안 계속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초기에 치료를 잘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통 발생 1주 안으로 가피가 형성되고 2주 안으로 낫는데 양방 치료 후 남은 후유증 치료가 어렵습니다. 피부병변(발진)이 있기 48~72시간 전에 통증이 선행하고 발진이 생기고, 빠르게 수포성 병변으로 진행됩니다. 질환의 총 이환기간은 일반적으로 7~10일이지만 피부가 정상으로 돌아오는데 2~4주가 걸릴 수도 있습니다.

대상포진은 일반적으로 전염성이 없습니다. 다만 한창 진물이 나올 시기에 직접적으로 환부에 접촉할 경우에는 전염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대상포진에 걸렸을 경우에 어린이에게 전염시켜 수두를 앓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린이와의 격리가 필수적입니다.

대상포진은 제대로 치료하지 않거나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심각한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눈 근처에 생겼을 경우 대상포진성 각막염을 유발해 실명할 위험도 있습니다. 또한 얼굴 부위로 넘어올 경우 안면신경 마비, 뇌신경을 침범하는 경우 뇌수막염 등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후유증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피부에 나타난 수포 등이 없어진 뒤나 수포가 발생한지 3개월 후에도 통증이 지속됩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인한 통증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통증 순위 11위에 꼽힐 정도로 통증이 극심하고 완치율도 낮습니다. 그러므로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후유증 예방을 위해서 필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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