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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는 관광이 된다따뜻한 동행 상생공동체 용인
수암골 생활문화공동체 ‘마실’의 이동진 사무국장이 수암골과 벽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싣는 순서
1. 왜 다시 마을인가
2. 이야기가 있는 마을, 그리고 관광
3. 도시공동체 그곳엔 사람이 있다

마을 만들기 또는 마을공동체 사업의 시작은 ‘나는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고 싶은 거지?’라는 물음에서 시작되곤 한다. 그 어떤 곳은 단순히 내가 살고 있는 거주 개념의 마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의도적이건 그렇지 않건 그 마을만이 갖고 있는 이야기는 다른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 귀를 기울이게 하고 눈으로 보고 직접 듣기 위해 해당 마을을 찾아 나선다. 관광이 되는 것이다.
자신들의 스토리를 통해 정체성을 드러내며 나아가 이야기가 있는 마을이 어떻게 ‘관광’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사례 중 한 곳이 충북 청주시 서문시장과 수암골이다.

#피난민촌에서 관광 명소가 된 청주 ‘수암골’
“주민 스스로 마을의 문화적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생활문화 공동체가 중요합니다”
이광진 수암골생활문화공동체 마실 사무국장은 청주의 대표적 달동네에서 드라마 촬영장으로 거듭난 수암골의 지속가능한 힘은 주민 공동체에 있다고 말했다.

벽화마을로 유명해진 청주 수암골은 주민들과 에술가들이 협업하며 골목여행지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 수암골 생활문화공동체 ‘마실’은 수암골공동체 이야기를 전하는 기록자이자 조력자이기도 하다.

 일용직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던 불량주거지구 수암골의 행정구역명은 수동이다. 1970년대 초반부터 건설업체와 정부 차원의 개발 시도가 있었지만 세입자가 전체 33%를 이루고 있고, 우암산과의 환경 조망권 문제로 재개발이 무산됐던 이곳이 문화의 옷을 입으면서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벽화가 시작이었다. ‘수동 아카이브전’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2008년 수동 공공미술 프로젝트 추억의 골목길 투어가 기폭제가 됐다. 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 짧지만 이야기가 있는 골목 여행길을 제공해 주민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준 주인공은 예술가들이었다.

외부에서는 청주 ‘수암골벽화마을’로 불리는데, 추억의 골목길 수암골 아트투어는 설치작품을 매개로 한 마을의 이야기성에 주목하는 짧은 여행길을 제공하고 있다. 우암산 우회도로라는 기존의 산책길이 마을과 연결될 수 있게 하고 지리적인 도로로써의 공간을 ‘수암골 아트 투어’라는 상상적인 공간과 연결한 것이다. 무엇보다 주민들에게 마을 고유의 정서를 기반으로 하는 자생적 변화를 유도해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주기 위해 기획됐다는 점이다.

당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참여했던 이광진 사무국장은 “아카이브 갤러리 수암골 사진관을 조성하고 설치 작품을 제작하고 주민과 탐방객의 소통 프로그램을 진행했다”며 “지역의 문화주체인 지역 주민과 동네라는 문화 현장이 결합된, 문화예술과 일상을 통합하고 공동체 속에서 문화예술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한 새로운 형식의 문화적 실천이었다”고 설명했다.
수암골 골목길에 벽화가 그려지고 주민을 대상으로 미술 매개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커뮤니티 비즈니스 수암골 생활문화공동체 ‘마실’이 탄생했다.
“2008년 SBS 드라마 카인과 아벨, 2010년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촬영지로 선정된 이후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청주는 물론 충북의 대표 관광지로 부각됐지만 주민 소득 증대 방안 등 주민 생활과 연계된 문제는 소극적으로 다뤄졌죠.”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주민들은 부녀회와 노인회를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에 따른 마을 소득 증대 방안을 모색하려는 자구노력을 하고 있었다. 체계적인 사업 기획과 지원이 필요하게 됐고 주민 고용 창출을 위한 고민도 요구됐다.
마실은 수암골 솜씨, 수암골 밥상을 통해 상품 개발에 나서고 주민 교육을 진행하며 공동체의 조력자로 나섰다.

생활문화공동체 활성화 사업의 결과로 마을 입구에 수암골 밥상 체험장이 조성됐다. 이 곳에서 도토리 칼국수 등 수암골 밥상 상품과 주민들과 지원 작가들의 협업으로 개발된 10여종의 관광 공예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마을 유휴 인력의 일자리 창출 효과와 수익금을 다시 마을 발전기금으로 환원하는 경제적 순환구조를 갖게 됐다.

이광진 사무국장은 “마실 설립은 수암골이라는 마을이 지자체와 특정 단체의 힘에서 벗어나 자립 구조를 구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마을 만들기, 관광화의 핵심은 주민 스스로의 자발적 참여 속에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주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위치한 수암골은 야경으로도 유명하다. 청주의 대표적 관광지로 알려지면서 최근 각종 커피숍이 들어서면서 카페촌이 형성됐다. 공동체성을 강화하려는 주민들과 젊은 청춘남녀의 데이트코스로 거듭난 카페촌이 공생(?)하는 공간에서, 수암골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다만 열쇠는 예술가도 자본가도 아닌 주민들이 쥐고 있다는 것이다.

