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달력을 봤다. 5월 1일 노동절, 5일 어린이날이자 입하, 8일 어버이날 10일 유권자의날, 14일 석가탄신일 15일 스승의날 16일 성년의날 18일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19일 발명의날 20일 세계인의날 및 소한 21일 부부의날 25일 방재의날 31일 바다의날. 그래서 일까. 빠르다는 느낌도 사치일 정도로 5월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사회 구성원이라면 최소한 5월 어느 하루는 주인공이 될 것이다.

기념일이 많다는 것을 그만큼 기억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달력에 적혀지지 않는 기억돼야 할 많은 날 들이 있다. 개인사도, 용인사도, 한국사도 마찬가지다.

용인의 역사를 살펴보자. 121년 전인 1895년 5월 26일은 용인이 충주부에서 경기도로 이속됐다. 흔한말로 행정적으로 수도권에 전진 배치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가하면 1979년 5월 1일은 용인면에서 용인읍으로 승격됐다. 인구 100만명의 광역도시급의 서막을 알리는 읍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외에도 약간의 일차가 있지만 용인 경전철도 5월 언저리인 4월 26일 개통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그런 이유에서 기념일을 만들어 의도적인 기억을 강요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에 1일이 노동절이 아니라면, 5일이 어린이날이 아니라면, 8일이 어버이날이 아니라면 이들의 소중함을 지금보다 더 느낄 수 있었을까.

역설적이게 기념일이 반복될수록 사람들은 기념일의 취지에 둔감해진다. ‘반복에 의해 무감해진 기억’ 정도로 표현해보자. 어린이날은 어른이 된 사람에게는 더 이상 기쁜날이 아니며, 어버이날, 스승의날 역시 붉은색 꽃 한송이를 으레 주고 받는 것 정도에 머무는 것은 아닐까. 고마움이나 감사의 마음은 아주 옅은 색으로 퇴색된 듯 하다. 

당신에게 가장 특별한 날, 그래서 꼭 기억하고 싶은 날은 언제인지. 남들 달력에는 없는 특별한 표시가 된 그날은 당신에게 어떤 의민지 묻고 싶다.

지난주 취재 중에 만난 한 노인은 3월 어느날 태어났지만 정작 더 기쁘게 기억되는 날은 비슷한 날짜에 태어난 손자의 생일이란다. 그만큼 손자는 자신의 인생에 절대조건일 것이다. 4살된 손자가 가장 기억에 담고 있는 날는 과연 할아버지의 생일일까. 정확치는 않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이기적이며 개인적이다. 자신과 상관이 없는 일에는 큰 관심도 감동도 받지 않는다. 일일이 나열하기에도 벅찬 특별한 날들. 사회는 그 특별한 날을 기념할 것을 강요한다. 나와는 상관없는 그 날에 드레스코드 정도는 아니지만 반드시 갖춰야 할 무언가에 속이 상하고 스트레스도 받을 법하다. 

특별한 날은 결국 개인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개인적 판단이 모여 보편화 된 사회적 가치는 분명 우리가 살아가는데 절대 지켜야 할 잊어서는 안되는 차원의 것이다.

어린이날이, 어버이날이 스스의날이 부부의날이 나와 상관없다는 것을 느끼는 것은 어린이의 순수함이, 어버이의 희생이, 스승에 대한 공경이 우리 마음에서 빠져 나간 이유에서가 아닐까. 
올해 5월은 유달리 덥다. 계절의 여왕이란 표현이 무색할만큼 어느새 5월은 여름에 더 가까운 모습으로 변했다. 여러분 마음의 준비는 하셨는지요.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우리에게 소중한 날을 기억하는 것은 인간 본연됨을 기념하는 것이라는 것도 잊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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