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던 사람이 갑자가 쓰러지고 그 사람을 구하기 위해 인공호흡과 흉부 압박을 시행해 기적적으로 소생되는 뉴스가 보도되곤 한다.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국민들이 늘어가면서 기적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아파트, 공연장 등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 자동 제세동기가 비치되기 시작했고 우리 사회는 조금 더 안전해지고 있다.

숨이 멈춘 환자를 회복시키려는 시도는 고대부터 시도됐는데 우리나라 동의보감에도 죽은 사람을 살리는 방법으로 가슴을 문질러 주거나 팔다리를 주물러주는 방식과 함께 죽은 사람을 소 등 위에 가로로 엎어 놓고 양쪽에서 붙들어 매고 소를 천천히 걸어가게 하거나 거꾸로 업고 다니는 방법, 몸의 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코와 입을 막아 버리거나 식초나 피를 코, 구강 혹은 항문으로 약초를 주입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기록돼 있다.

19세기 사용된 여러 가지 수동적 호흡방법

과거 서구에서도 응급 처치 방법은 동양과 큰 차이가 없었는데 고대 이집트에서는 사람을 거꾸로 세우고 항문에 약초를 태운 향을 주입하는 방법이 있고, 성경에서 선지자 엘리야가 어린 아이를 살리는 묘사에서 입을 맞추고 손발을 주물러주는데 동의보감 기록과 유사하다.

죽은 사람을 동물 등에 엎드리게 하거나 거꾸로 업는 방법은 익사 환자의 호흡기로부터 물을 빼내려는 경험적 방법이었다. 코, 입 등에 식초나 약초를 주입하는 것은 자극을 줘 의식이 떨어진 환자들의 자발 호흡을 유발시키는 방식으로 추정하고 있다. 진짜 응급 환자의 구조 호흡 방법은 좀 더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시작됐다.

히포크라테스 시대에 이미 숨을 기도로 직접 불어주면 폐로 공기가 들어가는 사실은 알았지만 심장을 생명의 원천으로 여겨 호흡 유지는 무의미한 일로 생각했다. 이후 수세기 동안 구급치료보다 예방을 중시해 몸의 열기를 보호하기 위해 물이나 온기가 남아 있는 재를 몸에 덮거나 심지어 몸을 채찍으로 때려 열을 발생시키는 것이 생명을 구하는 방법이라 여겼다.

중세 이슬람 의사 이브시나는 가는 금속관을 기도에 넣어 호흡하는 방법을 고안했는데 이 방식은 르네상스 시기 유럽에 소개돼 1543년 베살리우스가 돼지의 기관지에 가는 금속관과 풀무를 이용한 인공호흡 실험에 성공했다. 응급 환자에게 풀무를 사용한 인공호흡 방식이 시작됐으나 공기를 주입한 것이 아닌 연기를 사용해 큰 효과가 없었다. 몸속의 냉기를 없애기 위해 열기를 주입해야 한다는 생각과 당시 아메리카로부터 유럽에 전파된 담배 연기가 호흡기능을 개선시킨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이었다.

1732년 영국 의사들이 호흡곤란에 빠진 광부를 구강 대 구강 인공호흡으로 회복시키는데 성공했다. 구강 인공호흡 방법은 사람이 내쉬는 공기에는 산소가 부족할 것이라는 생각과 입술 접촉을 금기시하던 사회분위기로 널리 확산되지 못했다. 그러다 사산된 신생아들이 구강 인공호흡으로 소생되는 경우가 확인되면서 1740년 프랑스 파리과학원에서 응급구조법으로 입을 사용하는 인공호흡을 추천하기 시작했다. 1767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응급구조단이 적극적 인공호흡 방법으로 익사자 150여명을 구조하는데 성공했다.

1829년 과도한 공기가 주입된 폐는 압력으로 손상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적극적인 기도 호흡보다 몸의 근육을 이용한 수동적 호흡방법이 시도됐다. 1950년대까지 사용된 수동 호흡방법은 환자를 엎드리게 한 뒤 고개를 한 쪽으로 돌린 다음 등쪽으로 팔을 들어 올렸다가 내렸다 한다. 이어 등을 손바닥으로 눌러줘 폐에 압력을 주었다가 풀었다 하면서 몸의 근육을 이용한 호흡을 유발시키는 방법으로 효율성이 상당히 떨어졌다.

기계공학이 발전한 20세기 초반에는 인공호흡에 기계 장치가 활용되기 시작했는데 현재 사용되는 기도를 통해 직접 공기를 주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동그란 통속에 몸을 집어넣고 압력을 이용해 호흡을 보조하는 장치였다. 1928년 미국 보스톤 소아병원에서 소아마비로 호흡부전에 빠진 8세 소녀가 기계 호흡기를 활용해 기적적으로 회복되면서 사용되기 시작했고, 1940년대 미국에 소아마비가 유행할 당시 많은 환자들이 기계장치를 이용한 인공호흡 장비를 사용했다.

1949년 미국에서 소아마비가 유행하면서 호흡곤란에 빠진 환자들이 속출했는데 미국의 엘럼은 본능적으로 구강 대 구강 인공호흡을 실시했고 그 결과 많은 환자들을 구조할 수 있었다. 1950년대 혈액의 헤모글로빈 산소 포화도를 측정하는 방법이 개발되면서 수동적 호흡방식은 산소포화도가 70%에 불과한 반면 기도를 통한 적극적인 인공호흡방법은 100% 가까이 유지하는 것이 확인됐다. 더 이상 적극적인 기도 호흡방법을 주저할 이유가 없어졌고 다시 구강 인공호흡은 확산됐다.

1957년 덴마크의 루벤과 호세는 자전거 바퀴살의 탄성을 이용해서 공기 주입 후 다시 스스로 팽창되는 장비를 개발했다. 인공호흡을 도와주는 장비는 독일 회사 엠뷰가 상용화해 ‘엠뷰 백(Ambu Bag)’이라는 브랜드로 보급됐다. 일정한 양의 공기를 주입해주는 엠뷰 백은 폐 손상을 예방하면서 적극적인 산소 공급이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고, 기도를 통한 적극적인 인공호흡 방식은 이제 전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호흡이 없는 환자에게 숨을 불어 넣는 구조법은 널리 알려졌지만 멈춰버린 심장을 다시 뛰게하는 흉부 압박은 1960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시작됐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