#근·현대사의 흔적 간직한 부산 ‘감천문화마을’
산등성이를 따라 촘촘하게 지어진 키 작은 집들과 미로 같은 골목, 탁 트인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우리 민족 근대사의 아픈 일면을 담고 있는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이다. 한국전쟁 때 낙동강 이남으로 몰려든 피란민들이 팍팍한 산 중턱에 삶의 뿌리를 내리면서 생긴 곳이다.
감천문화마을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의 힘겨운 삶의 터전으로 시작돼 현재에 이르기까지 민족현대사의 흔적과 기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옥녀봉에서 천마산에 이르기까지 산자락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독특한 계단식 주거형태는 감천동만의 독특한 장소성을 보여주고 있다.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은 도시재생으로 재탄생하며 연간 130만명이 찾는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뒷집을 가리지 않게 주택의 미덕이 살아 있는 계단식 구조, 미로 같은 골목이 있는 감천문화마을은 도시인들에게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고 기억할 수 있게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알록달록한 지붕과 독특한 주거형태 때문에 ‘한국의 산토리니’니 ‘한국의 마추픽추’로 불릴 정도로 모든 길이 통하는 골목길 경관은 감천만의 독특함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서로를 배려하면서 살을 부비고 사는 민족 문화의 원형과 전통을 보존하고 있는 마을이다. 골목길 곳곳을 방문하는 미로미로 골목길 투어, 현지에 거주하는 할아버지·할머니가 들려주는 감천골목의 숨겨진 이야기, 스토리텔러가 들려주는 마을 이야기는 마을이 어떻게 관광이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감천문화마을에 들어서면 안내센터와 감내어울터, 방가방가 게스트하우스, 마을지기사무소, 감내골 행복발전소가 이어진다. 또 작은박물관, 아트숍, 감내카페, 감내맛집, 감천아지매밥집, 입주작가 공방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감천문화마을은 주민들의 참여로 일궈낸 문화브랜드이자 아름다운 풍경과 근대문화유산, 도시재생의 롤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보존과 재생이라는 큰 명제를 가지고 우리 삶의 공간에 창조적인 예술의 옷을 입힌 생활친화적인 마을이기도 하다.
국내외에서 122만명이 방문하며 부산의 대표 마을공동체로 성장해 낙후된 달동네의 창조적 재생의 모범이 손꼽히고 있다. 하지만 고민거리도 생기고 있다. 외지상인의 급속한 증가, 마을 특성과 무관한 상가 난립, 주민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프랜차이즈형 상가 등으로 인한 공동체적 마을 분위기의 훼손 때문이다. 서로를 배려하면서 살을 부비고 살아온 주민들이 이같은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하기만 하다.

#쇠락했던 청주 서문시장 삼겹살 거리가 되다
전주에 비빔밥이 있다면, 청주에는 삼겹살이 있다. 삼겹살에 원조는 없지만 ‘청주 삼겹살’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시오야키, 대패고기, 간장소스, 파절이 등이다.
청주의 구도심 상권을 대표하는 서문시장이 삼겹살 거리로 조성된 해는 2012년. 청주를 대표하는 마땅한 음식이 없었는데, 청주 사람들끼리만 원조라고 인정하는 삼겹살을 대표 음식으로 육성하자는 제안에서 시작됐다. 1998년 민선 2기가 출범하면서 청주의 대표 음식을 만들기 위한 고심이 시작됐다. 그러나 야심차게 내놓은 청주한정식은 전주 한정식과의 차별화에 실패했다. 민선 5기가 들어서자 이번에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민음식인 삼겹살 거리가 제안됐다.

쇠락의 길을 걷던 청주 서문시장은 삼겹살거리로 재탄생하며 다시 활성화 되고 있다.

당시 서문시장은 도심공동화로 인해 시장 기능을 사실상 상실한 상태였다. 삼겹살 거리로 조성할 경우 사업비용은 물론 주민 반발이 줄 것이라는 제안이 유효하게 작용했다. 1964년 생긴 이후 30년 동안 청주를 대표했던 서문시장은 1997년 고속버스 터미널 이전과 2002년 홈플러스 입점으로 전통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다.

청주시가 도로정비사업과 간판제작비 지원, 주방기구 구입비 지원 등의 지원책을 확정하면서 소규모 영세업자들이 입점을 시작하게 되고 2011년 9월부터 2012년 말까지 15개 업소가 청주시의 지원을 받아 삼겹살 거리에 둥지를 틀었다. 청주 삼겹살 거리는 탄생 초기부터 전국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전통시장을 음식 특화거리로 재탄생시켰다는 점도 흥미롭지만 청주지역만의 삼겹살을 맛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전국에서 방문했다.

2015년 9월 현재 삼겹살 거리 내 삼겹살 식당은 모두 14곳. 순대집과 횟집, 꼼장어집 등 30여 점포가 영업을 하고 있다. 상인회의 꾸준한 활동과 청주시의 지속적인 지원에 시민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서문 풍물야시장도 개장했다. 야시장은 서문시장 삼겹살거리 아케이드 내 150m 구간에서 운영된다. 청주시는 청년창업자, 다문화가정, 한부모 가정과 저소득층 등 다양한 계층의 야시장 참여자를 모집했다. 청주를 대표하는 직지 빵을 비롯한 간식류와 태국, 베트남 등 다문화 음식, 공예 관련 물품, 의류, 액세서리 등 20여 개 가판대는 연중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운영된다.

진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점진적으로 늘어나던 점포수가 최근 1년 동안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업소별 매출액도 제자리걸음이고, 매장의 다양성 측면에서 흥미요소가 부족하다는 것도 아쉬움으로 꼽히고 있다.

삼겹살거리를 제안한 김동진씨는 “삼겹살거리를 공통의 관심지역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상인과 시민, 공무원과 음식전문가, 의회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며 “삼겹살이 세계적인 음식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레시피 개발과 홍보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육점에서만 고기를 살 수 있었던 1960년대 말이나 1970년대 초, 옛 사직동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에 있던 ‘황해식당’,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남문로 현 청주약국 인근에서 성업했던 ‘딸네집’ ‘만수네집’이 삼겹살의 효시라는 이야기가 서문시장 삼겹살거리를 만들어 냈다.
 

함승태 기자  stham@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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