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동행 상생공동체 용인

‘희망’은 사고를 할 수 있는 인간의 특권임에 틀림없다. 더 나은 삶, 더 행복한 인생을 꿈꿀 수 있는 절대적 권리며 자유다. 2016년 용인에서 살아가는 우리.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있나.

꺼져가는 촛불을 살리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하루하루 살아도 미래를 밝히는 불빛은 옅어져 가는 건 아닌지. 친구도 이웃도, 하물며 가족마저 우리 삶 언저리 한 풍경으로 몰리고 있는 현실에서 상생도 공동체도 ‘상념’에 불과하다.

자식 건사하며 건강하게 살겠다는 그 꿈마저 외면 받는다 해도 “살아야지, 애달픈 희망이라 하더라도 별을 쫓는 마음으로 삶을 이어가야지”라 밭은 소리 내는 서민들을 만나본다.

지난 22일 기흥구에 있는 복권 판매점. 자못 입학시험을 코앞에 둔 입시생을 연상케 한다. 그런가하면 ‘택배아저씨’를 기다리는 마냥 설레는 모습도 넌지시 비췄다. ‘일주일 후 나의 삶은 변할 것이다’란 설렘과 희망을 가지게 하는 복권.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사행성이니 일확천금의 요행을 바라는 부질없는 짓이라고 치부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복권을 구입하는데 쌈짓돈을 꺼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만의 ‘장밋빛 인생’은 그렇게 이어진다. 

복권판매점에서 10여분 기다리자 50대 남성이 도로에 차를 세워두고 ‘부랴부랴’ 달려 들어왔다. 운수업을 한다는 그가 복권을 구입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불과 1~2분. 그리고 주머니서 꺼낸 돈은 5000원. 왜 복권을 구입하는지 물어보니 ‘불법주차’에 급한 듯 대답 없이 나가 버렸다.

손님이 떠나자 판매점 주인 최윤호씨는 자신도 매주 복권을 구입한다며 이왕에 당첨되면 좋겠지만 정작 현실성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단다.

“(당첨)되면 좋겠지만, 되겠어요? 손님들 대부분도 당첨될 거라는 생각보다는 복권을 사면 뭔가 기대가 생기니 그 기분에 찾는 것 같아요. 돈이 많거나 권력이 있는 사람이 복권을 사겠어요. 열 명 중 전부다 우리 같은 서민이에요”

오후 5시가 조금 넘자 서너 명이 무리지어 들어왔다. 현장 노동을 한 듯한 옷차림의 남성들은 말없이 숫자가 빼곡히 적힌 종이를 한 장씩 들더니 굵은 사인펜으로 몇몇 숫자를 골라 최씨에게 건넸다. 

2년째 매주 복권을 구입한다는 김유민(가명․41)씨는 이날 퇴근 후 복권을 10000원어치 구입했다. 특별히 좋은 꿈을 꾼 것도 아니지만 괜히 이번 주는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도 한순간이지만 당장 지금껏 소액으로 서너 번 당첨된 것을 제외하면 ‘꽝’에 오히려 익숙해져 있다.

“정해져 있는 월급은 미래를 생각할 정도의 희망을 주지 못하잖아요. 하루하루 살기도 빠듯한데 막연하게라도 즐거움을 느끼고 싶잖아요. 만원이 아까울 수도 있지만 일주일 동안 뭔가 희망 같은 것을 같게 해줘 좋잖아요”

복권판매점을 찾는 손님 중 중년 남성이 많지만 20대 대학생에서부터 여성에 이르기까지 특정층에 한정돼 있지 않다는 판매점 최씨의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오후 늦은 시간이 되자 다양한 계층의 손님이 찾아왔다.

‘당첨되면 뭐하지’ 희망(?)에 설렌다
 
두 명의 자녀를 둔 주부 박설미(33)씨는 복권에 당첨되면 할 일을 이미 정해뒀다. 당장 집 장만이 우선이지만 신혼여행 이후 한번도 가보지 못한 외국 여행도 목록에 넣었다.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통 크게 인심 한번 못 쓴 가족들에게도 거금의 용돈을 전해 주고 싶단다. 하지만 무엇보다 다니고 있는 직장을 그만 둘 것이란다. 유치원에 다니는 큰 딸과 함께 있는 시간을 더 가지고 싶어서다.

“맞벌이를 해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이 없어요. 길어봐야 하루에 한 두시간 정도 밖에 놀아주지 못해요. 정말 미안하죠. 당첨되면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와 매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박씨는 복권 2장을 구입했다. 집으로 돌아간 박씨는 그날도 미안한 마음으로 2명의 자녀를 꼭 앉아 줬을 것이다.

23일 복권을 판매하는 기흥구 한 편의점을 찾았다. 복권판매점에 비해 손님 수는 적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는 이호민(26)씨는 하루 평균 4~5명이 복권을 구입한단다. 계산대 옆에는 현장에서 즉석으로 당첨을 확인할 수 있는 복권부터 당첨자 발표를 일주일을 기다려야 하는 것까지 여러 종류가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편의점을 찾은 40대 남성이 진열대에서 5장의 복권을 골랐다. 장당 1000원하는 이 복권은 당첨이 되면 매달 500만원을 지급한다.

복권을 구입한 이대규(44)씨는 당첨이 되면 무엇을 하고 싶을까. “(당첨)생각만 해도 기분 좋잖아요. 은행 대출도 많은데” 이씨가 이어 하고 싶은 말은 아마도 ‘그 돈부터 얼른 갚으면 걱정이 없을 것 같아요’가 아닐까.

그들이 말하는 ‘희망’과 ‘공존’
 
복권판매점과 편의점에서 만난 그들의 꿈은 소박했다. 당첨 후 거금을 손에 쥐고 싶다는 욕심보다 애달픈 서민의 삶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다는 간절함이 더 절실하다.

복권판매점에서 만난 한 남성의 말이다. “복권을 왜 사냐고요? 현실이 너무 답답하니 뭐라도 기대할데가 있어야 할 듯 해서요. 노후 준비는 고사하고 당장 은퇴하면 뭘 먹고 살아야 할지 걱정인데”

복권을 구입하는 그 사람들. 그들이 당첨이 되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어쩌면 공동체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것인지 모른다.

가족을 넘어 한 마을이 공동체를 이뤄 생활해온 그 시절. 정겨움과 무형의 역할분담은 지금보다 안정화된 분위기로 조율했다. 다시 ‘공동체’와 ‘공존’을 말하지만 당장 우리 곁에는 이웃도 가족도 그 시절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

한창 부모의 손길을 간절히 바랬던 어린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야만 한 박설미씨도, 가족의 보금자리 마련을 위해 은행 돈을 빌려야 했던 이대규씨, 소중한 행복을 지키기 위해 더렵혀진 작업복을 입고 복권판매점을 찾은 그 사람들. 지친 일상에서 꿈조차 제대로 꾸지 못하는 우리의 단면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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