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향토유적 지정에 대한 심의가 지나치게 형식에 얽매이고 문화재 가치에 대한 시각차이로 합의도출이 지연됨에 따라 유적훼손을 초래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31일 노작 홍사용선생 생가 보존 및 복원 문제 등 4건에 대한 심의가 이뤄진 결과 향토유적 지정 요청안 등 제출된 5건 모두 부결 및 보류처리해 시향토유적보호위 운영과 구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날 심의에서 기흥읍 지곡리 ‘사은정’에 대한 향토문화재 지정건에 대해 일부 위원들은 “역사적 의미는 있으나 정원 등 과거 원형이 훼손된 상태이고 전문가 검증이 없는 것 같다”며 “현판도 개축 당시 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고증 후 결정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자료 보강 후 추후논의한다는 보류결정이 났다.

그러나 약 460여년전인 조선 중종때 개혁을 주도했던 정암 조광조와 음애 이자 등이 기묘사화 당시 은거했던 장소이고 그들의 개혁정신 연구가 활발한 시점에서 현판 제작시기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이 일대는 도로와 택지조성으로 주위 원형이 급속히 훼손되고 있는 상황에 비춰 보호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있어왔다.

시향토유적보호조례에 따르면 “선대로부터 전해져 오는 향토유적을 보호 관리하는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향토문화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고 위원회 설치는 이 목적을 달성키 위한 것으로 명문화돼 있다.

여러해 전부터 ‘사은정’에 대한 향토유적 지정을 요구해 왔던 한산이씨음애공파 종중과 한양조씨 회곡공파 종중 관계자는 “향토유적 지정이 아니라면 보호구역 설정이라도 했어야 한다”며 “다 망가진 후 유적 지정을 하겠다는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인영 위원(시 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도 “현재 사은정 주변이 크게 훼손되는 것은 향토문화재 지정이 안돼 법적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건물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묘명현들의 개혁과 애국정신이 담겨있는 역사적 현장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향토사학자 역시 “굳이 문화재적 가치를 따진다면 조선조 고문헌에 기록돼 있는 3대 정자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이 사은정밖에 없는 만큼 충분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향토유적보호위에서는 의견합의가 안됐다는 이유로 향토유적 지정건이 모두 부결되고 원삼면 사암리 옹기마을 재현여부에 대한 논의 역시 아예 ‘본위원회 논의사항이 아님’으로 처리해 운영방식의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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