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국

요즘 정부의 구조 조정문제, 특히 조선산업의 구조조정 문제가 뜨거운 감자다. 구조조정 문제가 있을 때마다 항상 나타나는 두개의 주장이 있다. “구조조정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 정부가 나서면 왜곡 현상이 일어난다” 또 다른 주장은 “아니다. 그렇게 되면 부실이 장기화 되고 오히려 구조조정을 정부가 나설 때보다 더 큰 손해가 국가적으로 발생한다”는 팽팽한 주장이 그것이다.

이 문제는 어려운 듯 보이지만 비교적 명쾌한 답변이 있는 문제다. 원론적으로 말한다면 구조조정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당연히 시장에 맡겨야 한다. 그래서 경쟁력 있는 기업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시장에서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모든 경제논리 또는 사회논리를 주장할 때 깊게 생각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곧 그 주장이 성립되기 위해 반드시 전제돼야 할 조건에 대한 성찰이다. 시장 기능이 서양처럼 비교적 양호하게 작용할 때 정부 개입은 불필요하고 개입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는 안타깝게도 시장기능이 그렇게 양호하지 않다.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이라고 말하지만 경제학적으로 좀 더 엄밀히 말하면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은 ‘은행’에 의한 구조조정이다. 즉 돈 장사를 하는 것이 주업인 은행은 그 누구보다도 기업의 경영상태에 대한 전문가적 식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판단할 때 충분한 이익을 내지 못할 것 같으면 대출금을 회수하거나 추가 대출을 하지 않음으로써 기업은 도산하게 된다. 이를 흔히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은행은 기업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과 똑같이 자금을 회수하는 중요한 역할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떤 의미에서는 정부보다 은행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경제학자들 간에 우스갯소리로 자본주의를 영원히 망하게 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산업자본(일반 기업들)이 금융자본을 지배하게 하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국회를 부르주아지로 채우는 것이다.”라는 말이 이래서 있는 것이다. 그러면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 은행들이 과연 경제적 판단에서만 대출할 수 있는 환경이었는가? 그 대답은 명확히 “아니다”이다. 최근에는 많이 좋아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행 대출에 정부 또는 여러 기관의 외압이 많았다. 특혜금융 얘기가 바로 그것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모두 보험, 은행, 단자 회사 등 금융기관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의결권주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굴지 은행의 주식을 대단히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 또는 연기금을 제외하면 가장 큰 주식보유자가 바로 대기업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이 경제적 의사결정만을 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즉 우리는 어느 정도 원죄가 있는 금융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대기업에게 은행이 빌려준 돈이 너무 많아 기업을 도산시킨다는 것은 은행 입장에서도 매우 힘든 의사결정이다.

또 하나 조선산업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있다. 그것은 곧 그들이 노동집약 산업이어서 고용효과가 크고, 비교적 고기술산업이어서 부가가치 또한 상당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선산업은 덩치가 매우 크기 때문에 한번 쓰러지면 다시 일으키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2,3위의 조선 국가이며,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 가장 먼저 경기회복의 혜택을 보는 산업이 바로 조선산업이라는 점이다. 이런 모든 특징을 살펴보면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는 비교적 명확한 답변을 찾아 낼 수 있다.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은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이번 기회에 경쟁력 있는 기업에게 다른 경쟁력 없는 기업을 통·폐합해야 한다. 또 다른 고려할 요소가 있다. 기업 흥망의 95% 정도는 최고의사결정권자(CEO)에게 달려있다는 사실이다. 이 때 CEO에게 고려해야 할 요소는 두 가지다. 하나는 CEO의 능력이고, 다른 하나는 CEO의 도덕성이다. 기업인들의 도덕성은 기업의 장기적 생존을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경제성장이 빠를 때는 큰 관계가 없지만 경제성장이 완만해질 때는 매우 필요한 요소다. 정부의 빠른 결정과 시행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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